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리버풀 스리톱의 부진은 변칙 전술로 가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24일(한국시간) 리버풀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가진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1점을 추가한 리버풀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상승세를 탄 2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차가 1점에 불과하다.

리버풀이 유리한 경기였다. 맨유는 경기 전부터 네마냐 마티치, 앙토니 마르샬이 부상으로 빠진데다 전반전에만 교체카드 세 장을 쓰며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리버풀의 공격은 명성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슛 시도가 리버풀 7회, 맨유 6회로 별 차이가 없었다. 리버풀의 유효 슛은 단 1회에 불과했다.

리버풀 스리톱의 부진이 특히 심각했다. 리버풀은 늘 구사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전반 31분 부상으로 다니엘 스터리지와 교체됐다. 모하메드 살라는 후반 34분 디보크 오리지가 투입될 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사디오 마네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주전 스리톱의 슛은 살라가 날린 무기력한 프리킥 단 하나뿐이었다. 세트플레이가 아닌 상황에서 세 선수가 날린 슛은 단 하나도 없었다. 셋이 합쳐 38골을 넣고 있는 스리톱의 기록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조했다.

 

‘헤비메탈’ 진화 위해 4-2-3-1, 4-4-2 도입했으나

리버풀의 기본적인 전략은 늘 4-3-3 포메이션에 기초한 압박 축구다. ‘헤비메탈 축구’로 잘 알려진 위르겐 클롭 감독의 전방압박 중심 전략은 언제나 리버풀이 꺼내들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그러나 클롭 감독은 이 축구를 90분 내내 가동하기엔 체력 부담이 크고, 경기 일정이 버거운 EPL에서는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부상과 체력 고갈 등 위험요소가 커진다는 점에 착안해 좀 더 느린 템포의 경기 운영을 고민해 왔다.

시즌 초반 리버풀이 내놓은 대안은 제르당 샤치리를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4-2-3-1이었다. 샤치리는 주전 스리톱의 로테이션 멤버로 영입됐지만, 시즌 초반에는 주전 스리톱과 함께 ‘판타스틱 4’를 이루는 경기가 잦았다. 새로운 공격 조합을 통해 체력소모가 덜한 축구를 시도하는 과정이었다.

12월부터 미드필더 파비뉴가 본격적으로 전력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대안이 부각됐다. 파비뉴는 4-3-3보다 4-4-2 또는 4-2-3-1에서 더 활약하는 선수다. 파비뉴가 미드필드의 중심을 잡으면, 나비 케이타 또는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이 중앙 미드필더 위치를 떠나 측면 미드필더처럼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살라와 피르미누를 모두 중앙에 배치해 호흡을 맞추게 하는 등 공격 조합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기 중 유연하게 4-4-3과 4-4-2를 오갈 수 있게 한 전략이다.

맨유를 상대로도 ‘가변 포메이션’ 전략이 동원됐다. 리버풀은 4-3-3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베이날둠을 측면으로 자주 이동시키며 4-4-2처럼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27분 중앙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 대신 샤치리를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4-2-3-1로 전환했고, 잠시 후 살라를 정통 공격수 오리지로 교체하며 아예 4-4-2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느 카드도 리버풀의 답답한 공격을 해소하지 못했다.

 

클롭 “살라 부진 이유? 나도 딱히…”

리버풀의 득점력은 예전 같지 않다. 리버풀은 최근 5경기(컵대회 포함)에서 4무 1패에 그쳤고, 특히 최근 두 경기는 모두 0-0 무승부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만난 바이에른뮌헨과 맨유 모두 리버풀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철저한 수비 전략을 택했고, 이는 성공했다. 결국 클롭 감독의 다양한 보완책은 약팀 상대로 어느 정도 통했지만, 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진검승부에서는 결국 효과를 내지 못했다.

클롭 감독은 ‘헤비메탈 축구’를 진화시키려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오히려 장점까지 퇴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네, 살라, 피르미누는 속공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지공 상황에서 경기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속공 기회를 억지로 창출할 수 있었던 ‘헤비메탈 축구’와 달리, 좀 더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하는 현재 전략이 공격진이 무기력증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살라는 좁은 공간에서도 어느 정도 공을 지키며 상대 수비를 유인할 수 있는 선수지만 이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마네는 스피드를 활용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문전 침투에 이은 득점, 측면에서 내주는 정확한 크로스 등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지만 역시 맨유전에서 어떤 장점도 나오지 않았다. 샤치리, 스터리지, 오리지 모두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올해 치른 9경기(컵대회 포함)에서 스리톱이 넣은 골은 총 10골이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세 선수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클롭 감독은 살라가 왜 부진하냐는 질문을 받고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살라는 오늘 경기력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다. 누구나 안다. 우리가 살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어떻게 뛰게 만드느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바이에른의 다비드 알라바, 맨유의 빅토르 린델뢰프와 루크 쇼 등 수비수들이 살라를 잘 연구하고 틀어막았다는 생각도 이야기했다. ‘긍정왕’답게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클롭 감독은 전술로 선수들을 살려내거나, 특유의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불어넣어 과감한 돌파를 되찾게 도와야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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