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가려면 스페인라리가를 놓쳐선 안 된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틀레틱빌바오는 바스크 순혈주의를 고수하기 때문에 이적시장과 늘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그러나 이적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빌바오까지 그 광풍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빌바오는 최근 이적 시장 기사의 중심이 됐다. 빌바오 소속 골키퍼였던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첼시가 영입하며 8,000만 유로(약 1,040억 원)를 지불했다. 세계 골키퍼 최고 이적료가 경신됐다.

바스크는 스페인의 여러 지역 중에서 가장 신체 조건이 좋은 사람들이 산다. 여기에 스페인 특유의 기술을 겸비했기 때문에 괜찮은 선수를 배출할 가능성이 꽤 높다. 잉글랜드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스페인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와 미켈 아르테타가 모두 바스크 태생이라는 점만 봐도 이해하기 쉽다. 영국 축구의 몸싸움을 이겨낼 만큼 강인한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스타급 선수가 종종 나왔다. 1997년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한 프랑스 대표 풀백 빅상트 리자라쥐가 대표적이다. 2005년 첼시로 간 아시에르 델오르노 역시 큰 기대를 받았다.

2012년 하비 마르티네스가 당시까지 빌바오 최고 이적료인 4,000만 유로(약 519억 원)를 안겨주고 바이에른으로 갔다. 빌바오는 이적료가 얼마든 무조건 거부하려 했으나 계약 해지 조항에 명시된 액수를 충족했기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 2014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3,600만 유로(약 468억 원)를 주고 안데르 에레라를 데려갔다.

올해 빌바오는 역대 최고 이적료 수입을 벌었다. 올해 1월 맨체스터시티가 아이메리크 라포르테를 영입하며 6,500만 유로(약 843억 원)를 지불했다. 8월에는 케파의 몸값을 벌었다. 빌바오가 두 선수로 벌어들인 이적료 수입은 1억 4,500만 유로(약 1,881억 원)나 된다. 영입도 방출도 서툴었던 빌바오 입장에서는 어색할 정도로 많은 액수다.

이제 빌바오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빌바오가 살 수 있는 선수의 범위는 매우 한정돼 있었고, 지나치게 비쌌다. 연고지 빌바오는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지만 스타 선수들이 살고 싶어 할 만한 대도시가 아니라는 점도 스타를 넘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손에 든 돈의 액수가 달라진 이상 다른 팀에 계약 해지 금액을 지급하고 바스크 계열 선수들을 사들이면 된다.

빌바오는 라포르테가 떠나자마자 대체 센터백 이니고 마르티네스를 영입하기 위해 레알소시에다드에 3,200만 유로(약 415억 원)를 흔쾌히 지불했다. 빌바오 사상 최고 몸값 선수다. 이어 올여름에는 파리생제르맹(PSG) 소속이었던 주리 베르치체를 영입하는데 2,400만 유로(약 311억 원)를 썼다.

베르치체는 2007년 빌바오 유소년팀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던 선수다. 그러나 토트넘에서는 임대만 다니다 2010년 방출됐다. 레알소시에다드에서 스페인라리가 주전급 선수로 성장한 뒤 지난해 PSG로 이적했다. PSG에서 로테이션 멤버로서 준수한 활약을 했다. 빌바오는 바스크 태생 선수인 베르치체를 냉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빌바오는 다시 한 번 자체 이적료 지출 기록을 경신하려 한다. 바스크 지역 라이벌 팀인 레알소시에다드의 윙어 미켈 오야르사발이 목표다. 오야르사발은 지난 시즌 라리가 12골을 넣은 21세 윙어다. 오야르사발의 계약 해지 조항은 5,000만 유로(약 650억 원)나 되는데다 상대가 빌바오라면 소시에다드는 더 큰 지출을 유도할 생각도 있다. 그러나 빌바오는 ‘바가지’를 쓸 각오를 하고 있다.

바스크 혈통 선수로 올스타를 구성한다면 꽤 화려한 선수단이 나온다. 빌바오를 거쳐 스타가 된 하비 마르티네스, 페르난도 요렌테는 말할 것도 없다. 빌바오에 입단한 적 없는 첼시의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아스널의 나초 몬레알도 대표적인 바스크 혈통 스타 선수다. 조수 우루티아 빌바오 회장은 지난 2015년 인터뷰에서 “몬레알, 아스필리쿠에타 같은 선수들에게 관심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빌바오는 여전히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팀이다. 그러나 다양한 예외가 있다. 빌바오는 이미 바스크 혈통으로서 남미 태생인 선수, 혈통은 다르지만 바스크 지방에서 나고 자란 선수들에게까지 문을 열었다. 베네수엘라 태생인 페르난도 아모레비에타, 흑인인 이냐키 윌리엄스가 여기 해당한다. 지난 2006년에는 아르헨티나 태생 유망주 곤살로 이과인이 바스크 혈통이라는 점을 들어 영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가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 실리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태생 혁명가 체 게바라도 바스크 혈통이었을 정도로 남미에는 바스크 계열 선수가 많다. 현재 이적 정책으로는 바스크 지방에서 축구를 배운 적 없는 이과인은 영입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더 개방적인 정책을 쓴다면, 빌바오는 ‘바스크 올스타’가 될 수 있다.

빌바오의 규모가 커지는 걸 보며 긴장하는 팀은 이웃 소시에다드다. 소시에다드는 빌바오처럼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팀은 아니지만, 바스크 계열 선수들을 많이 길러내고 또 영입하기 마련이다. 빌바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소시에다드 선수들을 영입해 왔다. 올해 영입한 이니고 마르티네스와 이적설이 도는 오야르사발뿐 아니라 2009년 사비 카스티요, 2006년 이고르 가빌론도, 1995년 호세바 에체베리아 등 소시에다드에서 빌바오로 간 선수가 많았다. 최근 소시에다드가 괜찮은 성적을 내면서 빌바오가 눈독 들일 선수는 더 많아졌다. 빌바오는 이미 소시에다드 소속 아시아르 이야라멘디에 대한 관심을 밝힌 바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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