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나폴리를 떠나 첼시로 가자마자 자신의 축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사리볼’에 딱 맞는 나폴리 스쿼드가 남아 있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나폴리를 뜯어고칠 생각이 없다.

 

감독 변화, 조금 더 보수적인 축구로

안첼로티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지만 2016/2017시즌 바이에른뮌헨에서 실패를 맛본 뒤 이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나폴리에서 맞은 새 시즌은 안첼로티 감독에게 특히 중요하다. 지난 시즌까지 사리 감독이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팀이기 때문에 더욱 성과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선수단에 맞는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답게, 안첼로티 감독은 나폴리의 기존 축구를 존중하기로 했다. 사리 감독이 만들어 놓은 4-3-3 포메이션의 틀을 깨지 않았다. 선수들의 역할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사리 감독처럼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하려 하기보다는 공수 균형을 신경썼다. 19일(한국시간) 열린 세리에A 1라운드에서 점유율은 64.7%로 높았지만 슈팅 횟수는 라치오와 똑같은 10회였다. 지난 시즌 사리 감독의 나폴리가 라치오를 완전히 압도했던 것과는 달랐다. 나폴리는 약간 더 느린 팀이 됐다.

 

조르지뉴 이탈, 대신 풍부한 2선 자원 영입

전력에 타격이 될 만한 이적은 사리 축구의 핵심 멤버였던 조르지뉴가 첼시로 간 것 정도다. 골키퍼 페페 레이나도 이탈했지만 알렉스 메레트, 오레스티스 카르네지스, 다비드 오스피나까지 주전급 골키퍼를 세 명이나 영입했기 때문에 돈 낭비가 아쉬울지언정 전력이 불안하지는 않다.

공격형 미드필더 파비안 루이스, 윙어 시모네 베르디와 아민 유네스 등을 영입해 2선을 풍족하게 채웠다. 특히 베르디는 지난 시즌 볼로냐에서 10골 10도움을 달성한 이탈리아 대표 윙어다. 루이스는 과거 함식의 역할이었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의 장기적인 대체자다. 여기에 지난 시즌 최전방 공격수였던 드리스 메르텐스가 안첼로티 아래서는 2선으로 많이 내려갈 예정인 만큼 공격진 선수 구성이 매우 다양해졌다.

 

함식의 레지스타 배치, 밀리크 중용이 승부수

안첼로티 감독의 색이 드러나는 첫 번째 변화는 함식을 레지스타, 즉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이다. 나폴리에서 보낸 11시즌 중 네 번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을 정도로 골 냄새를 잘 맡는 함식을 후방에 배치하는 건 파격적인 선택이다. 한때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안드레아 피를로를 레지스타로 배치해 대성공을 거뒀던 안첼로티 답다.

라치오를 상대로 함식이 보여준 후방 조율 능력은 평범했다. 함식은 이 경기에서 가장 공을 많이 만진 선수 중 하나였고, 패스 성공률은 88%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나폴리 미드필더 중 함식의 패스 성공률이 가장 낮았다는 점, 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가 1회에 불과하고 자신은 슛을 날리지 못했다는 점, 수비 기여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식의 변신이 성공이라고 말하긴 이르다. 함식은 후반 25분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아마두 디아와라로 교체됐다.

두 번째 변화는 지난 시즌까지 세리에 A를 상징하는 단신 공격수였던 메르텐스를 벤치로 내리고, 아르카디우스 밀리크를 선발로 내보낸 것이다. 밀리크는 지난 2016년 큰 기대를 받으며 영입됐으나 거듭된 큰 부상으로 신음하며 두 시즌 동안 세리에A 10골에 그친 바 있다. 안첼로티 감독은 186cm 당당한 체격을 지난 밀리크에게 먼저 신뢰를 보냈다. 밀리크는 나폴리의 시즌 첫 골을 넣으며 감독의 신임에 보답했다.

 

여전히 인시녜와 카예혼의 팀

나폴리는 변화를 겪고 있지만,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로렌초 인시녜와 호세 카예혼의 공격력은 엄청나다. 밀리크의 골은 인시녜의 대각선 패스, 카예혼의 원터치 연결에서 비롯됐다. 인시녜와 카예혼의 특기다. 인시녜는 역전골까지 넣으며 이 경기의 확실한 주인공이 됐다.

인시녜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빠르게 돌진하며 슛인지 대각선 패스인지 알기 힘들게 날리는 오른발 킥, 카예혼의 적극적인 침투에서 나오는 슛과 어시스트는 알고도 막기 힘든 플레이다. 지난 시즌 8골 11도움을 기록한 인시녜, 10골 10도움을 기록한 카예혼은 최전방 공격수가 메르텐스에서 밀리크로 바뀐 뒤에도 여전히 막강하다.

 

뜻밖의 변수, 홈 구장 파행 운영 위기

나폴리의 가장 큰 위기는 선수단이 아니라 경기장에 있다. 홈 구장 산 파올로가 파행 운영 위기에 놓였다. 시즌 개막 전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했던 산 파올로는 다행히 26일 열리는 AC밀란과의 첫 홈 경기 전까지 개최 가능한 상태를 회복할 전망이다. 그러나 나폴리 시와 구단의 구장 임대 협상이 최근 틀어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장기 임대가 안 될 경우 구단은 경기 준비와 관중 동원에 차질을 겪게 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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