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의 FA컵 부진은 이제 징크스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전북은 FA컵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지 13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K리그1 우승 5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회를 달성한 팀의 성적이라기엔 이상할 정도로 부진하다.

전북은 8일 충청남도 아산에 위치한 이순신 종합운동장에서 아산무궁화와 ‘2018 KEB하나은행 FA컵’ 5라운드(16강)를 치렀고 1-2로 패배했다. 전북은 K리그1 1위, 아산은 K리그2 2위 팀이었다. 이 경기는 목포시청(내셔널리그)이 인천유나이티드를 꺾은 것과 함께 5라운드 최대 이변이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경기였다. 전북이 전반 41분 손준호의 골로 앞서갔다. 아산이 후반 10분과 후반 42분 나온 수비수 이한샘의 연속골로 역전했다. 전북은 일부 주전 선수를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이동국, 티아고, 아드리아노, 한교원 등 스타급 공격진에 국가대표 이용 등을 선발 출장시켰고 후반전에는 로페즈, 김신욱도 투입했다. K리그2 팀의 홈에서 열린 주중 FA컵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은 4,348명 관중이 아산의 짜릿한 승리를 함께 했다.

전북이 3년 연속으로 2부 구단에게 당한 FA컵 패배다. 전북은 지난 2년 연속으로 부천FC에 패배했다. 2016년은 8강 홈 경기에서 부천에 2-3으로 패배했다. 2017년은 첫 경기였던 32강 홈 경기에서 역시 부천을 만났고,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다.

전북의 FA컵 부진은 2006시즌부터 시작됐다. 전북이 K리그 최강 전력으로 올라선 건 2009년부터다. 이후 전북은 우승을 못했음은 물론 결승전에 단 한 번 올랐다. 2013년에는 K리그(3위)와 ACL(16강)에서 모두 부진한 대신 FA컵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홈에서 열린 결승전을 포항스틸러스에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북이 한때는 FA컵 단골 우승팀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최근 부진이 더 어색하다. 전북은 2000년, 2003년, 2005년 FA컵에서 우승하며 21세기 초반 FA컵의 최강자였다. 3회 우승은 포항과 수원삼성에 이은 공동 3위 기록이다. 특히 2005년 FA컵 우승은 이듬해 ACL 참가 티켓으로 이어졌고, 이때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 현재의 ‘전북 왕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 바 있다.

전북이 침묵하는 동안 FA컵 우승은 다른 K리그 강호들이 돌아가며 우승했다. 2006년부터 수원과 포항이 3회, 수원과 전남이 2회, 울산과 서울이 1회 우승을 달성했다. 대체로 강팀이 우승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이 점을 보면 ‘K리그는 강팀이 FA컵을 우승하기 힘들다’라는 가설도 설득력이 없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리그 최강팀은 FA컵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세리에A 최강팀 유벤투스는 최근 코파이탈리아에서 4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스페인의 코파델레이는 최근 8년 동안 ‘3강’인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우승을 나눠 가졌다. 잉글랜드FA컵 역시 최근 5년 동안 아스널(3회),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첼시 등 강호의 차지였다. 그만큼 전북의 부진은 특이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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