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K리그2 안산그리너스와 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로 있는 현직 A심판에게 배정정지가 내려졌다. K리그 규정에는 이 사안과 관련된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A심판에게 배정정지가 내려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K리그 현역 심판 소유 회사가 안산과 업무 계약을 한 건과 관련한 자체 조사에서 부도덕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라면서도 “해당 심판이 사전에 알았거나 관여한 정황이 없더라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심판위원회 결정으로 배정정지했다”라고 밝혔다.

해당 사안은 지난 23일 K리그 모 구단 팬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현직 심판과 안산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당 글에 따르면 안산이 지난 3월 스포츠과학 및 컨디셔닝 센터 B업체와 의료 지원 협약을 맺었고, B업체의 대표이사로 A심판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었다.

논란이 일어난 후 연맹은 ‘풋볼리스트’와 통화해서 “현재 당사자에게 경위 파악을 하고 검토 중에 있다”라고 말했었다. 이후 자체 조사를 진행한 연맹은 심판위원회를 거쳐 A심판을 배정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지난 25일 ‘풋볼리스트’와 한 통화에서 “연맹 규정에 ‘구단이 심판 소유의 회사와 계약을 할 수 없다’라는 구체적인 항목은 명시돼 있지 않다”라고 했었다. 엄밀히 따지면 규정 위반이 아님에도 심판위원회에서 배정정지를 한 것은 심판행동윤리강령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풋볼리스트’와 만난 연맹 관계자는 A심판의 배정을 정지하는 근거로 주의 소홀의 책임을 물은 것에 대해 “이번 사안을 A심판의 규정위반으로 보기 어렵더라도,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의심을 살만한 처신을 한 것이 심판행동윤리강령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 심판규정 제14조 2항에 따르면 ‘상기 제8조 3항, 제9조 6항, 제10조 부적격자 또는 위반자에 대하여 K리그 심판의 배정 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심판규정 제9조 6항은 ‘K리그 심판 행동윤리강령, 부정행위근절 서약을 이수(이행)한 심판만 경기에 배정 한다’는 내용이다.

연맹에서 A심판이 어겼다고 판단한 심판행동윤리강령에는 ‘경기장 내외에서 행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심판으로서의 신뢰와 공정함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심판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경기 당사자는 물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이해관계자와 전화, 대면 등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위 내용 중 “주의를 기울여”라는 대목에서 명시하고 있는 ‘주의’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외부인이 보더라도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일체의 의심을 갖지 않을 정도의 처신을 유지할 주의”를 뜻한다. A심판은 해당 내용에서 언급한 주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진 것이다.

A심판이 B업체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것은 맞으나, A심판과 안산 구단간의 전화, 대면 등 접촉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맹은 해당 심판 본인에게 계좌거래내역, 사업자등록증, 회사 구조도 등을 받아 자체 조사를 벌였고, 안산 구단과 협약을 맺은 B업체 C지점은 A심판과 별개로 독립된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노무법인에 의뢰한 결과, A심판과 C지점이 지시-감독 관계가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A심판도 연맹에 계약 당시에는 전혀 몰랐고, 사후에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구단 측도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A심판과의 유착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안산 측은 구단이 B업체에 서비스를 제공 받을 뿐 현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A심판과도 일체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안산과 B업체는 지난 29일 양자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연맹이 A심판의 배정정지를 알리면서 구체적인 경기 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징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활동하는 모든 심판은 연맹이 아닌 대한축구협회 소속이다. 연맹은 배정만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맹이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적용할 수 없다. 상벌위를 통해 선수, 감독, 구단 등에 내린 징계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할 의무가 있으나, 이번 배정정지건은 심판위의 재량으로 결정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심판 중 다른 직업을 병행하지 않고 심판을 전업으로 삼는 이는 드물다. 많은 심판들이 스포츠용품업이나 스포츠시설운영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후 이런 사례가 또 나올 수도 가능성이 존재한다. 연맹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올 것을 우려해 그 동안 심판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연맹 측은 “이전에도 공정성을 의심 받을 수 있는 행동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강조해왔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심판들에게 더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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