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평창] 한준 기자= 2017시즌 포항스틸러스에서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신화용(34)이, 수원의 리그 첫승을 이끌며 이름값을 했다. 극적인 페널티킥 선방으로 수원을 위기에서 구했다.

22일 강원FC와 원정 경기로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7라운드 경기. 후반 45분까지 2-1로 리드하던 수원은 추가 시간도 다 끝나가던 무렵 김경중의 크로스 패스를 조원희가 손으로 막으며 페널티킥을 내줬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화용은 페널티킥 허용 순간의 심장을 묻자 “허어...정말 이건.. 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판정하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마음이었죠. 워낙 수원이 작년부터 그런 경기를 많이 했고, 저도 여기 와서 경험했기 때문에...”

절망이 수원 선수단을 엄습한 순간, 신화용을 깨운 것은 또 다른 이적생 다미르였다. “그 와중에 다미르가 와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넌 막을 수 있다. 속으로 그래 막으면 되지. 그렇게 골대로 가서 집중했고, 다행이 심리 싸움이 먹혀서 막을 수 있었습니다.” 

페널티킥을 두고 ‘러시안 룰렛’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득점도 선방도 프로 수준에선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다. 철저한 분석과 준비, 심리전이 중요하다.

신화용은 강원의 전담 키커로 나서고 있는 디에고의 패턴에 대해 “분석은 했다”고 했다. 전반 16분에 실점했던 상황도 계산이 있었다. 

“이전 경기에서 차는 걸 봤는데 정중앙으로 차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이 친구가 선수가 움직이면 빈곳으로 차겠거니 했죠. 첫 번째 PK도 일부러 유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 반응이 반 박자 늦었어요.” 

신화용은 “유도를 안 하고 갔다면 막을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유도를 안 하면 어디로 찰지 알 수 없죠. 골키퍼 입장에선 애매해요. 유도를 하면 그쪽으로 차긴 하는데, 내 템포가 빠르게 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죠”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디에고가 한 번 더 차는 상황이 되자, 신화용에겐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더 생겼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그 선수가 그쪽으로 넣었기 때문에. 사실 골키퍼들은 일반적으로 반대로 뛰거든요, 성공한 곳의 반대로 찰거라고 보는 거죠. 전 그 친구가 그리로 넣었기에, 또 넣을 수있게 유도했는데, 그리로 차더라고요. 이번엔 더 집중했고, 더 빠르게 뛰어서 반응했습니다.” 

신화용의 선방 직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수단이 모두 신화용에게 뛰어갔다. 코칭스태프도 서로 얼싸안으며 달려 나왔다. 마치 리그 우승이라도 한 듯 한 분위기였다. 수원에겐 그 만큼 큰 의미를 갖는 승리였다. 모두가 우선 신화용에게 달려갔다.
“다들 한번 씩 와서 진짜 고맙다고 얘기해줬어요. 속으로는 그냥 엎드려서 천만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이게 잘못 됐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먼 원정에서 와서 첫승을 하고 가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신화용은 그래도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며 기뻐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인천전에 이기면서 분위기를 올라자고 얘기했는데, 그전에도 홍콩 이스턴전도 이겼는데 분위기를 올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계속 선수들끼리 무조건 이기자고 말을 많이했어요. 그래도 내심 선수들모두 불안한 마음이 있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들 오늘 몸이 가볍더라고요, 멀리 왔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를 장악했고, 잘 풀었고. 정신적으로 잘 준비했던 것 같아요.”

신화용은 최근 이기지 못하는 선수단에 야유와 욕설을 보냈던 수원 팬들이 이날 먼 원정을 따라와 응원해준 것이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신화용은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들은 경기에 이기지 못하면 미안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들어요. 경기장에 와서 그렇게 큰소리로, 뒤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는데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으면 팬들 기분도 우울해지죠. 팀에 합류하고 승리를 못해서 어깨에 짐이나 부담이 많았어요. 오늘 이겨내서 다행입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90분 내내 선수들도 열심히 뛰지만, 팬들도 내내 그렇게 응원해주시잖아요. 선수들이 못할 때 소리도 지르고, 욕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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