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나는 이길 줄 알았다.”

 

안드레 대구FC 감독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조광래 대표이사는 경기가 끝난 뒤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구는 5일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현대와 한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2-1로 이겼다. 8일 2차전이 남았지만 원정에서 2골을 넣었기에 대구가 분명히 유리하다. 대구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울산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고도 2골을 내리 넣었다. 골을 넣은 세징야와 에드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안드레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전술적인 부분을 상당히 잘 표현했다”라고 칭찬하면서도 “우리가 (울산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건 것이다. 180분 경기다. 선수들에게도 그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다. 우리가 한 발 앞선 것이지 이기거나 우승한 게 아니라고 말해줄 것이다. 180분 중에 90분이 지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승리가 독이 될 수도 있다”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조광래 대표 이사는 달랐다. 조 대표는 적지에서 한 승리를 충분히 즐겼다. 그는 “이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조금 망설이다가 “이길 줄 알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울산이 우리한테 ‘말렸지’”라고 말한 뒤 “에드가와 세징야도 그렇고 우리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조 대표는 후반 43분 에드가가 골을 터뜨렸을 때도 득점을 직감했었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는 골을 넣을 줄 알았다. 센터링(크로스)이 올라올 때부터 알았다. 공이 아주 예쁘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골이 나올 줄 알았다”라며 크게 웃었다. 그는 “에드가를 데려 온다고 우리 팀장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팬들은 승리를 만끽했다. 대구 팬들은 에드가가 역전골을 넣는 순간 날아올랐다. 추가 시간이 5분 주어졌었지만 “잘 있어요~ 잘 있어요~”라는 응원가를 부르며 울산을 도발했다. 최근 울산에게 6연패를 당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 중 하나를 잡았기 때문이다. 원정에서 부르는 “잘 있어요”는 더 달콤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침울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얼굴이 벌개져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그는 “아직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니오는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평소의) 우리 팀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우승컵 주인공이 가려진 것은 아니다. 울산과 대구 모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대구는 이날 승리로 많은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울산에서 달콤하게 이기고 웃었다. 감독과 대표 그리고 서포터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승리를 즐기겠지만, 에드가가 넣은 골을 기억하며 밤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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