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시티를 세 번째 ‘펩의 팀’으로 만들었다. 그의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환경에 따라 모습을 바꿀 뿐이다.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 현재 17승 1무를 거둔 맨시티는 이미 EPL 사상 가장 강력한 팀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리그 기록을 돌파해 16연승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모든 대회에서 생존하며 4관왕 가능성이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과르디올라 특유의 축구가 EPL 안에서도 잘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자아낸다. 다른 팀보다 압도적인 패스워크로 득점 기회를 만들고, 수비할 때는 상대가 득점할 여지를 없애버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014년 나온 책 <과르디올라 컨피덴셜>에서 자신의 축구 원칙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 스페인 스포츠 언론인 마르티 페라르나우가 2013/2014시즌 동안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뮌헨을 밀착 취재해 쓴 책이다. 여기 등장하는 과르디올라의 계율 중 현재 맨시티를 잘 설명하는 부분들을 발췌했다. 과르디올라 축구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길잡이가 될지 모르는 문장들이다. 일부 내용은 원문을 축약해 옮겼다.

 

“경기장에서 쓰는 말은 모두 지시에 관한 용어들이에요. 저는 명령법을 자주 씁니다. 압박해, 균형을 맞춰, 아주 좋아, 이 정도 표현이면 당분간 충분할 것 같네요.”

과르디올라 감독이 매 경기마다 벤치 앞에 서서 뭘 그렇게 열정적으로 떠드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른 대목에서 경기 중에는 말이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단어로 줄이고, 대신 제스처를 많이 활용한다고 밝혔다. 유독 손짓이 복잡하고 눈에 띄는 이유다.

 

“우리는 바르사를 포함한 한두 개 정도의 팀과 맞서 싸울 때만 강한 압박을 가할 겁니다. 다른 팀들은, 글쎄요, 우리가 두세 번 정도만 강하게 압박하면 롱 볼에만 의존하면서 우리에게 공을 내주게 될 거예요. 우리는 준비해야 할 일이 더 있어요. 우리 수비진 머리 위로 긴 패스를 연결하려고 하는 팀들을 돌려세우는 것과, 세컨드 볼을 수비하면서 상대의 역습 시도를 저지하는 거죠.”

이 말대로 맨시티는 최근 상대를 숨 못 쉬게 하는 맹렬한 압박이 아니라 경기 흐름에 맞는 적당한 압박을 선호한다. 아예 하프라인 위에서 공을 빼앗아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황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시절에 비해 줄어들었다. 대신 상대팀이 무의미한 롱 패스를 하게 만든 뒤 수비수들이 공을 따내고, 빠른 공격 전환으로 득점하는 패턴을 많이 쓴다. 지난 17일(한국시간) 토트넘홋스퍼를 4-1로 꺾은 경기가 대표적이다.

 

“우리 팀에서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누구죠? 측면에서 뛰는 리베리와 로번입니다. 우리는 그 무기를 사용해야 해요. 중원의 한가운데를 장악해야 하지만, 대각선 패스로 측면 공간도 활용해야죠. 우리 팀 전체를 끌어 올려서 로번과 리베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뒤로 물러서면 플레이를 전개할 수 없으니까요.”

바르셀로나 시절 윙어였던 리오넬 메시를 중앙에 배치하며 ‘중앙 공격을 더 선호한다’는 말을 들었던 과르디올라 감독이지만, 사실은 바이에른 시절부터 측면 공격에 큰 비중을 할애한다. 바이에른 시절의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에 이어 맨시티에서는 라힘 스털링, 르로이 자네의 잠재력을 극도로 끌어냈다.

 

과르디올라는 위험을 막아낼 구체적인 방법 네 가지를 제시했다. ① 상대가 위험한 역습을 개시하기 쉬운 중원의 핵심 지역에서 공을 빼앗기지 말고, ② 선수들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15회의 패스를 이용하면서 움직임이 끊어지기 쉬운 지점에서는 서로 뭉쳐서 상대를 압박하고 빨리 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며, ③ 공을 빼앗겼을 때 그걸 처음 받은 선수(프리 맨)에게 강하고 효율적인 압박을 가하고, ④ 누가 프리 맨이 될지를 예측하고 그보다 더 빨리 반응하는 것이다. 이 모든 대비책에서 중앙 수비수의 경계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과르디올라식 수비의 원칙을 요약한 대목이다. 기본적으로는 위험 지역에서 공을 빼앗기지 않고 공격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공을 빼앗겼을 때는 상대의 ‘프리 맨’을 잘 제어하는 것이 기본이다. 팀에 따라 프리 맨은 후방 플레이메이커인 미드필더일수도, 리베로 스타일의 수비수일수도 있다. 이를 예측하고 먼저 반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늘 준비되어 있는 중앙 수비수다.

 

펩은 매일 보아텡과 몇 분씩 대화를 나누며 수비 조직의 기본 원칙을 알려줬다. 그 훈련 과정은 앞으로 10개월 간 보아텡이 부침을 겪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이런 식으로 매일 가르치는 게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 항상 에릭 아비달을 그 예로 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아비달은 30세의 나이에 기술과 전술적인 면에서 완전한 축구선수로 거듭났다. 절묘한 테크닉과 경기를 이해하는 능력을 겸비한 수비수로 성장한 것이다.

가는 팀마다 수비수들을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특별한 재주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제라르 피케와 아비달, 바이에른에서는 제롬 보아텡을 세계적인 수비수로 완성시켰다. 맨시티에서도 존 스톤스와 엘리아킴 망갈라를 더 나은 수비수가 되도록 인도하고 있다.

 

“패스를 위한 패스는 딱 질색이에요. 그놈의 티키타카. 쓸데없는 짓이죠. 분명한 의도를 갖고, 상대방의 골문을 향해 전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패스를 해야 해요. 패스하기 위해서 패스를 하는 건 아니죠.”

과르디올라 감독은 늘 ‘나는 패스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번 시즌엔 이 선언이 잘 지켜지고 있다. 기존에는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미드필더들이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지 못하며 무의미한 패스만 반복하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 현재 맨시티는 공수 전환이 빠른 EPL에 맞게 패스 횟수를 줄이고 최소한의 과정을 통해 전방으로 공을 전진시킨다. 과거에는 조금 공격 속도가 느리더라도 대형을 유지한 채 움직이는 걸 중시했다면, 현재 과르디올라는 더 과감한 속공을 시도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