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포츠탈장은 축구선수들이 겪는 대표적인 직업병이다. 국가대표 오른쪽 수비수 이용은 지난해 생긴 스포츠탈장으로 1년 넘게 고생하다 11월 말 수술을 통해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용은 유독 고생이 심했다. 처음 진료한 국내 병원은 일반적인 스포츠 탈장 부위와 다른 곳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용에게 “스포츠 탈장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일본으로 건너가 탈장 부위 두 곳에 인공복벽을 다는 수술을 받았다. 흔히 메시라고 부르는 얇은 막이다. 그러나 두 차례 재발했다. 올해 9월 독일을 찾아 한 군데에 인공복벽을 더 달았다. 통증이 여전하자 11월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수술을 집도한 울리케 무샤베크 스포츠탈장 전문의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연간 300회 넘는 스포츠탈장 수술을 집도했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무샤베크 박사를 찾았다. 프랭크 램파드, 앨런 시어러, 마이클 오언, 가레스 베리 등 잉글랜드 선수들과 마르코 베라티, 마리오 발로텔리 등 이탈리아 선수, 터키 대표 아르다 투란, 스페인 대표 사비 알론소 등이 대표적인 이름들이다. 사무실에는 그동안 수술을 받은 선수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이용은 경험 많은 무샤베크 박사에게도 특이한 환자였다. 인공복벽이 몸 속에 유착돼 오히려 통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인공복벽 없는 독특한 수술법으로 유명한 무샤베크 박사는 통증의 원인인 메시를 하나 제거하고 인근 신경 일부를 끊은 뒤 환부를 봉합했다. 이용에게 “이번 수술을 세미나에서 발표해도 되겠냐”고 허락을 받을 정도로 특이한 수술이었다.

스포츠 헤르니아(hernia)라고도 부르는 스포츠탈장은 주로 운동 선수들에게서 발생한다. 특히 축구선수들에게 흔하다. 최근 은퇴한 브라질 대표 카카가 스포츠 탈장으로 고생해 유명해졌다. 카카는 2009년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세계적인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신음하느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릎과 내전근 등 다양한 부상을 겪었지만 특유의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잃어버린 건 스포츠탈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국가대표 라이트백 후보군이었던 이용, 안현범이 현재 배제된 것도 스포츠탈장 때문이다. 그 외에도 차두리, 김남일, 홍정호, 신진호, 오반석, 양동현, 이상호, 이재성(수비수) 등 전현직 국내 축구선수들 다수가 스포츠탈장으로 고생했다. 몇몇 선수는 “우리 팀에 스포츠탈장을 겪었거나 지금 치료 중인 선수가 5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스포츠탈장은 장기가 제 위치에서 벗어나는 증상으로, 신체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보통 복벽에 발생한다. 근육과 근막 사이에 복막이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되는 상태다. 가장 흔한 건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이다(‘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참고). 심한 경우 탈장 부위가 볼록 튀어나온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격렬한 동작을 하는 운동 선수들의 직업병에 가깝다. 스포츠탈장 환자의 재활 경험이 많은 이일석 이지스튜디오 대표는 아이스하키와 축구 선수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야구 선수 중에는 투수들이 앓는 고질병이다. 야구에서 유일하게 다리를 쫙 찢으며 무리한 동작을 반복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무리가 가기 쉽다. 박찬호, 구대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축구 선수 중에서도 한쪽 다리로 반복적인 킥을 하고, 과격한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하는 선수들이 자주 걸리는 편이다. 신체 내구도를 넘어서는 동작을 반복하다보니 생긴다. 이용의 사례처럼 자신이 스포츠탈장인지 확진을 받지 못해 고통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구체적인 탐구가 진행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았다. 인공복벽을 쓰는 수술과 쓰지 않고 봉합하는 수술이 갈린다. 아예 수술 없이 재활만으로 필드 복귀를 이끌어준다는 치료법도 있다. 이용은 종종 동료 선수들로부터 스포츠 탈장 치료법을 묻는 전화를 받곤 한다.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은 격렬한 축구를 하다가 급성 탈장이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벼운 탈장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발발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운동 중 서혜부 통증을 느끼면 탈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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