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시작도 전에 뜨겁다. 최근 아시안게임은 금메달과 와일드카드 그리고 ‘병역 면제’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사실 이 대회는 1951년에 시작된 전통 있는 대회다. 2002년 이전에는 국가대표가 참가했기 때문에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졌었다. 아시안게임의 역사와 한국 이야기를 준비했다.

 

병역 면제 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는 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대회 역시 손흥민, 조현우 등 A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안팎으로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밖에서는 대회  운영 주체의 어설픈 행정이 대표팀을 흔들었고, 안으로는 선수 선발 논란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며 아시안게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락가락 조추첨, 이런 대회는 처음이야

아시안게임을 담당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대회 개막 전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남자축구의 경우는 조 추첨을 3번이나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어설픈 행정력이 여실히 드러나며 참가국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는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예선을 치르지 않는다. 참가 의사만 밝히면 어느 나라나  참가할 수 있다. OCA는 참가 의사를 밝힌 24개국 명단을 조 추첨 대행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제출했고, AFC는 지난 달 5일 조 추첨을 진행했다. 한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은 조 추첨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국 분석 및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문제가 터져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누락된 채 조 추첨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누락된 2개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7월 24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최초 조 추첨 결과를 무시하고 26개팀으로 다시 조를 편성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25일 오전, 기존 조 추첨 결과에 팔레스타인과 UAE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됐다.

그 결과 한국이 피해를 입었다. 한국이 속한 E조에 UAE가 들어오면서 조별리그 4경기를 치러야 하는 불리한 일정을 받았다.  한국이 속한 E조와 팔레스타인이 추가된 A조 팀들은 다른 조 팀들보다 조별리그를 더 빨리 시작하고,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라크가 아시안게임 참가를 포기하면서 다시 상황이 어수선해졌다. 이라크가 빠지면 C조는 3개팀만 남게 된다. 그럴 경우 어느 조는 조별리그를 4경기씩 치르고, 어느 조는 2경기만 치르는 상황이 나온다. 결국 OCA와 AFC는 나중에 추가된 팔레스타인과 UAE를 추첨해서 한 팀을 C조로 보내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UAE가 C조로 옮겨갔다.

 

황의조는 있고, 백승호는 없고’ 선수선발 논란

지난달 16일 김학범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 명단 20명을 발표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선발됐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이승우와 황희찬도 합류했다. 동 나이대를 넘어 A대표팀 주축 수비수로 선정한 김민재도 부름을 받았다.

논란도 따랐다.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건 와일드카드 황의조, 그리고 탈락한 백승호와 이강인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했다. 팬들은 반발했다. A대표팀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를 과거 인연으로 뽑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등 해외파 공격수들의 합류 시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나상호만으로 조별리그를 치를 수 없어 황의조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최근 기록과 컨디션만 보면 황의조를 선발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황의조는 이번 시즌 J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이번 시즌 컵대회 포함 14골을 넣었다. 최근 6경기에서는 6골을 넣는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활동 반경이 넓고, 전방 압박에 강점이 있다는 것도 김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과 잘 어울린다.

백승호와 이강인의 탈락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백승호는 이승우와 함께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김 감독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에도 백승호를 소집했다. 그러나 백승호는 훈련 막바지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백승호 측은 대회 전까지 충분히 회복할 수 있고 경기 출전에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컨디션과 체력을 100%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제외했다. 백승호는 현재도 소속팀 프리시즌에서 배제된 채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이강인은 툴롱컵에서 2~3살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며 주목 받았다. 김 감독도 툴롱컵에서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6월 인도네시아 전훈에 이강인을 소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발렌시아 구단이 선수 보호를 이유로 이강인의 훈련 소집을 거부하면서 불발됐다. 김 감독은 이강인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직접적인 평가를 못한 채 선발하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이강인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목표는 금메달, 변수는 역시 체력

한국의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획득이다.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에 도전한다. 조별리그 대진은 수월한 편이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바레인이 다크호스로 꼽히지만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은 한국이 충분히 꺽을 수 있는 팀이다.

중요한 건 체력안배다. 아시안게임은 필드플레이어 18명으로 대회를 치러야 한다. 게다가 이승우, 황희찬, 손흥민 등은 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 현지로 합류한다. 세 선수 모두 1차전 전에 합류하지만 시차 적응 및 컨디션 조절 등을 감안하면 조별리그 2차전이나 토너먼트부터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로테이션을 최대한 가동해 대회를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 조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공격은 개인 능력으로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니, 미드필더와 수비에서 누가 출전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만한 조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파주와 고양에서 진행하고 있는 훈련도 전체적인 조직을 맞추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역대급 폭염이 찾아온 탓에 덥고 습한 현지 기후에도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다.

한국이 E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할 경우, D조 2위를 16강에서 만난다. 베트남과 일본 중 한 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6강이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2018 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 진출했을 정도로 저력이 있다. 해당 연령대 선수들이 A대표팀 주축일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일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시안게임을 올림픽을 위한 준비무대로 삼는 모양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설 U-21 대표팀을 파견한다. 대학 선수들도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일본과 만나는 게 다음 라운드 진출에 더 수월할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우승인데, 결과는 과연?

한국의 전력은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국 중 최강으로 꼽힌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무려 4명이나 있다. 한국은 늘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강한 전력이었다. 그렇다고 매번 금메달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고비는 16강이 될 수 있다. 베트남과 일본 모두 까다로운 팀이다. 다행스럽게도 U-23 아시아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은 결승에 가야 만난다.

한국이 주의해야 할 건 방심이다. 상대가 약하다고 자만하면 안되고, 너무 일찍 분위기에 취해서도 안 된다.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하다 역습 한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손흥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손흥민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온두라스에 패하며 눈물을 쏟았다. 당시 경험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황인범도 지난 해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동티모르와 비긴 걸 예로 들며 “득점을 전반에 최대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축구는 결국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다. 한국이 먼저 선제골을 넣고 앞서간다면 어느 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글=김완주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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