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르셀로나는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축구 철학으로 유명한 팀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세비야처럼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오히려 리오넬 메시만 바라보는 소극적인 축구를 해야 역전이 가능하다.

24일(한국시간) 스페인의 세비야에 위치한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2018/2019 스페인라리가’ 25라운드를 가진 바르셀로나는 세비야에 4-2 승리를 거뒀다. 세비야가 전반전을 2-1로 앞선 채 마쳤지만 바르셀로나가 후반전에 3골을 몰아쳐 역전했다.

메시의 활약상이 큰 화제를 모은 경기였다. 메시는 전반 26분, 후반 22분, 후반 40분 세 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특히 첫 골은 이반 라키티치의 크로스를 완벽한 타이밍과 자세로 맞춰 만들어낸 발리슛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스루패스를 제공해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현역 선수 중 최강자인 메시는 이번 시즌 한 경기 4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경기가 세 번째, 해트트릭도 세 번째다.

메시의 통산 50번째 해트트릭이다.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44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6회를 기록했다. 또한 프로 선수로서 세비야를 21차례 만나 단 한 경기만 빼고 모두 골이나 도움을 기록했고, 총 21골 13도움을 올리며 세비야 역사상 가장 두려운 선수의 모습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 25골로 유럽 '빅 리그' 최고 골잡이 기록도 이어갔다.

전반전은 세비야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결 뛰어난 지배력을 보였다. 세비야는 4-4-1-1 포메이션으로, 바르셀로나는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함께 이반 라키티치, 아르투로 비달을 미드필드에 배치했다.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 부스케츠와 함께 에너지 넘치는 스타 미드필더 두 명이 동시에 기용됐다.

그런데 세비야의 마르코 로크, 에베르 바네가 중원 조합은 숫자가 두 명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세 명을 상대로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의 무기력한 30대 미드필더들과 달리 세비야 중원은 에너지가 넘쳤다. 또한 측면 자원들과 공격 자원들의 수비 가담 역시 세비야가 명백히 더 나았다. 점유율은 바르셀로나가 높았지만 의미 있는 공격전개는 세비야가 더 자주 보여줬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후반전 들어 중원 장악을 포기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비달을 빼고 윙어 우스망 뎀벨레를 투입했다. 부스케츠와 라키티치가 수비라인 앞을 지키며 빌드업을 하고, 메시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해 4-2-3-1 포메이션이 됐다.

미드필드 장악을 포기하고 수비라인 앞만 보호하는데 집중하면서 메시에게 더 자유로운 공격을 보장한 변화였다. 이 변화가 효과를 발휘했다. 메시는 세비야 수비진과 미드필드 사이를 느릿느릿 돌아다니다가 꼭 필요한 순간마다 속도를 붙여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교체 투입된 뎀벨레가 메시에게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34분 쿠티뉴 대신 투입된 유망주 카를레스 알레냐까지 메시의 세 번째 골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교체 카드가 모두 적중했다.

바르셀로나는 중원에서 패스를 자유롭게 돌리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교체 투입한 풀백 세르지 로베르토와 윙어 뎀벨레를 활용해 오른쪽 측면을 확실하게 공략했다. 이를 통해 전방으로 운반한 공은 메시가 마무리했다. 팀 전체의 역량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일부분에 집중해 만들어낸 역전승이었다.

메시의 영웅적인 활약 아래에는 더 이상 경기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는 바르셀로나의 현실이 있다. 바르셀로나는 전통의 4-3-3 포메이션을 스타 선수로 꽉 채워 경기에 나섰지만, 세비야에 오히려 압도당했다. 경기 지배를 포기하고 실리 축구로 돌아선 뒤 역전이 가능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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