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알마드리드는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반년 전에 영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알은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케파를 영입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반년이 지난 지금 이적료 분야의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9일(한국시간) 골키퍼들이 일제히 팀을 옮겼다. 첼시에서 뛰던 벨기에 대표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레알로 이적했다. 아틀레틱빌바오에서 뛰던 케파는 첼시로 팀을 옮겨 쿠르투아의 공백을 메우게 된다.

두 선수의 이적료는 큰 차이가 난다. 쿠르투아가 레알로 가며 기록한 이적료는 3,500만 유로(약 455억 원)로 알려졌다. 쿠르투아와 첼시의 계약기간이 단 1년 남아있기 때문에 명성에 비해 이적료가 낮다. 반면 케파의 국제적인 명성은 쿠르투아보다 훨씬 못 미치지만, 이적료는 8,000만 유로(약 1,040억 원)나 된다. 빌바오는 케파의 계약 해지 조항에 명시된 액수를 모두 요구했고, 첼시는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케파의 이적료는 골키퍼 사상 최고 금액이다. 약 한달 전 리버풀의 알리손 베케르가 기록한 7,250만 유로(약 943억 원)를 뛰어넘었다. 빌바오는 바스크 민족 계열 선수만 영입하는 구단 전통 때문에 선수를 팔 때 유독 고자세인 것으로 유명한 팀이다. 게다가 첼시는 잉글랜드 구단의 영입 마감 시한을 겨우 하루 앞둔 상태였다. 협상의 여지 없이 빌바오가 요구하는 돈을 순순히 내놓아야 했다.

반년 전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이번 이적료 기록이 더 흥미롭다. 레알은 지난해 12월케파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당시 케파는 빌바오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올해 6월이면 빌바오와의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당시 케파의 계약 해지 조항은 2,000만 유로(약 260억 원)에 불과했다. 레알은 계약 해지 조항에 소정의 금액을 더 얹어서 케파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알은 케파 영입에서 한 발 물러섰다.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연속 우승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전력 보강이 절실한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지네딘 지단 당시 감독은 나바스를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반면 레알 경영진은 코스타리카 국적인 나바스보다 스페인 대표팀 차기 주전감인 케파를 영입해 더 화려한 선수단을 구축하려 했다. 양측의 입장이 충돌했다.

레알이 케파를 영입하지 않자, 빌바오는 올해 1월 케파와 재계약을 맺었다. 이때 계약기간을 7년으로 늘리고 계약 해지 조항을 4배 키워 8,000만 유로로 늘렸다.

레알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움직이지 않은 결과 케파 대신 쿠르투아를 영입했고, 이적료 지출이 더 커졌다. 첼시는 레알로 가겠다며 태업의 기미까지 보인 쿠르투아를 허겁지겁 내놓고 케파를 영입하느라 거액을 지불해야 했다.

나비효과는 끝나지 않았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 수입을 얻은 빌바오는 역사상 최고 지출을 단행하려 한다. 바스크 지역 라이벌 팀인 레알소시에다드의 윙어 미켈 오야르사발을 영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오야르사발은 최전방이 아닌 측면 공격수로서 지난 시즌 스페인라리가 12골을 기록했고, 나이는 21세에 불과하다. 빌바오가 영입할 수 있는 바스크 계열 선수 중 가장 전도유망하다. 오야르사발의 계약 해지 조항은 5,000만 유로(약 650억 원)나 되는데다 상대가 빌바오라면 소시에다드는 더 큰 지출을 유도할 생각도 있다. 그러나 빌바오는 이 돈을 투자할 용의가 충분하다.

사진= 첼시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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