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의 시즌 첫 패배는 상대가 맨체스터시티여서 당한 것일까, 아니면 1월이 되어서 당한 것일까?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고생해 온 이유는 1월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4일(한국시간) 영국의 맨체스터에 위치한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18/2019 EPL 21라운ㄷ를 치른 맨시티가 리버풀에 2-1 승리를 거뒀다. 앞서 17승 3무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던 리버풀의 시즌 첫 패배다. 리버풀은 승점 54점으로 선두를 지켰고, 맨시티는 승점차를 4점으로 줄이며 승점 50점으로 2위에 복귀했다.

리버풀이 패배한 이유 중 하나는 경기 막판에 무기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을 빼고 다니엘 스터리지를 넣으며 공격을 강화한 후반 41분 이후 리버풀은 오히려 슛을 날리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반면 맨시티는 역습을 통해 3번이나 슛을 날리며 오히려 쐐기골을 넣을 뻔했다.

리버풀 선수들의 막판 체력 고갈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공 탈취 기록을 보면 맨시티는 전반저 6회, 후반전 8회로 갈수록 기록이 늘어났다. 반면 리버풀은 전반전 10회, 후반전 8회로 전반에 더 강했다. 가로채기를 보면 맨시티는 전반전에 4회였던 기록이 후반전에 8회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리버풀은 전반과 후반이 5회로 같았다. 맨시티가 후반에 더 수세에 몰렸다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리버풀 특유의 전방 압박이 막판 20여 분 동안 둔화된다는 고질적 약점도 다시 확인된 경기였다.

클롭 감독은 EPL에서 네 번째 1월을 맞는다. 앞선 세 번의 1월은 모두 부진했다. 리버풀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25경기에서 8승 7무 10패로 부진했다. 강호 리버풀답지 않게 패배가 가장 많은 성적이다. 이는 클롭이 리버풀에서 당한 모든 패배의 29%(35회 중 10회)에 달한다.

독일분데스리가에서 건너온 클롭 감독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EPL의 힘든 일정에 대해 불만과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현재 분데스리가는 휴식기 중이지만, EPL 팀들은 매주 2경기씩 꼬박꼬박 치르며 체력전을 벌여야 한다. 분데스리가의 비교적 여유 있는 일정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의 체력을 쏟아 부었던 것이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시절 클롭 감독의 성공 비결이었다.

EPL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이번 시즌에는 압박의 강도를 낮췄다. 샤치리를 주전 공격진의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시에 기용하는 4-2-3-1 포메이션 역시 경기 템포를 낮춘다는 점에서는 체력 비축에 좋은 전술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맨시티전에서 다시 4-3-3 포메이션을 꺼낸 클롭 감독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공포의 1월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리버풀이 리그컵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1월 일정이 비교적 적다는 건 다행이다. 리버풀은 8일 울버햄튼원더러스와 FA컵을 치른 뒤, 모처럼 일주일 간격을 두고 13일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EPL 경기를 갖는다. 그 뒤로는 일주일 이상 간격으로 정상적인 경기 일정이 복구된다.

기존 승률대로라면 1월에 남은 4경기 중 1번 이상 더 패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리버풀은 기존 1월보다 경기 간격이 넓고, 전술을 바꾸며 체력 부담이 줄어들었다. 마침 1월 상대 중 맨시티를 제외하면 버거운 팀도 없다. 1월에 승점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벌릴 수 있다면, 우승을 향한 가장 큰 고비를 넘는 셈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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