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16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승리는 아니었다. 우승 후보다운 모습은 없었다.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E조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손흥민이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었다.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거둔 한국은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전 패배를 의식한 듯 달라진 선수 명단과 포메이션으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했다. 플랜A로 준비했던 스리백을 대신해 포백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는 황의조와 손흥민, 나상호가 출전했고, 김민재의 짝으로는 정태욱이 나섰다.

앞선 2경기에서 포백을 사용하던 키르기스스탄은 수비에 중점을 둔 파이브백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시작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선제골을 의식한 듯 시작 휘슬과 함께 상대 진영으로 올라갔고, 전방의 스리톱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활발히 움직였다.

한국은 전반에만 점유율 74%를 가져가며 슈팅 14개를 때렸다. 그러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스트라이커를 제외하고 모두 수비진영으로 내려앉은 키르기스스탄을 뚫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의조, 나상호는 정해진 자리에 구애 받지 않고 공격 전 지역을 누비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기 위해 움직였지만 수비 숫자가 워낙 많은 탓에 소득은 없었다.

오른쪽 풀백 김문환의 오버래핑이 가장 효과적인 공격 루트였으나, 김문환을 돕는 선수가 없었다. 공격수들은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와 공을 받아주지 않았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지원도 없었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실점을 내줬던 역습 상황을 의식한 듯 미드필더 한 명이 뒤로 처지며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김문환의 선택지는 무리한 돌파에 이은 부정확한 크로스나 백패스 뿐이었다.

후반 들어 김 감독은 황의조 대신 황희찬을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긴 했으나 득점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후반 18분, 장윤호가 올린 코너킥을 손흥민이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넣기 전까지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손흥민의 득점 이후에도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다. 선제골이 나온 이후에야 선수들은 부담감을 던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황인범의 창의적인 패스가 빛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고,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슈팅 기회를 만드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나 골을 없었다.

상대가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왔고, 한국이 아직은 낯선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점, 에이스 손흥민의 컨디션이 아직 100%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1골 밖에 넣지 못했다는 건 당연히 아쉬운 결과다.

한국은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1차전과 같은 화끈한 승리가 필요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김민재가 경고를 받으며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고, 측면 수비수 김진야와 김문환, 미드필더 황인범과 장윤호 등의 체력 부담만 안게 됐다.

한국의 16강 상대는 F조 1위를 차지한 이란이다. 이란은 한국과 함께 아시안게임 최다 우승국이다. 결코 얕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한국은 주전 수비수 김민재의 결장, 주전들의 체력 부담 속에 험난한 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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