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남자들끼리 친해지기 위해서는 PC방에 가는 게 좋은 방법이다. 강원FC 선수들이 세대 차이 없이 어우러지는 방법은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다.

강원은 K리그1 2라운드 현재 2전 전승으로 3위에 올라 있다. 현재까지 조직력이 가장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외국인 선수 제리치, 맥고완이 초반부터 팀 전술에 잘 녹아들며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선수단의 단합 비결이 배그라는 이야기를 들은 ‘풋볼리스트’는 강원의 배그 고수라는 공격수 임찬울에게 소문의 진위를 물었다. 임찬울은 실제로 선수들끼리 배그를 자주 즐기며 많이 친해졌다고 이야기했다. ‘풋볼리스트’의 유도 심문에 넘어간 임찬울은 10년 선배 정조국의 부족한 배그 실력을 폭로하고 말았다.

 

풋볼리스트(이하 풋) : 안녕하세요. 강원의 연승 비결이 배그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락드렸어요.

임찬울(이하 임) :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항상 게임을 같이 하는 게 많은 도움을 주거든요.

 

풋 : 어쩌다 배그를 하게 된 건가요?

임 : 작년에는 카트라이더를 했어요. 저희가 함께 생활하니까 심심하잖아요. 훈련하고, 밥 먹고, 자유시간이 생기면 원래 삼삼오오 카페에 가곤 했어요. 그런데 카페도 한두 번이지, 곧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러다 어린 선수들이 PC방 가는 걸 보고 고참 형들도 가기 시작했어요. (정)조국이 형, (오)범석이 형, (황)진성이 형이 저희 팀 주축이자 고참 라인인데 다같이 배그를 하거든요. 이젠 우르르 다니는 문화가 됐죠. 선수들 중 반 넘게 배그를 하는 것 같아요.

 

풋 : 임찬울 선수가 절대강자인가요, 상위권 중 한 명인가요?

임 : 저는 우리 팀에서 상위권이긴 한데 그냥 제가 먼저 시작한 사람 중 하나라서 그래요. 고수는 (김)오규 형이요. 그리고 (이)근호 형이 되게 잘 하세요. 게임 감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뭐, 치킨 뜯는다는 말 아시죠? 이기면 치킨을 뜯는다고 하는데요. 게임 한 날에는 한 번 정도는 치킨을 뜯어 주죠. 물론 저녁은 선수 식단대로 먹어야 하니까 게임에서라도 치킨을….

풋 : 플레이스타일이 배그 스타일에도 반영되나요? 수비수들은 구석에서 ‘존버’한다든지?

임 : 그냥 게임 실력이 플레이스타일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근호 형처럼 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있으니까 차 타고 맵을 돌아다니면서 먼저 죽이러 가죠. ‘존버’ 하는 사람은 조국이 형인 것 같아요. 조국이 형은, 이거 말해도 되나? 게임 감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형 여기선 이렇게 하셔야 돼요”라고 알려줘요.

 

풋 : 정조국 선수 별명이 패트리어트 미사일이잖아요. 그러나 배그 속에서는 후라이팬 정도 위력밖에 없군요? 그래서 임찬울 선수가 달고 다니면서 하나씩 가르쳐 주는 거고요.

임 : 네? 그, 그렇죠. 그런데 달고 다닌다는 표현은 제가 안 썼다는 걸 확실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떻게 조국이 형을 달고 다니겠어요. 저는 그냥 도와주는 거죠. 조국이 형이 축구할 때와는 다르게 게임 속에서는 겁이 약간 있거든요. 갑자기 총 맞으면 깜짝 놀라고.

 

풋 : 배그가 왜 팀워크에 도움이 되나요?

임 : 같이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니까요. 서로 친해지는 계기인 것 같아요. 원래 카페 다니고 할 때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붙어다니기 마련인데, 게임을 같이 하면서 그게 없어졌어요. 제가 조국이 형과 10살 차이인데, 작년에 룸메이트여서 친하긴 하지만 약간 세대차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같은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우린 공통점이 있는 거죠.

 

풋 :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임 : 네. 제리치와 맥고완이 올해 처음 왔죠. 외국인 선수들도 예전같으면 쉬는 시간에 말 통하는 사람들끼리 나가서 심심하게 시간 때우다 올 텐데, 올해는 다같이 PC방 갈 때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한국어로 된 게임이라 중간 중간 헤매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풋 : 단골 PC방도 생겼겠네요?

임 : 네. 그런데 저희는 쉬는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하다가 돌아와서 다시 몸 관리를 하죠. 우린 프로니까요. PC방 단골 손님들은 막 집에 안 가고 거기서 컵라면 먹으면서 하시는 분들이니까 저희는 많이 안 가는 편이라고 봐야죠. 잠깐 잠깐 즐기는 거라 실력은 안 늘지만, 재미있어요. 강원도에서 근호 형, 조국이 형과 같이 다니면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요. PC방에서 사인해 달라고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도 많고요.

 

풋 : 중요한 시점인데 사인해달라고 오면 짜증나겠네요?

임 : 사실 그럴 때가 있긴 하죠. 게임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그러나 팬들께 짜증은 절대 내지 않고, 지금 하는 판이 끝난 다음에 사인 해드린다고 말씀드립니다.

 

풋 : 올해 K리그 목표와 배그 목표를 하나씩 말씀해주시겠어요?

임 : 네? 음, 먼저 K리그 목표는요. 제가 작년에 공격 포인트 5개가 목표였는데 4개밖에 못 했어요. 올해는 5개 목표를 꼭 채우고 싶습니다. 배그 목표는요, 제가 조국이 형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에 치킨 한 마리씩 뜯거든요. 올해 조국이 형이 독립하셔서 혼자 치킨 드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풋 : 임찬울 선수는 배그를 하신다기보다 ‘정조국 게이머 메이커’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임 : 음, 그런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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