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슈틸리케 감독님이 절 보러 오신 건 아니겠죠.”

경직된 자세로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던 정재희(23)가 FC서울과 FC안양의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왔었다고 하자 웃음을 보였다. 농담을 반 섞어 건낸 말이었지만, 이날 정재희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브라질 공격수 조시엘 대신 투입된 정재희는 45분간 불꽃 같은 활약을 펼쳤다.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 서울 수비 두 명을 제친 이후 내준 패스를 김민균이 문전에서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유현의 선방에 아슬아슬하게 막혔다. 

정재희는 3분 뒤 하프라인 앞의 중앙 지역부터 단독 드리들로 속도를 내더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시도했다. 예리하게 골문 구석으로 향한 슈팅을 역시 유현이 선방했다. 꽤 먼거리에서도 힘있게 날아간 역동적인 슈팅이었다.

정해희는 다시 1분 뒤에 코너킥 공격으로 발생한 혼전 상황에서도 빠른 타이밍의 슈팅을 했으나 서울 수비의 육탄 방어에 걸렸다. 정재희는 공을 이어 받을 때마다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 시도로 0-2로 뒤져있던 안양의 기세를 높였다. 

정재희도 경기 후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아쉽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경기 초반에 버텨야 했다. 실점해서 아쉽다. 후반전에 한 골만 들어갔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경기였다. 많이 아쉽다. 해보니 우리가 그렇게 크게 뒤처지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골만 한 골만 들어갔으면 경기는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고 생각한다.”

정재희의 말처럼 서울 수비는 여러번 흔들렸고, 1골만 따라갔다면 연장전까지 경기를 끌고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안양은 후반 15분 알렉스, 후반 33분 김효기를 투입하며 화력이 더 강해졌다. 이들 중 가장 먼저 투입된 정재희는 김종필 안양 감독이 후반전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최근 K리그챌린지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주목 받던 선수다.

정재희는 지난 3월 25일 성남FC와 리그 4라운드 경기에 조석재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해 2-0 승리에 일조했다. 개막 후 3연패를 당하던 안양은 첫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진 4월 1일 대전시티즌과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11분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안양은 2-0 승리로 2연승을 이뤘다.

4월 8일 현재 K리그챌린지 선두를 달리는 경남과 6라운드 원정 경기도 접전이었다. 오히려 안양이 앞서갔다. 정재희가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깔끔한 트래핑에 이은 로빙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9분과 45분에 연속골을 허용해 1-2로 역전패했다. 석패했다.

정재희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4월 16일 서울이랜드와 7라운드 경기에서는 후반 35분 서울이랜드 수비 실수를 틈타 전방 압박으로 볼을 따내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하프라인 부근부터 돌파를 시작해 문전까지 치고들어간 뒤 마무리 패스로 최재훈의 추가골까지 도왔다. 3경기 연속골이자 4경기 연속 포인트.

리그 6경기 만에 3골 2도움에 도달한 정재희는 안양의 에이스다. 정재희는 상지대 3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안양에 입단했다. 2016시즌 36경기에 나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6경기만에 이 기록을 추월했다. 

서울전에도 정재희는 서울 스리백의 빈틈을 공략할 무기로 기대를 받았다. “계속 얘기를 들어왔다. 서울에 대한 팬들의 인식, 이겨줬으면 하는 마음 강해서 최선 다했다.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 정재희는 팀이 0-2로 뒤진 순간 들어가면서 위력이 반감됐다. 그래도 개인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감독님은 항상 저에게 자신있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했다. 마무리 안됐지만 과정은 좋았다.” K리그챌린지 1위팀 경남과 경기에서도 건재했고, K리그클래식 챔피언 서울의 주력 선수를 상대로도 여전한 모습을 보인 정재희는 슈틸리케 감독까지는 아니라도, K리그클래식 팀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한 모습이다. 

“요즘 컨디션 아주 좋고, 3경기 연속골 넣다보니 자신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저를 보러 오시진 않았겠죠. (웃음) 남은 경기 컨디션 잘 유지하고 앞으로 더 끌어올리고 싶다.”

정재희는 안양 팬들의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많은 팬들이 오셔서 소리 질러주고 응원해주셨다. 다음에는 승리로 보답하겠다. 꼭 클래식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안양은 정재희의 활약 속에 7라운드까지 진행된 K리그챌린지에서 6위에 올라 있다. 3승 4패로 승점 9점을 얻었다.  

선두 경남과 차이는 10점이지만, 2위 부산과 5점, 3위 부천, 4위 아산과 차이는 4점으로 플레이오프 진입권과 거리는 멀지 않다. 안산, 대전, 서울이랜드, 성남이 하위권을 형성 중인 가운데 안양은 중위권의 다크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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