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스포츠 스타였다. 그러나 호날두의 동생을 자칭하던 사람들은 실망감이 쌓인 뒤 리오넬 메시를 연호하며 그를 비꼬았다.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당일 입국한 유벤투스가 항공편 운항 지연과 교통 체증 때문에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고, 킥오프가 50분 지연됐다. 또한 45분 이상 출장할 것으로 알려져 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지 않는 등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경기였다.

8시 킥오프로 예정된 경기장에 4시 30분경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다. 똑같이 6만 석이 꽉 찬 경기 중에서도 유독 열기가 컸다. 체감 분위기는 A매치 이상이었다. 이날 내린 장대비의 여파로 습도가 엄청났지만 관중들은 관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렇게 호날두 팬이 많아?”라고 웅성거렸다. 인기 디자인으로 유명한 유벤투스 유니폼은 최신 버젼으로 맞춰 입고 온 팬이 많았다. 마킹은 대부분 호날두였다. 한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팬들을 수십 명 세어 통계를 내 봤다. 호날두 마킹과 아무 마킹 없는 유니폼이 각각 40% 정도였다. K리그 유니폼이 10%를 조금 넘겼고, 호날두가 아닌 유벤투스 선수 마킹은 10%가 조금 안 됐다.

경기장에서 호날두에 대한 기대가 치솟는 건 당연했다. 킥오프가 약 50분 늦는 건 축구장에서 최악의 사태에 가까웠지만, 관중들은 이때까지 너그러웠다. 워밍업에 호날두가 빠져 있는 것만 봐도 이날 뛰지 않을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이때까지도 관중들은 희망을 가졌다.

전광판에 호날두의 얼굴이 잡힐 때마다 큰 환호를 보낸 건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와 모습을 보여라’라는 요구였다. 호날두는 첫 환호를 받았을 때 손을 흔들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들어 핸드사인을 보내는 등 관중들과 호흡하려 했다.

호날두에 대한 젊은 팬들의 애정은 단순한 응원 이상이다. 호날두와 메시 중 누가 더 나은지 싸우느라 온라인에서 호날두 팬덤은 점점 공고해졌고, 심지어 호날두에게 조롱에 가까운 각종 별명을 붙이는 것 역시 애정의 표현 방식이었다. 인기 측면에서 호날두가 메시를 앞질렀다는 건 여러 세계적인 통계로도 확인되지만 특히 국내에서의 열광은 컸다.

이를 아는 카메라는 벤치에 있는 호날두를 집요하게 찍어댔다. 두 팀 벤치에는 호날두 말고도 여러 스타가 있었다. 유벤투스 측에는 호날두 다음으로 유명한 잔루이지 부폰 역시 벤치 멤버였다. K리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고려하더라도 팀 K리그 벤치에는 '나은이와 건후 아빠' 박주호라는 TV 예능 스타가 앉아 있었다. 카메라는 이들을 한 번도 잡지 않고 호날두만 보여줬다. 그래서 환호 혹은 야유를 할 기회가 더 많았다.

‘호동생’들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건 후반전이 시작될 때 유벤투스가 한 명도 교체하지 않는 걸 본 시점부터였다. 호날두는 하프타임에도 몸을 풀지 않았고, 이번엔 누구나 호날두의 결장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호날두가 전광판에 잡히자 환호보다 야유가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 막판이 되자 메시의 이름을 부르며 노골적으로 호날두를 비꼬기에 이르렀다.

경기 전 사인회에 참석한 팬들은 경기 관중보다도 더욱 호날두 팬의 비중이 컸다. 경기장에서는 그나마 마리오 만주키치 등 다른 선수들의 유니폼이 보였지만, 사인회는 거의 전부가 호날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유벤투스 팬 중 새로 유입된 ‘호날두 개인 팬’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 잘 보여줬다. 그러나 호날두는 이 사인회도 걸렀다. 유벤투스와 경기 주관사 더페스타는 호날두의 엄청난 인기를 활용해 대형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호날두를 어느 행사에도 활용하지 않은 뒤 아직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사과가 포함된 입장을 밝힌 건 한국프로축구연맹뿐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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