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는 외국인 선수들의 공격 비중이 높은 팀이고, 그 중심은 단연 말컹의 머리다. 그러나 국내 최강 전북현대를 꺾을 때는 말컹의 넓은 활동폭과 네게바, 쿠니모토가 보여주는 조화가 중요했다.

경남은 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를 갖고 전북을 1-0으로 꺾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전북의 첫 패배다. 여전히 1위는 전북, 2위는 경남으로 순위는 그대로다. 대신 경남은 현 시점 최고 '빅 매치'를 통해 돌풍의 팀이 될 자격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주도권을 잡은 쪽은 홈팀 전북이었다. 전북은 지난 4월 경남 원정에서도 4-0 대승을 거둔 바 있다. 홈에서 만난 시즌 두 번째 대결 역시 자신감을 갖고 덤벼들었다. 90분 동안 슛 시도(27 대 9)와 유효슛 시도(12 대 4) 모두 전북이 3배 많았다. 그러나 12회나 되는 전북의 유효슛은 모두 이범수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북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김신욱의 헤딩과 이동국의 발리슛뿐 아니라 정혁의 오버헤드킥, 홍정호의 중거리 슛 등 모든 슛을 다 쳐냈다. 전북에서 5년 동안 후보 골키퍼로 지냈고, 이후 3년은 K리그2(2부)에 있었던 이범수의 완벽한 전주성 복귀전이었다.

전북을 막아낸 것이 이범수의 드라마라면, 전북을 꺾은 건 경남 외국인 선수들의 조화였다. 비교적 느리게 전개되던 경기는 두 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을 추가 투입하면서 불붙었다. 전북이 후반 9분 아드리아노, 후반 34분 티아고를 투입하며 차례로 공격을 강화했다. 경남은 후반 10분 조영철과 김효기를 빼고 쿠니모토, 파울링요를 투입하며 네게바, 말컹과 함께 외국인으로만 전방을 꾸렸다.

수비에 치중하던 경남은 후반 24분 이날 가장 인상적인 공격 전개를 보여줬다. 말컹이 하프라인 부근으로 내려가 공을 받으며 직접 드리블로 빌드업을 시작했다. 말컹의 드리블과 패스, 네게바의 드리블과 패스, 파울링요의 드리블과 패스, 다시 네게바의 볼 키핑과 패스, 말컹이 수비를 흔들어 놓고 날린 슛, 수비수에게 맞고 흐른 공을 쿠니모토가 재빨리 주워 올린 크로스까지 물 흐르듯 공격이 이어졌다. 전북 수비를 30초 동안 계속 흔들어 놓은 경남 공격진의 위력이었다.

골 장면 역시 말컹이 후방으로 내려가 공격을 시작하며 만들어냈다. 후반 36분 전북 센터백 홍정호가 멀리 차내지 못한 공을 말컹이 따내 몸으로 밀어붙이며 드리블을 시작했다. 홍정호, 최철순을 모두 돌파한 말컹이 네게바에게 패스했다. 네게바가 발 뒤꿈치로 진행 방향을 90도 바꾸는, 일명 ‘호날두 찹’으로 횡 드리블을 하다가 스루 패스를 했다. 쿠니모토가 대각선 침투에 이어 골을 터뜨렸다. 처음 공을 걷어낸 파울링요까지 감안하면 골 장면 역시 외국인 선수 전원이 만들어냈다.

전북은 말컹을 잘 봉쇄하는 팀이다. 특히 말컹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골대 근처 제공권은 홍정호를 중심으로 한 전북 수비진이 잘 막아냈다. 지난 4월과 마찬가지였다. 대신 말컹은 좌우로 크게 빠지며 전북 수비를 유인하고 흔들었다. 전반전에는 말컹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측면 돌파로 공격을 시작하고, 네게바의 슛으로 마무리된 상황도 있었다.

말컹은 지난해 K리그2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큰 키로 성큼성큼 뛰며 수비수를 몸으로 밀어내는 돌파는 체격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성공률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중거리 슛이나 크로스도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곤 했다.

말컹은 다시 한 번 돌파와 슛, 헤딩과 패스가 모두 가능한 만능 공격수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판단력이 부족해 패스 타이밍이나 돌파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김종부 감독도 이 점을 지적하며 말컹이 해야 할 일을 ‘문전 앞 마무리’로 단순하게 만들어 줬고, 말컹의 효율성을 높인 건 K리그1에서 득점 2위(15골)에 오를 수 있게 한 결정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말컹은 더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라는 점을 잘 보여줬다.

네게바의 드리블과 쿠니모토의 오른발, 두 선수가 모두 갖추고 있는 킥력은 경남 2선의 위력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다. 상대가 강팀일수록 말컹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넓고, 2선의 선수들이 역습 때 펼칠 수 있는 플레이가 다양해진다. 경남 공격은 전북전에서 한층 강력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기 후 김종부 감독은 말컹이 아닌 2선 자원들의 전방 침투를 노렸고, 경기 내내 잘 된 건 아니지만 결국 이 플레이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말컹이 봉쇄되고 수비가 무너지며 대패했던 지난 첫 경기를 잘 분석했다는 김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