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꿈의 극장’ 올드트라포드에에 다시 나타났다. 올드 트라포드를 가득 채운 7만여 관중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생사의 고비에서 살아 돌아온 ‘영원한 승자’ 퍼거슨 전 감독에서 승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경기장은 뜨거웠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선수단은 오랜만에 찾은 그를 위해 승리를 선사하고자 했다. 공은 둥글었다. 결과는 1-1 무승부, 맨유는 승점 1점을 챙겼다.

‘알렉스 퍼거슨, 그가 돌아옵니다’ 
맨유는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트라포드에서 울버햄튼원더러스를 상대로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상대적 약체와의 경기였지만 특별했다. 경기를 1시간 30분 앞두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휴대폰 메시지와 SNS 알림이 울렸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돌아옵니다. 경기 시작 15분 전에 착석하여 그의 귀환을 함께 환영해주길 바랍니다” 

퍼거슨 전 감독은 지난 5월 6일 뇌출혈로 쓰러져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빠른 대처로 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고, 전원을 거쳐 수술을 받았다. 전세계 축구계 인사들과 팬들의 응원 속에서 병세를 회복했다. 극성스러운 영국 언론 역시 취재와 보도를 자제하며 그를 기다렸고, 지난 7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건재를 알렸다. 

당초 퍼거슨 전 감독은 내년 초 올드트라포드 방문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복이 빨랐고, 10월 방문이 예상됐다. 하지만 맨유를 향한 그의 애정은 시계를 앞당겼다. 울버햄튼과의 홈 경기를 찾았다. 의사의 소견에 따른 조치였다. 누구보다 경기장 방문을 갈망했지만 충분한 안정과 휴식이 먼저였다. 경기를 며칠 앞두고 의사는 퍼거슨 전 감독의 가족에게 경기장 방문을 허락한다고 전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자신이 병마와 싸우던 내내 헌신적으로 의술을 펼친 도운 의료진을 특별히 경기장으로 초대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작은 보답이었다. 경기 당일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팬들을 위한 인터뷰였다. 기자회견장을 비우고 구단 방송인 ‘MUTV’와 마주 앉았다. 26년간 감독으로 맨유를 이끌며 수천 번 넘게 드나든 곳이지만 그는 유독 긴장했다.

 ‘영원한 승자’ 퍼거슨의 귀환 세레머니
그는 “다시 돌아와 정말 기쁘다. 오랜 여정이었다.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경기장에 다시 와서 좋기도 하지만 솔직히 긴장이 살짝 된다. 아마 마지막 방문이 지난 4월 아스널전으로 기억한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돌아와 기쁘다”고 했다. 특유의 농담도 건냈다. “이곳이 얼마나 그리웠냐”고 묻자 “(인터뷰가 진행된) 기자회견장은 전혀 그립지 않았다. 부담이 되는 자리다. 바보 같은 질문들이 쏟아지던 곳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그는 “다시 돌아와 좋다. 감동적인 날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더욱 감동적일 것 같다. 내가 고대하던 일들이 펼쳐진다. 이곳에 오기 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적당한 시기에 온 것 같다. 물론 자신을 향한 많은 이들의 메시지와 기도에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엄청난 이메일, 문자 메시지, 카드와 편지들이 아직도 쏟아진다. 이미 퇴원한 병원에도 편지가 많이 오고 있다고 들었다. 정말 감동적이다. 모든 이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관중석이 가득 찬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그의 등장을 알렸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14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올드트라포드에 다시 선 알렉스 퍼거슨 경을 환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엄청난 박수가 쏟아졌다. 원정 응원에 나선 천여 명의 울버햄튼 팬들 역시 동참했다. 감동의 물결이 경기장을 덮었다. 퍼거슨 전 감독은 두 손을 흔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역 감독 시절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역 감독 시절 수 많은 대결에서 승리했지만, 가장 절박한 대결에서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살아 돌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승리의 세레머니였다.

절박한 무리뉴의 허탈한 무승부 
퍼거슨 전 감독의 등장은 승리의 기운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맨유는 5라운드까지 3승 2패 승점 9점으로 리그 8위로 다소 부진했지만, 최근 원정 3연전에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홈 경기를 맞이했고, 귀인까지 돌아왔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전과 달랐다. 거대한 경기장에 가득했던 승리의 기운은 한동안 이어졌다. 전반 18분 프레드가 선제골을 넣었다. 

맨유는 끊임없이 공격을 펼쳤다.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은 다비드 데 헤아가 막아냈다. 언제라도 선제골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후반 8분,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울버햄튼의 주앙 뭍뉴가 만회골을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은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울버햄튼은 마치 전원 수비를 펼치듯 남은 시간을 버텼다. 간간히 터지는 역습 상황은 날카로웠다. 

퍼거슨 전 감독의 귀환을 환영하듯 5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지만 맨유는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퍼거슨 전 감독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올드트라포드에 서서 승리를 신고했고, 무리뉴 감독은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후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경이 다시 돌아와 너무 기쁘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후 팬들은 대부분 희망을 이야기했다. 무승부에 그쳤지만, 마치 퍼거슨 전 감독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돌아오듯 언젠가 다시 그가 선사했던 영광의 순간을 마주할 것이라고 말이다. 맨유는 오는 25일 더비카운티와의 카라바오컵 경기를 통해 숨 고르기에 나선다. 퍼거슨 전 감독의 경기 관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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