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력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무시할 수 없다. K리그 득점 1위는 조나탄, 도움 1위는 윤일록이지만 설전의 승자는 따로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데얀과 염기훈이 인터뷰를 지배했다.

10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6라운드 ‘슈퍼 매치’를 준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이번 슈퍼 매치는 1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데얀이 받은 ‘리스펙트’

초반부터 데얀이 K리그에 남긴 역사를 인정하고 시작했다. 데얀은 K리그에서 9년째 뛰며 170골 39도움을 기록했다. 슈퍼매치에서도 역대 최다 타이인 6골을 넣었다. 데얀은 득점 선두 조나탄(19골)보다 자신이 나은 점으로 “한국에서 더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을 더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조나탄은 “(데얀보다 본인이 나은 점에 대한)질문은 애초에 받지 않았어야 한다. 데얀은 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역사를 이룩한 선수다. 내가 데얀이 일군 걸 반 정도 따라가면 그때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인정한다”며 데얀에 대한 존중을 밝혔다.

감독들도 데얀을 인정하긴 마찬가지였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조나탄이 훌륭한 건 맞지만, 겪은 과정과 기록을 볼 때 데얀에게 범접하긴 이르다. 몇 년 더 활약하면 그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요즘 같은 추세라면 조나탄이 데얀의 K리그 역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조심스런 반론을 제기했을 뿐이다.

염기훈의 여유 있는 ‘디스 배틀’

여유 있게 기자회견을 쥐락펴락한 선수는 염기훈이었다. 염기훈은 상대를 도발해 달라는 까다로운 요청을 받자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디스 배틀’을 시작했다. 염기훈은 “올해는 서울에 열세지만, 작년 FA컵처럼 중요한 경기는 우리가 이겼다”며 최근 열세를 뒤집는 논리를 펼쳤다. 이어 “우리 팬들은 서울 원정에 많이 가시는데, 서울 팬들은 우리 경기장에 많이 안 오시더라. 이번만큼은 서울 팬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며 ‘팬부심 공격’을 감행했다.

윤일록은 얼결에 염기훈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수원 원정에서 서울 팬들이 많이 안 가셔서 아쉬운 게 있는데 그걸 채워서 슈퍼매치가 흥행될 수 있도록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한다.” 윤일록이 “기훈이 형이 (도움왕) 상도 받아 본 사람이 받는다고 하셨는데, 저도 올해 받아서 앞으론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염기훈에 대한 공격을 하려 했지만 이미 설전의 승패는 갈린 뒤였다.

이미 24차례 슈퍼 매치에서 4골 7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에게 라이벌전의 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 자녀의 반응도 신경쓰인다.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아들과 딸은 경기를 너무 즐긴다. 그게 부럽다. 나도 경기장에서 좀 더 즐기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아들은 서울과의 경기가 어떤 의미인지 좀 아는 것 같다. 지고 들어가면 아들이 현관에서부터 아빠 수고했어'가 아니고 '왜 졌어?'라고 한다. 꼭 이겨서 '아빠 이겼어 축하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데얀 역시 딸에게 '아빠, 골 넣었더라. 축하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다.

염기훈은 슈퍼 매치의 의미를 정리하는 역할도 맡았다. 스타이자 베테랑으로서 슈퍼 매치를 경험해 온 선수만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확실히 다른 경기와 다르다.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는데, 없던 힘도 생긴다. 후반에 지쳐 있을 때 팬 응원 들으면 한 발 더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팀 선수가 경험하기 힘든 걸 우리만 경험한다. 선수로서 감사해야 하는 일이다. 은퇴하면 더 그리울 거다.”

 

수원에 강한 황선홍, 최근 강한 수원

맞대결은 서울이, 최근 흐름은 수원이 유리하다. 서울은 지난해 황 감독이 부임한 뒤 K리그에서 2승 1무, FA컵에서 1승 1패(수원 승부차기승)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황 감독은 “나 개인적으로 수원에 강했고 서울 부임 이후 지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최근 경기력과 순위는 수원이 더 우위에 있다. 수원은 승점 46점으로 K리그 클래식 2위, 서울은 승점 38점으로 5위다. 수원이 최근 6승 1무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서울은 4승 1무 2패로 주춤했다. 수원은 슈퍼매치뿐 아니라 선두 전북현대를 추격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승리가 절실하다. 염기훈은 “이번 슈퍼매치가 전북을 따라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국가대표 발탁보다 슈퍼매치만 생각하며 모든 걸 쏟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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