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부담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면 유럽 친선 2연전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와 같은 상황이다.”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주 25일 이번 유럽 친선 2연전에 참가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언급했다. 거스 히딩크 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며 입지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오는 7일 히딩크가 지켜보는 앞에서 러시아와 경기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도 부담을 내비쳤다. 그는 “편하게 하는 친선전이 아니라 긴장 속에서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하는 첫 친선전인 이번 2연전은 중요하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 9.10차전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았다.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없었다. 선수도 보수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본선에 가지 못하면 모든 게 의미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선수를 볼 수 있는 기회이자 머리 속에 그린 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도 제한이 있다. 선수 구성을 원하는 대로 하지 못했다. K리그 선수를 모두 제외하고 해외파만 불렀다. 윤석영이 소집 전에 다치면서 풀백은 임창우와 오재석 밖에 없다. 신 감독은 “변칙적인 포메이션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과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지지만 않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실험도 못하고 비난을 받는 최악의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선수들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평가전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 감독이 부담스러운 가운데 태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이유가 여기 있다. 대표팀이 처한 상황과 선수 구성을 볼 때 다소 실험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이런 경기에서 선수들이 ‘발이 맞지 않는다’가 아닌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신태용호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내내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대표팀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불평할 수 없다. 이 고난은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 아쉬움을 말로 표현하면 저항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신 감독과 선수 모두 과감한 실험 속에서 희망의 증거를 보여야 한다. 다치지 않으려고 움츠러들면 나중에 더 큰 파도를 만날 수 있다. 부담을 내려 놓는 게 가장 어렵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내야 더 큰 길이 열린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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