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의 팬뿐 아니라 오랜 K리그 팬과 유벤투스 팬들이 스타를 만날 소중한 기회까지 방해한 셈이 됐다.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3-3 무승부로 끝났다. 유벤투스의 ‘지각’으로 킥오프가 약 50분 지연됐고, 45분 이상 뛰는 걸로 알려져 있던 호날두가 벤치만 지키면서 큰 논란을 낳은 경기였다.

호날두가 기대와 달리 경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관중들이 경기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었다. 올스타전도, 해외 구단의 방한 경기도 느슨하고 긴장감 없게 전개되기 일쑤지만 이날 경기장을 밟은 두 팀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팀 K리그는 상대팀 지각으로 킥오프가 미뤄지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2010년 K리그 올스타는 바르셀로나 상대로 2-5 대패를 당한 바 있다. 이번 팀 K리그는 더 높은 집중력으로 기회마다 골을 마무리했다. 오스마르, 세징야, 타가트의 골 모두 과감하고 정확한 마무리 슛이 돋보였다. 조현우와 송범근 골키퍼는 여러 차례 선방으로 탄성을 자아냈다.

유벤투스 역시 호날두를 제외한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장했다. 스타팅 라인업 중 스타가 아니라고 할 만한 선수는 2군 유망주 시모네 무라토레, 피에트로 베루아토 둘뿐이었다. 골살로 이과인, 마리오 만주키치, 미랄렘 퍄니치, 마티아 더리흐트, 주앙 칸셀루,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등 잘 알려진 선수들이 선발로 뛰었다.

후반전에도 블래즈 마튀디, 아드리앙 라비오, 레오나르도 보누치, 특히 잔루이지 부폰이 교체 투입되면서 유벤투스는 최대한 다양한 스타들을 보여줬다. 사실상 호날두 빼고 총출동했다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받았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주앙 칸셀루 두 명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 중이었지만 팀 K리그를 상대로도 선발로 나서 경기 막판까지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부폰은 후반전 교체 출장되면서 호날두 대신 환호를 받았다. 부폰은 골문 앞에 선 뒤 왼쪽, 오른쪽, 등 뒤의 팬들에게 차례로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했다. 경기 후 유벤투스 대표로 인터뷰에도 참여하며 호날두 대신 간판스타 역할을 했다. 만주키치, 베르나르데스키 등은 최선을 다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 대부분은 호날두를 보러 왔지만, 그렇지 않은 팬들도 있었다. 팀 K리그를 응원하는 관중들은 이날 경기에 나선 이동국, 윤영선, 홍철뿐 아니라 한 명도 선발되지 않은 부산아이파크 등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챙겨입고 와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호날두와 무관하게 유벤투스 선수들을 보러 온 팬들도 일부 있었다. 마우로 카모라네시 등 과거 유벤투스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온 중장년 팬들이 일부 눈에 띄었다. 한 15세 팬은 자신이 태어나기 7년 전인 1996/1997시즌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왔다. 그는 “6세 때부터 유벤투스 팬질을 해서 이제 10년차가 됐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K리그와 유벤투스를 응원하러 온 팬들 역시 호날두 출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축구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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