[풋볼리스트=자카르타(인도네시아)] 김완주 기자=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은 오랜만에 순도 높은 결정력을 보여주며 이란을 꺾었다. 조별리그에서 문제로 지적 받던 결정력은 살아나고 있지만, 공격 카드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은 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 경기를 치른다. 지난 1월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우즈벡을 넘지 못해 눈물을 삼켰던 태극전사들은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이란이었다. 이란전을 앞둔 한국은 여러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경고가 누적된 김민재의 결장으로 수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고, 미드필더들의 엇박자, 공격진의 낮은 골 결정력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이란이 조직적을 앞세워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도 신경이 쓰였다.

다행히도 한국은 불안요소 대부분을 해결했다. 김민재가 빠진 수비는 조유민을 중심으로 재편돼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황인범, 장윤호, 이승모의 중원 조합도 전반 중반 이후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황인범이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했고, 장윤호가 미드필더 전 지역을 누비며 공간을 메웠다. 이승모도 후반 들어서는 초반 부진을 털어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공격수들의 득점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2,3차전을 치르며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다. 말레시아를 상대로는 슈팅 12개 중 단 2개만 유효슈팅으로 연결됐고,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두 배 이상 더 많은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2경기 모두 득점은 1골뿐이었다.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며 정확도 떨어지는 중거리 슈팅을 많이 시도한 탓도 있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앞선 경기들보다 유효슈팅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슈팅 수 자체는 8개로 비교적 적었지만, 절반이 넘는 5개가 골문 쪽으로 향했다. 그 중 황의조와 이승우의 슈팅은 골망을 흔들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결정력이 살아나고 있는 건 분명 기분 좋은 변화다. 그러나 공격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꼽힌다. 한국 공격진은 비슷한 유형의 공격수들도 구성돼 있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최전방과 측면을 모두 소화하면서 탁월한 슈팅력을 갖췄다는 특징이 있고, 이승우와 황희찬, 나상호는 돌파에 능한 선수들이다.

한국 공격수들의 이러한 특징은 상대 수비가 공간을 내주지 않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황의조와 손흥민의 슈팅 능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다닥다닥 상대가 붙어있으면 빈틈을 노리기가 어렵다. 이승우와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도 상대 수비진영에 파고들 공간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조별리그 2,3차전과 16강 이란전 초반 한국 공격이 고전했던 건 상대가 틈을 주지 않아 공격수들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우즈벡의 전술을 감안하면 서로 겹치는 공격수들의 스타일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원에 미드필더 3명을 세운다. 공통적으로 좌우 윙어와 함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수비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7번을 달고 뛰는 오딜존 함로베코프의 경우에는 중앙 수비 앞에 서서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하고 이크로비온 알리바예프는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며 빈 공간을 커버한다. 우즈벡은 미드필더에서 우위를 쉽게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수비 뒷공간도 쉽게 뚫리지 않는다.

이럴 경우 중앙을 거치지 않고 전방으로 곧장 공을 연결해 공중볼을 따내는 게 하나의 공격 옵션이 될 수 있지만 한국에는 전형적인 타겟형 스트라이터가 없다. 황의조가 전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공중볼 경합에 강한 선수는 아니다. 우즈벡 중앙수비들은 체격조건과 힘도 좋다. 덩치에 비해 스피드도 제법 갖춘 편이다.

우즈벡이 중원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한국 공격수들은 장점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선수 선발은 이미 끝났고, 이제 와서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데려올 수도 없다. 공격수 스타일은 단조로움은 다채로운 공격 전술로 상쇄해야 한다. 상대의 예상보다 빠르게 연결되는 패스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는 약속된 패턴 플레이가 준비되어야 골을 넣고 승리할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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