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중국 구단에서조차 후보에 불과했던 선수가 4대 빅 리그에서 맹활약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제르비뉴는 해내는 중이다.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파르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에니오 타르니니에서 ‘2018/2019 이탈리아세리에A’ 5라운드를 가진 파르마는 칼리아리를 2-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앞선 4라운드에서 인테르밀란을 1-0으로 잡아냈던 파르마는 2연승을 달리며 잔류 희망을 높여 나갔다.

이날의 명장면은 단연 후반 2분 나온 제르비뉴의 엄청난 득점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레오 스툴라크의 간단한 패스를 받은 제르비뉴는 놀라운 속도로 질주를 시작했다. 스피드만으로 수비수 한 명을 넘어지게 만든 제르비뉴는 칼리아리 진영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는 그만의 리듬으로 앞으로 가로막은 수비수 세 명을 모두 골탕 먹였다. 그리고 강력한 슛을 성공시켰다. 약 80m 거리를, 그것도 그라운드 한 가운데를 질주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제르비뉴는 이번 시즌 모처럼 유럽으로 복귀했다. 한때 릴, 아스널, AS로마를 거치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호에서 활약하던 제르비뉴는 2016년 중국으로 진출하며 명예보다 돈을 택했다. 당시 신흥 부자구단으로 부상하던 허베이화샤에 합류했다. 그러나 2016년 3득점에 그치며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이어 2017년에는 출장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하며 자주 2군으로 내려갔다. 2018년 전반기에는 그나마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중국에서 뛴 2년 반 동안 넣은 리그 골이 단 4개에 불과했다.

허베이에서 자유계약 대상자로 풀린 제르비뉴에게 파르마가 재빨리 접근했다. 파르마는 한때 세리에A를 호령하던 강호였으나 여러 차례 재정 문제를 겪은 끝에 2015년 파산하며 4부까지 강등됐다. 재창단 이후 초고속 승격으로 이번 시즌 세리에A에 복귀했다. 유럽 복귀를 노리는 제르비뉴는 파르마가 노릴 수 있는 최선의 카드 중 하나였다.

제르비뉴의 경기력은 중국으로 가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제르비뉴는 팀 플레이에 약점이 있지만, 독특하게 몸을 흔들며 질주하는 드리블과 과감한 슛으로 ‘돌격대장’ 역할을 하는 선수다. 제르비뉴는 유벤투스와 칼리아리를 상대로 각각 1골을 넣으며 총 2골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드리블 돌파 2.3회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세리에A 전체 8위,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유벤투스전에서도 특유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강팀 상대로도 드리블이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세계적인 선수의 중국행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중국에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예가 최근 등장하고 있다. 광저우헝다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며 모두 좋은 활약을 한 파울리뉴, 톈진췐젠에서 보루시아도르트문트로 이적해 핵심 선수가 된 악셀 비첼이 그 예다. 제르비뉴는 중국에서도 후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이었으나 규모가 좀 더 작은 구단 파르마에서 부활에 성공했다.

제르비뉴는 득점 이후 인터뷰에서 “이게 내 인생 최고의 골이냐고? 아니다. 이런 골을 넣은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로베르토 다베르사 감독은 “이런 대단한 선수를 지도하게 된 건 행운이다. 제르비뉴가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하려 했다. 골을 보고 얼어붙었다”라고 칭찬했다.

파르마는 제르비뉴뿐 아니라 로베르토 잉글레세, 브루누 아우베스, 알베르토 그라시, 조나탄 비아비아니 등 준척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세리에A 승격팀으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르비뉴와 함께 잉글레세 역시 현재까지 2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승 1무 2패는 현재까지 승격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