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가고시마(일본)] 김정용 기자= 신재원은 국가대표 감독의 아들로 살아오며 대표팀을 퍽 가깝게 느껴 왔다. 신재원에게 태극마크는 추상적인 꿈이 아니라, 단계별로 쟁취할 수 있는 눈앞의 목표다.

FC서울이 전지훈련 중이던 2월 초 일본 가고시마에서 신재원을 만났다. 신재원은 신태용 전 국가대표 감독의 아들로 먼저 알려진 선수다.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경험이 있고, 고려대에서 활약하다 이번에 서울의 신인으로 발탁됐다. 서울이 신인 선수를 대거 기용해야 하는 상황을 틈타 많은 출장시간을 노리고 있다. 원래 측면 공격수였지만 3-5-2 포메이션을 자주 쓰는 서울 상황에 맞춰 공격적인 윙백으로 캐릭터를 바꾸려 시도 중이다.

 

▲ 아빠에게 배운 것과 배우지 않은 것

“신태용 아들로 불리는 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커 왔으니까. 저는 그걸 즐기는 편이고, 제가 잘 하면 앞으로 신태용 아들이 아니라 신재원으로 불릴 거라고 생각해요. (최용수) 감독님도 아빠 이야기로 농담을 하시는데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에요.

아빠 경기를 보긴 했는데 어렸을 때라 플레이스타일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 말로는 아빠는 여우 같고, 저는 스피드로 축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둘이 다른 종류의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게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키도 제가 좀 크고.

저의 타고난 장점은 스피드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빠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키가 크면서 스피드도 빨라졌어요. 훈련을 따로 한 게 아닌데 갑자기 많이 빨라지면서 장점이 됐어요.

크로스와 킥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같이 많이 훈련하면서 제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아빠에게 감사해요. 감독 생활을 시작하시기 전까지, 그러니까 함께 호주에 있을 때 많이 상대해 주셨거든요. 집 앞 공원 같은 곳에서 아빠가 킥을 가르쳐주곤 했어요. 좋은 기억이죠. 우리 아빠에게 배운다는 건. 저는 바로 옆에 있는 아빠에게 ‘이거 어떻게 해?’라고 물어보면 다 가르쳐주시니까, 저의 가장 큰 어드밴티지였다고 생각해요.“

 

▲ 공격수가 아닌 서울의 주전 윙백이 되기 위해

“전지훈련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뛰고 있어요. 대학교 때까지는 주로 스트라이커나 윙포워드를 봤는데, 작년부터 한두 경기씩 오른쪽 수비를 보다가. 편한 것 같고 제 장점이 많이 나오는 포지션인 것 같아서 아예 전향하게 됐습니다.

윙백 자리에서는 제 장점인 스피드와 킥이 잘 발휘되는 것 같아요. 윙백은 공격진에 올라가면 공격수가 되는 거고, 크로스를 자주 올려야 하잖아요. 지금도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 크로스를 마스터해서 ‘신재원 하면 크로스’라는 인식이 완전히 생길 정도가 되면 좋겠어요.

전지훈련에서 저와 오른쪽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윤종규 선수가 친구예요. 프로 데뷔를 저보다 빨리 해서 벌써 3년차지만 청소년 대표 때부터 함께 공을 차 온, 좋은 친구예요. 잘 경쟁하면 둘 다 발전해서 서울에 도움 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윙백은 수비도 해야 하고 공격도 해야 하잖아요. 저는 공격수 출신이고 종규는 꾸준히 수비수를 봐 왔어요. 제가 종규에게 배울 점이 있듯이 종규도 저에게 공격적인 면을 배우면 감독님께 행복한 고민을 안겨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를 밀어낸다기보다 둘 다 열심히 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함께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싶어요. 일단 제 목표는 50% 이상 출장하는 거예요.

한국에서 제일 뛰어난 선수들만 프로에 올 수 있는 거잖아요. 서울 형들을 보며 많이 배워요. (박)주영이 형을 보며 공격수의 움직임과 결정력을 배우고, (고)요한이 형과 (하)대성이 형에게는 미드필더의 경기 운영을 배우려 많이 노력해요.

서울 경기장을 자주 왔는데, 작년에 팬이 좀 줄어드신 걸 봤어요. 한국에서 가장 큰 경기장 중 하나인데 관중이 줄어들면 더 텅텅 빈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좋은 성적을 내면 팬들이 많이 찾아주시지 않을까요. 저도 서울에 도움이 돼서 팬들이 다시 찾아오시게끔 잘 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아빠도 이제 서울 응원해야죠.“

▲ 국가대표는 현실적인 꿈

“대한민국 선수 중 손꼽히는 오른쪽 수비수가 돼서 국가대표팀에 가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 아빠도 해 줬고, 주변 사람들도 하는 이야기인데, 오른쪽 수비수 중 키 큰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저는 185cm입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세대교체를 하시면서 어린 선수들도 주목하신다고 들어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어요.

도쿄올림픽이요? 일단 서울에서 경기 출전을 하게 되면, 그래서 제가 프로에 자리잡는다면 올림픽 발탁도 따라오겠죠. 2020년 대회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요. 서울에서 잘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조영욱과 고려대 친구들

“영욱이는 원래 제일 친해요. 대학을 같이 다녔으니까요. 그리고 수원에 입단한 박대원, 박상혁까지 제일 친하죠. 슈퍼매치 하게 되면 친구들끼리 2 대 2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기대됩니다. 지금도 상혁이, 대원이와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영욱이와 저는 호흡이 좋았어요. 영욱이가 대학을 1년만 다니고 프로로 가긴 했지만요. 저희가 투톱을 보거나, 영욱이가 톱에 있고 제가 윙어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둘이서 만들어낸 골이 좀 많았어요. 2017년 대학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2-0으로 수원대를 이겼는데 제가 2도움을 하고, 영욱이가 2골을 넣었어요. 결승에서는 영욱이 크로스를 받아 제가 한 골 넣어 또 2-0으로 이겼고요. 저와 영욱이는 서로를 아니까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영욱이가 귀엽다? 다들 속고 있는 거죠. 친한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팬들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되는 것 같은데, 음, 귀엽게 생겼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음. 싸가지가 없긴 하지만 좋은 친구예요. 자세한 폭로는 다음에 할게요. 구리 숙소에서도 룸메이트라서 앞으로 많은 걸 보게 될 테니까요.“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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