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한 경기에서 한 가지 목표만 추구하지 않았다. 승리, 신입 선수의 테스트,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한 체력 안배, 전술 실험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리버풀은 2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홈 구장 안필드로 사우샘프턴을 불러들여 가진 6라운드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친 리버풀의 승리였다.

세 골이 나온 리버풀의 전반전 라인업은 약간 생소했다. 이번 시즌 영입한 제르단 샤치리가 선발로 기용됐다. 샤치리는 왼발 킥과 돌파력을 지녔고, 좌충우돌하는 에너지까지 겸비했다. 영입 당시부터 클롭 감독의 전술과 잘 맞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리버풀의 기존 스리톱과 체력 부담을 나눠 가질만한 일류 로테이션 멤버로 평가 받았다.

그런데 샤치리는 기존 공격진 전원과 호흡을 맞췄다. 샤치리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고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왼쪽, 사디오 마네가 오른쪽을 담당했다. 최전방에는 모하메드 살라가 배치됐다. 4-2-3-1이었다.

멤버 구성은 비슷했지만 모든 선수의 포지션이 바뀌었다. 리버풀은 왼쪽부터 마네, 피르미누, 살라를 투입하는 스리톱을 이번 시즌에도 거의 매 경기 유지해 왔다. 포메이션은 계속 4-3-3이었다. 샤치리가 선발로 합류하면서 공격진 전원이 포지션을 옮겨 뛰게 됐다.

그동안 6전 전승(EPL 5경기, UEFA 챔피언스리그 1경기)을 거둔 가운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살라의 득점력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는 점이었다. 살라는 초반 세 경기에서 비교적 쉬운 상대(웨스트햄, 크리스탈팰리스,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 경기당 한 개씩 꼬박꼬박 골 또는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비교적 어려운 상대와 세 경기(레스터시티, 토트넘홋스퍼, 파리생제르맹)를 치르는 동안에는 침묵했다.

리버풀의 변화는 살라를 살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살라를 오른쪽 윙이 아닌 최전방에 배치했다. 리버풀 공격진 중 수비 가담을 위한 에너지가 가장 떨어지는 살라를 아예 전방에 남겨뒀다. 더 왕성한 수비 가담을 할 수 있는 피르미누와 마네는 측면 수비, 측면 공격뿐 아니라 중앙으로 이동하며 상대를 교란하는 역할까지 폭넓게 수행했다.

일단 샤치리의 경기력은 그럭저럭 합격점을 줄만했다. 샤치리는 중앙에 머물러있지 않고 좌우로 폭넓게 빠지며 측면 공격을 활성화했다. 왼발잡이지만 필요에 따라 오른발을 적절하게 쓰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 10분 선제골 상황에서도 샤치리의 기습적인 오른발 슛이 상대 선수 두 명을 맞고 자책골이 됐다.

리버풀이 압도적인 점유율로 완전히 우세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공격 마무리 작업이 그만큼 잘 된 건 아니었다. 필드 플레이를 슛까지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리버풀의 세 골 모두 세트피스와 얽힌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전 추가시간에 터진 살라의 반가운 득점 역시 샤치리의 프리킥이 골대에 맞고 나온 걸 밀어 넣은 골이었다. 리버풀의 전체 슈팅 횟수는 12회 대 7회로 근소한 우세에 그쳤다.

리버풀 전반전의 문제점 중 하나는 4-3-3일 때에 비해 패스가 잘 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중앙 미드필더가 조던 헨더슨,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 두 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짧은 패스로 빌드업하는 것이 전보다 더 어려웠다. 대신 리버풀은 수비진에서 전방으로 이어지는 롱 패스를 통해 공격 기회를 많이 창출해 냈다. 살라는 피르미누보다 침투 능력이 확실히 뛰어난 공격수다. 리버풀의 후방에 배치된 피르힐 판다이크, 조엘 마티프, 헨더슨 등 롱 패스가 뛰어난 선수들은 살라를 향해 정확하고 빠른 장거리 패스를 자주 전달했다.

클롭 감독은 45분 만에 실험을 끝내고 샤치리 대신 제임스 밀너를 투입, 늘 구사해 온 4-3-3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이날의 전술 변화가 대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모색하는 와중에도 세 골 차 대승을 거둔 건 고무적이었다. 리버풀은 이미 19일 UEFA 챔피언스리그 파리생제르맹전을 통해 다니엘 스터리지를 선발로 기용,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스터리지에 이어 샤치리까지 가치를 증명하면서 리버풀 공격진의 선수층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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