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최윤겸(55) 감독과 부산아이파크에 2017년은 아픈 한 해였다.

최 감독은 강원FC를 이끌고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으나 지난 8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갓 승격한 강원을 중위권으로 올려놓고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산은 시즌 중 故 조진호 감독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목표로 했던 승격과 FA컵 우승도 모두 놓쳤다.

한 차례 좌절을 겪은 최 감독과 부산이 손을 잡았다. 양쪽 모두 2018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승격'이라는 목표를 두고 함께 하기로 했다. 부산은 최 감독은 선임하며 팀을 재정비하는 능력과 승격을 이끈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최 감독도 부산의 기대에 맞춰 '무조건 승격'을 외친다.

2001년 마흔 살의 젊은 나이로 부천SK(현 제주유나이티드)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한 최 감독은 대전시티즌과 강원FC를 거치며 나이가 들었다. 나이와 함께 경험도 많아졌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8년에는 터키 수페르리그로 건너가 연수 코치를 지내며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리그가 쉴 때면 외국으로 나가 축구장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을 구상한다.  최 감독이 K리그 대표적인 전술가로 꼽히는 이유다.

최 감독은 이제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과 함께 한다. 그는 스스로 '아버지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19일, '풋볼리스트'는 아들 같은 선수들과 함께 즐겁고 이기는 축구로 반드시 승격을 이루겠다는 최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인터뷰 최 감독과 전문.

- 지난 8월 강원FC에서 사임하고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4개월은 짧은 시간이다. 짧게나마 머리를 식히며 휴식을 취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왔고, 작은 아들(샤이니 민호) 일본 공연도 응원하러 다녀왔다. 축구도 틈틈이 챙겨봤다. 여러 경기장을 다니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전했다. P급 지도자 자격증 연수를 위해 영국에도 나갔다 왔다. 축구에 대해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다.

- 밖에서 축구를 보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나.

사실 스스로 연륜이 쌓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경기를 보고 영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안에서 안 보이던 문제점이 밖에서 보니 잘 보이더라. 특히 영국에서 강의를 들으며 전술적으로 세밀한 부분을 선수들에게 이해시키고 경기에 접목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공부했다. 어떻게 하면 지도자나 구단이 원하는 철학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색깔을 입힐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쉬는 동안 훈련 프로그램 구상도 많이 해봤다.

- 한창 공부를 하는 와중에 부산 감독으로 오게 됐다.

처음에 최만희 대표가 전화로 감독직을 제의했다. 예전부터 부산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팀이었다. 기업구단 중 유일하게 K리그 챌린지에 속해 있다는 점도 안타깝게 생각했다. 부산은 클래식 구단에 버금가는 스쿼드를 갖췄다. 그래서 ‘부산 감독을 맡으면 행복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평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의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락했다.

- 지난 13일 부산으로 내려와서 구단과 미팅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주로 나눴나.

부산이 승격플레이오프도 치르고 FA컵 결승 경기도 하면서 시즌이 늦게 끝났다. 그러다 보니 다음 시즌 선수단 구성이나 자유계약 선수 관련해 논의할 부분이 많았다. 밖에서 부산을 봤을 때 챌린지에 있을 팀이 아닌데 챌린지에 오래 있다 보니 선수들도 어느 정도 챌린지 분위기에 젖어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수단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구상 중이다. 평소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최만희 대표, 감독 경험이 있는 김상호 전력강화실장과 함께 서로 많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 많은 감독이 확실한 외국인 공격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 감독 역시 고민이 많을 텐데.

그렇다. 외국인 공격수 영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비디오를 통해 많은 선수를 보고 있다. 너무 많이 봐서 헷갈릴 정도다. 부산은 좋은 국내 공격수가 많다. 이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한다. 선수 개인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팀 컬러에 맞는 선수를 데려와 득점과 어시스트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강원에서 같이 있었던 마테우스도 개인 능력은 부족하지만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팀과 조화를 이뤄서 성공했다. 실패하면 안 되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팀이다. 외국인 공격수 2명이 공격포인트 10개 이상 해주면 나머지는 국내 선수들이 충분히 받쳐줄 수 있다. 외국인 공격수가 위협적이어야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 상대가 부담을 느껴야 이길 확률이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다.

- 공을 소유하고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축구를 선호했지만, 올해 강원에서는 그런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다.

강원에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촉박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라 개인의 특징이 뚜렷했다. 그런 부분 때문에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고 팀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공격보다는 수비에 먼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는 정조국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마땅한 센터포워드가 없던 것도 힘든 점이었다. 섀도우 공격수나 측면에서 더 위협적인 이근호를 센터포워드로 세우다 보니 장점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 부산에서는 다시 공격적인 축구를 할 생각인가.

크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부산은 선수들이 3~4년 동안 손발을 맞춰오면서 조직력이 좋다. 기존에 조진호 감독과 함께 해왔던 것들, 좋았던 점을 잘 유지하면서 내가 원하는 색을 입히면 좋은 결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은 선수들에게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할 것이다. 과거엔 형님 같은 감독이었는데 이제 아버지 같은 감독이 됐다. 선수들이 이제 아들 또래다. 가까워지려고 많이 노력할 생각이다.

- 형님에서 아버지가 됐다는 표현을 썼다. 고종수(대전), 박동혁(아산), 박진섭(광주) 등 젊은 감독이 많아졌다. 챌린지에서 안산그리너스 이흥실 감독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젊은 감독들이 많이 부임하면서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분명 젊은 감독들의 패기가 장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험이나 노하우도 무시 못 한다. 다른 팀에서도 선수들과 융화가 잘됐다. 부산에서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젊은 감독들 못지않게 선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편한 분위기는 유지할 것이다. 내가 선수들을 하루아침에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만들 수는 없다. 편한 분위기에서 가지고 있는 기량을 100% 발휘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 정석화, 박준태, 홍진기 등 주전급 선수들이 자유계약 대상자다. 이정협, 임상협 등도 클래식 팀이 노릴 만한 선수다. 내년에도 부산과 함께 하는 것 인가.

다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라 잡을 생각을 하고 있다. 수준도 높고,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우리를 위협할 선수들이다. 구단과 회의에서도 잡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함께 가지 않을 것이다. 나약하거나 개인적인 욕심이 우선인 선수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자루 속에 썩은 감자 한 두 개가 모든 감자를 다 썩게 만든다.

- 내년 부산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축구가 있나.

일단 목표는 승격이다. ‘무조건’ 승격이다. 책임도 질 것이다. 부산은 과거 축구 열기가 대단했다. 좋은 경기를 하면 팬들이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잃어버린 부산의 축구 열기를 찾아오고 싶다. 대전에 있을 때도 신나는 경기를 하면서 이기니까 팬들이 많이 와주셨다. 부산에서도 1년간 '올인'해서 좋은 축구, 즐거운 축구, 이기는 축구로 클래식에 입성하겠다. 경기에 지더라도 ‘정말 아깝게 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 강한 부산을 만들 테니 팬들도 많은 응원 해주시길 바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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