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류청 기자= “(김)영권이 지금 뭐해야 해?”

 

신태용 감독은 깨알 같은 잔소리꾼이 됐다.

 

신 감독은 25일 저녁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한 훈련을 자주 멈췄다. 훈련에 앞서지시한 부분을 선수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넘어가지 않았다. 선수 이름을 부르고 그 선수에게 다시 지시를 하거나 질문을 던졌다. 분위기를 유려하게 끌어가던 신 감독은 이날만큼은 꼼꼼한 선생님이 됐다.

 

준비부터 달랐다. 신 감독은 이날 훈련장에 4.5m 간격으로 선을 열두 개 그었다. 확실한 목적이 있는 행동이었다. 그는 “우리가 최종예선 1차전부터 8차전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라인 간격이 너무 넓어서 실점율이 높아졌다”라며 “우리가 가두리 안에 성대 선수를 넣어 압박을 수월하게 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에게 공간을 너무 넓게 압박이 들어가다 보니 선수는 선수대로 힘들고 상대를 효율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똑 같은 라인을 만들어 시합 날까지 훈련할 예정이다.”

 

신 감독은 치밀하게 준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세하게 주문했다. 특히 언제 압박해야 하는지,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 확실히 말했다. “상대가 뒤를 보고 공을 잡으면 압박하고, 여유 있게 공을 잡으면 뒤로 물러서서 기다려라.” 신 감독은 직접 측면으로 공을 던져 선수들이 상황을 판단하게 만들었다.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대표 선수 정도되면 다 아는 내용이다.” (신태용)

 

신 감독이 선수들이 다 아는 내용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 슈틸리케 전 감독 곁에 있으면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모호함이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점유 축구’라는 큰 틀만 잡아두고 세밀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가까이 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신 감독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어느 위치에서 상대를 압박해야 하고 (어느 위치에서는) 물러나 지켜야 하는지에 관해 (지시를) 전혀 안 했다. 선수들 개인 능력에 의존했다.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봤다. 선수들에게 그런 위치나 간격 유지에 관해 조금만 (이야기) 해주면 선수들이 수월하게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수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신 감독은 세밀한 지시로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주의를 기울이길 바랐다. 그는 “이제까지 그런걸 잘 안 했다. 내가 (대표팀에) 있으며 그런걸(아쉬움을) 느꼈다. 선수들이 아는 내용이지만 한 번 더 상기시켜 주는 범위 내에서 말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임자를 비난하지 않더라도 전철은 밟지 않아야 한다. 신 감독은 그런 부분을 확실히 인식했다. 슈틸리케호가 디테일이 없다고 비난 받았던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신 감독이 한 훈련에는 슈틸리케호에는 없던 디테일이 있었다. 이제 이런 세밀한 지시가 경기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남았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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