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AS모나코는 경기 막판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한때 ‘질주의 상징’이었던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선수들이 걸어다닐 때도 모나코의 젊고 탄력 넘치는 선수들은 표범처럼 달려들어 공을 빼앗았다.

20일(한국시간) 모나코 스타드 루이 II 경기장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치른 모나코가 도르트문트를 3-1로 꺾었다. 앞선 1차전 원정 경기도 3-2로 승리했던 모나코는 두 경기 합산 6-3으로 4강에 진출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13일 열린 1차전 당시 선수단을 겨냥한 폭탄 테러로 받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이에 대해 감독과 선수들이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주말 분데스리가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모나코 원정이 초반부터 꼬였다. 전반 3분, 벤자맹 멘디의 중거리슛을 로만 뷔어키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했고, 여기 달려든 음밥페가 가볍게 밀어 넣어 모나코가 앞서갔다.

선제골 상황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멘디는 최근 프랑스 대표팀에서 기용되기 시작한 23세 수비수다. 측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도,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공을 순환시키는 것도 아니고 중앙 쪽으로 순식간에 드리블하며 위협적인 슛까지 날렸다. 하루 전 레알마드리드의 세계적 풀백 마르셀로가 한 플레이를 연상시켰다. 모나코는 과단성과 탄력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전반 17분 추가골도 빠르고 간결한 공격으로 이뤄졌다. 이번엔 측면을 따라 오버래핑한 망디가 도르트문트 수비를 분산시켰고, 음밥페와 토마 르마를 거친 간결한 패스 플레이가 크로스로 이어졌다. 라다멜 팔카오가 이 크로스를 다이빙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팀 속공의 정점을 보여준 플레이였다.

도르트문트가 선발로 들고 나온 포진은 3-4-2-1에 가까웠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두 번째 골을 내준 뒤 전반 27분 오른쪽 윙백 에릭 두엄을 빼고 우스망 뎀벨레를 투입하며 빠르게 과오를 인정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 누리 사힌을 빼고 레프트백으로 뛰던 하파엘 게레이루를 그 자리로 옮기는 동시에 왼쪽엔 마르셀 슈멜처를 투입해 팀에 에너지를 더했다. 이 조치는 후반 3분에 빠르게 효과를 봤다. 우스망 뎀벨레가 알마미 투레의 마크를 아랑곳 않고 밀고 들어갔다. 측면 돌파에 이어 중앙으로 내준 공을 마르코 로이스가 마무리했다.

그러나 투헬이 지략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려 한 반면,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에너지의 폭발력이었다. 모나코가 후반에 내놓은 교체 카드는 투톱이었던 팔카오와 음밥페를 차례로 빼고 나빌 디아르, 발레르 제르망을 투입해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후반 막판이 될수록 한 골이 급한 건 도르트문트였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은 모나코 쪽에서만 나왔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지쳐 걸어다니는 동안 모나코 선수들은 신체와 두뇌의 속도 모두 한결 빨랐다. 후반 36분 교체 카드인 제르망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르마의 대각선 전진 패스가 도르트문트 수비 발에 걸린 것이 오히려 어시스트처럼 되어 발레리 제르망 앞에 딱 떨어졌다. 갓 투입된 제르망은 이 경기 첫 번째 볼 터치로 공을 쓱 밀어 넣어 골을 터트렸다. 처음부터 르마의 인터셉트에서 비롯된 골이었다.

이 경기에서 도르트문트가 554회나 되는 패스를 돌린 반면 모나코의 패스는 194회에 불과했다. 패스 성공률은 84.8% 대 69.5%, 점유율은 69.4% 대 30.6%로 모두 도르트문트의 큰 우세였다. 그러나 득점 기회를 창출한 횟수는 모나코가 13 대 10으로 많았고, 절호의 득점 기회는 골 숫자와 똑같은 3 대 1이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스리백으로 좋은 경기를 한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우리 경기력이 부족했다”며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이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구축한 빠른 역습과 간결한 플레이는 모나코를 프랑스 최강으로 올려놓았고, UCL에서도 폭발력을 증명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토트넘홋스퍼, 16강에서 맨체스터시티를 꺾고 올라온 모나코는 도르트문트까지 잡아내며 ‘언더독’이 아니라 당당한 유럽 정상권 팀의 일원이라는 걸 증명해 냈다. 모나코의 19세 신성 음밥페는 이번 시즌 처음 참가한 UCL에서 7경기 5골을 기록 중이다. 한때 UEFA 유로파리그 최강 공격수였던 라다멜 팔카오는 유럽 대항전 통산 45호골을 달성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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