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이동국은 만 19세에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고, 38세에 다시 붉은 옷을 입었다. 그는 슈퍼맨은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10차전에서 모두 선발로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동국이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그 의미를 살펴볼 이유는 분명하다. 

 

일찍 은퇴하는 선수는 30세 정도에 축구화를 벗기도 한다. 반면 이동국은 30세가 된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득점왕과 MVP를 수상하며 부활했고, 리그 정상급 활약을 9년째 이어오고 있다. 동년배 중엔 이미 은퇴해 지도자가 되거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인물들이 흔하다.

이동국이 스타덤에 오른 계기는 1998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대회였다. 이때 이동국과 김은중이 투톱으로 활약했다. 두 선수는 골을 많이 넣기도 했지만, 6경기 중 3경기에서 동시에 골을 넣으며 한국 공격을 나란히 이끌었다. 이동국 하면 김은중, 김은중 하면 이동국이 생각나게 만들었던 시절이다. 그 뒤로 두 선수의 파트너십이 본격적으로 재현될 기회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이름은 늘 붙어 다녔다.

김은중도 이동국과 비슷한 시기에 부활을 겪었다. 해외 생활을 거쳐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김은중은 제주의 2위 돌풍을 이끌며 K리그 MVP를 수상했다. 1년 전 이동국이 탔던 상이었다. 강원FC, 포항스틸러스, 친정팀 대전시티즌을 거친 김은중은 2014년 은퇴했다. 포항에서 K리그 클래식, 대전에서 K리그 챌린지 우승을 각각 경험하며 은퇴 직전에 트로피 맛을 봤다. 은퇴 후 벨기에의 AFC튀비즈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올해 초 감독 대행으로 좋은 지도력을 보이기도 했다. 2016/2017시즌 종료 후 튀비즈를 떠났다.

이동국은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U-20 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에 참가했다. 당시 동료 중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춘 설기현이 최근까지 국가대표팀 코치였다. 1월생인 설기현이 1년 선배지만 나이는 같다. 성균관대 감독을 역임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말년에 대표팀 코치로 긴급 투입됐고, 지금은 성균관대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998년, 1999년 대회를 모두 함께 했던 선수 중 이동국 다음으로 주목받은 건 김용대였다. 당시만 해도 김병지의 뒤를 이을 최고 골키퍼 유망주로 각광 받았다. 김용대의 국가대표 경력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지만 프로 경력은 부침을 극복해가며 꾸준히 지속해 왔다. 현재 울산현대의 주전 골키퍼다. 지난달 올스타전에도 참가했다. 이동국과 더불어 K리그의 대표적인 노장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보면 이동국보다 동갑인 대표적인 공격수로 마이클 오언이 있다. 오언은 1979년 12월 14일생이다. 이동국이 한국에서 주목받은 ‘1998 프랑스월드컵’, 오언은 대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에서 주목 받았다. 2001년 22세 나이로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전세계 1979년생 중 가장 먼저 ‘월드 클래스’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전성기는 짧았다. 2004년 리버풀을 떠난 뒤, 종종 ‘클래스’를 보여주긴 했지만 한 팀을 이끄는 활약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레알마드리드, 뉴캐슬,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스토크시티를 거쳐 2013년 은퇴했다. 이동국이 부활해서 펄펄 날 때 이미 하향세였다.

K리그를 거쳐 유럽 빅리그 득점왕이 된 걸로 유명한 그라피테도 이동국과 동갑이다. 2003년 안양LG(현 FC서울)에서 실패를 맛보고 돌아간 그라피테는 이후 잠재돼 있던 실력을 보여주며 뛰어난 공격수로 성장했고, 2008/2009시즌 독일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당시 팀 동료였던 에딘 제코도 그라피테의 활약상에 가렸을 정도였다. 2009년은 이동국이 부활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동국과 동갑인 슈퍼스타들은 상당수가 축구계의 변방에서 마지막 경력을 보내고 있다. 우루과이 간판 공격수였던 디에고 포를란은 인도의 뭄바이시티에서 뛴다.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는 미국 팀 뉴욕시티 소속이다.

아시아에서 이동국의 노장 라이벌이라 할 선수는 단연 팀 케이힐이다. 이동국이 K리그 간판인 것처럼, 케이힐은 호주A리그의 간판 스타다. 멜버른시티와 호주 대표팀 양쪽에서 여전히 활약 중이다. 원래 미드필더였던 케이힐은 점차 포지션이 앞으로 이동해 지금은 완전히 공격수로 뛰고 있다. 다만 호주 대표팀 득점은 지난해 9월 이후 멈춘 상태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득점했던 스위스 간판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는 지난 2013년 은퇴한 뒤 행정가,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다. 현재 친정팀 바젤의 유소년팀 감독이다.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윙어였던 데미언 더프는 모국의 샴록로버스에서 코치로 일한다.

이색 경력을 쌓아가는 인물들도 있다. 파블로 아이마르는 지도자, 행정가 등의 길을 가지 않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의 홍보대사로 선정됐는데, 조추첨식 등 주요 행사에 참석했을뿐 아니라 대회 기간 대부분 한국에 머무르며 경기장을 찾았다. 노르웨이 출신 장신 공격수 욘 사레브는 영화배우로 직업을 바꿨다.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한 편씩, 총 두 편의 장편 영화에 출연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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