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포메이션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지만 경기 영향력은 가장 떨어졌다. 팀이 구자철을 생략한 플레이를 했고, 구자철은 능동적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6일(한국시간) 홈구장 WWK 아레나에서 ‘2017/2018 독일분데스리가’ 2라운드를 갖고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아우크스부르크로선 무승부도 좋은 결과였다. 특히 전반전에 2-1로 끌려가다가 후반 44분 세르히오 코르도바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과정도 고무적이었다. 이번 시즌 영입한 마르첼 헬러와 코르도바가 교체 투입돼 각각 어시스트와 골을 기록했다.

팀은 좋은 플레이를 했지만 구자철에겐 아쉬움이 남은 경기였다. 통계를 통해 평점을 산출하는 후스코어드닷컴(www.whoscored.com)은 구자철에게 팀내 최저인 6.02점을 부여했다. 구자철이 특별히 나쁜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라 영향력이 부족했다.

패스 횟수 37회는 75분만 뛰고도 팀내 4위에 해당했지만, 1위인 바이어의 69회에 비하면 영향력 차이가 컸다. 성공률 89.2%는 준수하지만 위협적인 패스가 부족했다. 롱 패스를 2회 모두 성공시키긴 했지만 바이어가 무려 19회를 시도해 9회 성공시킨 것에 비교하면 시도 횟수가 부족했다. 결정적인 패스는 없다고 집계됐다.

패스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도 구자철은 눈에 띄지 못했다. 수비할 때는 공 탈취에 1회 성공했고, 파울을 2회 범했고, 상대 슛을 한 번 블로킹했다. 바이어가 각각 6회, 2회, 0회에 가로채기까지 2회 기록한 것에 비하면 구자철의 존재감은 역시 미약했다.

공격 상황에서 구자철은 단 하나의 슛도 날리지 못했다. 구자철보다 더 뒤에서 뛴 바이어가 슛을 3회 날린 것과 역시 대조적이었다. 바이어는 세 번 파울을 얻어냈고 구자철은 1회에 그쳤다. 구자철과 교체돼 중앙 미드필더로 들어간 라니 케디라는 20분이 못 되는 시간 동안 슛 1호, 공 탈취 1회로 두 부문 모두 구자철과 동등한 기록을 남겼다.

구자철이 경기에서 자주 소외됐던 건 팀 전술과 관련이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 마누엘 바움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구자철과 바이어의 역할을 완전히 나눴다. 바이어는 후방에 배치돼 수비할 땐 포백을 보호했고, 공격으로 전환할 때는 정확한 롱 패스로 기점 역할을 했다. 팀의 핵심이었다.

바이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로 활약한 것과 달리 구자철은 약간 혼란을 겪었다. 바이어보다 앞이면서 공격자원들 보다는 뒤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공격할 때 주로 롱 패스를 선택했다. 바이어와 두 센터백의 롱 패스 시도 횟수를 합치면 35회나 됐다. 묀헨글라드바흐보다 아우크스부르크 수비진이 훨씬 롱 패스를 많이 시도했다.

공격은 구자철을 거치지 않고 곧장 윙어나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됐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원래 스타일대로 뜬 공을 잘 따냈다. 이번 시즌 영입한 공격형 미드필더 미하엘 그레고리츠는 193cm나 되는 신장을 바탕으로 7회나 헤딩 경합에서 승리했다.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자원 4명이 따낸 공중볼은 12회였다. 묀헨글라드바흐 수비진 4명이 남긴 7회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롱 패스 비중이 높았다.

구자철은 자신을 거치지 않고 곧장 공이 날아가는 걸 그저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자철 특유의 플레이는 전반 28분 한 번 나왔다. 멋진 터닝 동작에 이어 스루 패스를 내줬으나 알프레드 핀보가손의 슛이 약해 어시스트는 기록하지 못했다. 다만 존재감이 없었던 이유를 모두 전술로만 돌릴 순 없다. 2선으로 공이 흘러나올 때 전방 압박을 하고 다시 패스워크를 시작하는 것, 상대 진영에서 공이 돌 때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 모두 구자철의 역할이었다. 둘 다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도 바이어와 비슷한 수비형 미드필더 운용을 좋아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두 센터백 아래로 내려보내 순간적으로 스리백을 만든 뒤 빌드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라 볼피아나’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신 감독이 꾸준히 시도했던 전술이다.

대표팀에서도 롱 패스 비중이 높다면 구자철 특유의 짧은 패스 트래핑, 좁은 지역 키핑 등을 보여줄 기회는 없다. 대신 열심히 뛰며 압박과 연결 고리 역할은 충실해야 한다. 구자철은 일단 부상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지만, 대표팀에선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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