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지난 시즌부터 EPL을 대표하는 스타와 거리가 멀어졌다. 시즌 20골 안팎을 넣는 준수한 공격수일 뿐 득점왕 후보는 아니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구에로를 꾸준히 신뢰하고 있다. 수치 이상의 경기력, 그리고 강팀을 만났을 때 더욱 강해지는 활약상 때문이다.

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1라운드 홈 경기를 가진 맨체스터시티가 리버풀에 2-1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에 시즌 첫 패배를 안긴 맨시티는 승점차를 4점으로 줄이며 2위에 복귀, 선두 리버풀을 다시 옥죄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공수가 바뀌는 경기였다. 무턱대고 롱 볼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두 팀 선수 모두가 체계적인 빌드업을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판단의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조금도 방심할 틈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전술 완성도가 높은 두 팀의 대결다웠다.

맨시티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핵심 역할을 한 선수는 페르난지뉴와 라힘 스털링이었지만, 마무리를 지은 건 아구에로였다. 아구에로는 전반 40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땅볼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었다. 아구에로의 멋진 퍼스트 터치가 슈팅할 찰나의 틈을 만들긴 했지만, 골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 각도인데다 데얀 로브렌이 앞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아구에로의 슛은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아가 알리손 베커 골키퍼의 머리 위로 꽂혔다. 엄청난 왼발 슛이었다.

아구에로는 이 골로 리버풀전 홈 경기에서 7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리버풀 상대로만 강한 것이 아니다. 현재 EPL 상위권인 6팀(맨시티, 리버풀, 토트넘홋스퍼,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맞대결에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골 기록도 갖고 있다. 아구에로는 2011년 EPL로 건너와 8시즌 째 뛰고 있다. 그동안 ‘빅 6’ 상대로 37골을 넣었다. 이 부문에서는 해리 케인(21골), 웨인 루니(20골) 등 다른 공격수들을 압도한다. 아구에로가 이처럼 강팀 상대로 벌이는 ‘승점 6점 경기’에 강했기 때문에, 맨시티는 강팀을 넘어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아구에로는 맨시티 이적 후 사상 첫 우승을 비롯해 3회 우승에 기여했다. 맨시티 역사상 최다득점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이 골은 아구에로의 정규리그 250호골이기도 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이런 경기에서 아구에로가 필요하다. 아구에로의 능력이 차이를 만든다. 이런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활약을 경력 내내 해 온 선수다. 그 마무리 슛은 환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아구에로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 선두와는 거리가 멀었다. 21라운드 현재 10득점으로 득점 공동 4위다. 이번 시즌 득점왕 후보인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나 해리 케인(이상 14골)만큼 화제를 모으지도 못했다. 그러나 착실한 활약으로 팀 내 최다 득점과 함께 5도움을 기록 중이다. 아구에로의 적절한 위치 선정은 맨시티가 빠른 역습을 펼칠 수 있는 전제 조건이고, 스털링과 르로이 자네 등 동료 공격진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숨은 비결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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