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가려면 스페인라리가를 놓쳐선 안 된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2018/2019시즌에도 깊이 있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온 산티 카소를라가 2019년 세계 축구계에 첫 감동을 선사했다.

4일(한국시간) 스페인 비야레알의 에스타디오 데 라 세라미카에서 17라운드를 치를 비야레알이 레알마드리드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생존 싸움 중인 비야레알이 상위권 레알을 잡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경기 결과 비야레알은 17위로 강등권을 겨우 벗어났고, 레알은 4위를 유지했다.

전반 4분 카소를라가 약 29개월 만에 넣은 정규리그 득점이 나왔다. 사무엘 추쿠에제의 패스를 받은 카소를라가 적절한 공간 침투로 슈팅 타이밍을 만든 뒤 오른발로 공을 툭 감아 찼다. 킥의 달인이자 지능적인 선수답게 골문 구석을 노리고 감아 찬 기술이었다.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몸을 날렸으나 공은 이미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넣은 카소를라는 양쪽 손목에 번갈아 입맞춘 뒤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며 골 세리머니를 했다.

카소를라는 경기 막판에 다시 빛났다. 전반 7분 카림 벤제마, 전반 20분 라파엘 바란의 헤딩골이 연속으로 나온 뒤였다. 후반 37분 파블로 포르날스의 크로스를 카소를라가 받아 넣었다. 장신 수비수들 사이로 완벽하게 침투한 168cm 카소를라의 헤딩 골이었다. 이번에는 경기장 가장자리로 내달리며 더 격렬한 골 세리머니를 했다.

카소를라는 골만 넣은 것이 아니었다. 경기 전체가 카소를라의 손에서 움직였다. 카소를라는 비야레알 선수 중 가장 오래 공을 잡았고(개인 점유율 5.7%), 가장 많은 패스를 하며(59회) 선발 멤버 중 두 번째로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94%). 동료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 준 패스는 카소를라 혼자 5회 기록했는데, 독보적인 이 경기 1위다.

은퇴 위기를 뚫고 돌아온 34세 베테랑이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팀을 상대로 남겼다고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카소를라는 아스널 소속이던 2015/2016시즌부터 부상으로 신음하기 시작해 201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쓰러졌다. 처음엔 가벼운 부상이었지만 감염으로 살이 썩으며 다리 절단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왼팔의 피부를 잘라내 발목에 이식했기 때문에 문신 일부가 발목으로 옮겨갔다.

지난 시즌을 통째로 거른 뒤 아스널과 계약을 마친 카소를라는 이번 시즌 친정팀 비야레알에서 재기했고, 레알전 전까지 라리가 13경기에 출장하며 성공적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이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와 코파델레이에서 각 1골씩 넣으며 자신의 부활을 알린 뒤였다. 정규리그 득점은 아스널 소속이던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카소를라가 선제골을 넣고 입을 맞춘 양팔에는 가족 등을 상징하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딸을 나타내는 왼팔의 문신은 수술 과정에서 뭉텅 잘려나갔지만 카소를라는 여전히 그 문신에 가장 먼저 키스했다.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은 카소를라의 부활 비결을 살짝 알려줬다. “카소를라는 놀라운 사람이다. 내가 비야레알 감독으로 부임한 뒤 두 경기를 걸렀지만, 그는 본보기가 되는 선수며 앞으로 더 경기력이 나아질 것 같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능력뿐 아니라 뛰지 못할 때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태도 역시 본보기가 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