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일단 선수들 모두 다 정신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끔은 분노도 필요하다. 쓴소리만 하는 리더가 아니라면 말이다.

 

FC서울 주장 고요한은 그라운드 위에서 언행일치를 하고 있다. 그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와 한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1라운드 경기에서 팀이 3-0으로 이기는데 일조했다. 공격수로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비며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고,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서울은 이날 경기 전까지 9위였다. 2연패에 빠졌었다. 지난달 28일 홈에서 한 20라운드 경남FC 경기에서는 경기를 뒤집고도 다시 역전패하기도 했었다. 당시 고요한은 경기가 끝난 후 한 인터뷰에서 선수단 전체를 향해 쓴 소리를 했었다. 적당히 잘하자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정신을 차려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했었다.

 

“매 경기 연승이 없기 때문에 집중하자고 했는데… 모든 선수가 정신 차리고 경기 뛰어야 할 것 같다. 덥고 힘들지만 플레이를 할 때, 이기고 있을 때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개인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고요한이 강한 어조로 선수단을 독려하기만 한 게 아니다. 주중에는 훈련을 끝나고 선수들을 따로 모아 식사를 하기도 했다. 10대부터 서울에서만 뛴 고요한은 누구보다도 팀을 잘 알고 있었고, 주장 완장을 차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그는 선수들과 찍은 사진에 “누구보다 외롭고 힘들겠지만, 서로 힘이 되어주자.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서울은 제주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주전 센터백인 황현수가 없는 상황에서 4백으로 수비 진영을 바꿨고 측면에서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고요한은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첫 번째 골이 나올 때 고요한이 빠르게 역습하다 조영욱에게 공을 내줬고, 조영욱이 한 크로스가 권한진 맞고 들어갔다.

 

고요한은 공을 잡으면 저돌적으로 돌파하며 제주 수비를 괴롭혔다. 제주 수비는 고요한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하는 움직임을 막지 못해 흔들렸다. 고요한이 수비를 헤집어놓자 측면에서 윤석영과 박동진이 좀 더 자유로워졌고 안델손과 마티치도 슈팅 기회를 좀 더 많이 잡을 수 있었다. 고요한은 서울을 이끌었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다. 고요한은 후반 42분 상대 수비 김원일의 팔꿈치에 맞아 눈 위가 크게 찢어졌다. 출혈이 카메라에도 보일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고요한은 붕대를 칭칭 감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드리블로 무너뜨린 후 왼발 슛을 날렸고, 이를 골키퍼가 쳐냈으나 신진호가 골대 안으로 다시 공을 밀어 넣었다.

 

서울은 고요한 활약 속에 4위 제주를 꺾고 다시 8위로 올라섰다. 이제 5위 제주와 승점 차이는 3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연패를 끊고 홈 경기장에서 팬들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게 의미 있다. 고요한은 주장 완장을 차고 승점 3점과 함께 서울이 가진 가치를 보였다. 싫은 소리만 하는 주장이 아닌 솔선수범하는 에이스 역할도 해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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