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992년생은 내년에 만 26세에서 27세가 된다. 어느덧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주축이 된 세대다. ‘런던 세대’처럼 어렸을 때부터 똘똘 뭉쳐 지낸 건 아니었다. 대신 성인이 된 뒤 실력으로 한 명씩 대표팀에 합류했다.

올해 여름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만 해도 한국의 주축은 여전히 ‘런던올림픽 세대’인 1989년생, 1990년생이었다. 1989년생이 3명, 1990년생이 5명 선발됐다. 과거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본 기성용, 구자철, 정우영, 김영권, 김민우, 홍철, 김승규 등이었다. 당시 1992년생은 손흥민, 문선민, 이재성 세 명이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11일 모일 울산 전지훈련부터 1992년생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문선민, 황의조, 김진수, 권경원이 선발됐다. 1996년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들 중 문선민과 황의조는 아시안컵 본선까지 선발될 것이 확실하다. 김진수, 권경원도 선발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소집에 포함되지 않은 손흥민, 이재성은 부상만 없다면 발탁을 넘어 주전 자리 확보가 유력한 선수들이다. 1992년생은 아시안컵에 적어도 4명, 많으면 6명까지 참가할 수 있는 세대다.

선수들은 동갑내기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김진수는 대표팀 복귀를 맞아 “동갑 친구들 중에서 손흥민, 황의조처럼 뛰어난 친구들이 내 어시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건 기대되는 일이다. 아무래도 친구들이 제일 편하다. 친구들이 포지션마다 있어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거다”고 말한 바 있다. 황의조 역시 “진수, 흥민, 선민, 재성 등 친구들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런던 세대’는 여전히 대표팀에 선발되는 숫자는 많지만,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핵심이었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이미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가능한 한 두 선수 모두 오래 활용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지만 구자철은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부상으로 돌아가는 등 이미 대표팀의 중심보다는 ‘선배 라인’에 가까워졌다. 주장 완장도 기성용에게서 손흥민에게 넘어갔다.

1992년생은 앞선 ‘런던 세대’와 달리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쭉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2011년 U-20 월드컵, 2014년 아시안게임에 출장할 수 있었던 딱 맞는 세대는 1991년생이었다. 장현수, 남태희, 이용재 등이다. 한 살 어린 1992년생 중에서는 아주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만 청소년 대표에 합류할 수 있었다.

1992년생들 역시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에 뽑히는 등 활약해 왔지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다. 손흥민은 이른 유럽진출 이후 청소년 대표 선발이 어려웠고, 문선민과 권경원은 10대 시절 동년배 중 최고 유망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뽑히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활발하게 교류한 런던 세대와는 다르다.

대신 프로 경력을 쌓아가며 한 명씩 A대표팀에 합류한 끝에 1992년생이 대표팀에서 비중을 늘려갔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손흥민, 이듬해 아시안컵에서 김진수, 이후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이재성, 올해 월드컵에서 문선민, 올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가 차례로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가 됐다. 다들 걸어온 길이 다르다. 한 명씩 대표팀에 합류할 때마다 먼저 자리 잡고 있던 손흥민과 붙어 다니는 시기를 돌아가면서 겪었다.

1992년생은 실력이 무르익었을 뿐 아니라 리더십을 발휘하기 좋은 세대다. 대표팀 연령 구성을 봐도 위로 30대와 아래로 20대 초반 선수들을 모두 아우르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경기장 내에서 에이스 역할에 집중했지만, 월드컵 이후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한층 노력하고 있다. 손흥민, 황의조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며 1996년생 유망주들과 가까워졌다는 점도 대표팀의 세대 간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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