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의 가장 큰 적은 이번에야말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구단 안팎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리버풀은 4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에서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를 가진 리버풀은 지역 라이벌 에버턴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올해 첫 경기에서 맨체스터시티에 패배한 뒤 4승 4무 1패로 비교적 부진했다. 결국 29라운드를 통해 맨체스터시티에 역전 당한 리버풀은 승점 1점차로 2위가 됐다.

에버턴을 상대로 위르겐 클롭 감독이 보여준 전술과 표정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클롭 감독은 최근 득점이 저조한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벤치로 내리고 디보크 오리기를 깜짝 선발로 내보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공격을 강화해야 하는 후반에 공격 숫자를 전혀 늘리지 않고 오히려 사디오 마네를 아담 랄라나로 교체하는 둥 수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감한 승부수를 두지 못했다. 경기 후 이 점을 지적받자 “축구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현지 취재진에게 따져붇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리적인 문제를 먼저 인정하고 나선 건 주장인 조던 헨더슨이다. 헨더슨은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축구는 심리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물론 재능도 중요하다. 우리는 재능 넘치는 선수가 많은 팀이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서는 우리의 정신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 성취하길 원해야 성취할 수 있다. 경기장에서 그럴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우리 몫이다.”

헨더슨의 말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도 적용된다. 리버풀은 지난 UCL 16강 1차전에서 홈으로 바이에른뮌헨을 불러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날도 리버풀은 바이에른의 수비적인 전술 앞에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공격 숫자를 늘리지 않은 채 소극적인 교체만 했다. 다가오는 14일 원정 2차전에서 반드시 득점해야 하고, 골을 넣지 못할 경우에는 0-0 무승부 후 연장전을 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샘 앨러다이스 전 감독은 ‘폭스스포츠’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압박감이 막대할 것이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겨우 1패만 허용했다. 그들의 지금 모습은 몇 년 전 로저스 감독 아래서 우승에 도전하다 실패했을 때처럼 공포에 찬 듯 보이다”라고 말했다.

“클롭 감독 앞을 당연히 가로막을 수밖에 없는 큰 장애물이다. ‘우리 팀이 정신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계속 도전해 우승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장애물 말이다.”

리버풀은 전통의 강호지만 1989/1990시즌 이후 EPL(구 1부리그 포함)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늘 우승 전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두 번이나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에 미끄러졌다. 리버풀은 2008/2009시즌과 2013/2014시즌 크리스마스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기에 역전을 허용하며 2위에 머물렀다. 지난 10년 동안 크리스마스 선두 팀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이 둘뿐이다. 선두를 지키는 데 유독 약한 모습을 세 번째 보여주고 있다. 징크스처럼 자리 잡은 ‘2위의 저주’가 리버풀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옭죄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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