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후방에서 동료들을 지휘하는 선수가 있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침착하고 지능적인 선수 없이 시즌을 시작했고, 단 두 경기 만에 약점을 노출했다.

맨유는 20일(한국시간) 영국 이스트서섹스에 위치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원정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홈팀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의 3-2 승리였다.

전반전에 이미 브라이턴이 승기를 잡았다. 전반 25분 솔로몬 마치의 크로스를 글렌 머레이가 밀어 넣었다. 전반 27분에는 세트 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셰인 머피가 점수차를 벌렸다. 전반 34분 맨유의 코너킥이 한 번 무산된 뒤 재차 문전으로 투입한 공을 로멜로 루카쿠가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한 골 따라갔지만, 전반 44분 브라이턴의 파스칼 그로스가 페널티킥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맨유는 후반 내내 반격했지만 45분 동안 한 골도 만들지 못했고, 후반 추가시간 마루앙 펠라이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포그바가 차 넣었지만 이미 시간이 없었다.

맨유의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로 이어지는 핵심 수비 블록의 불안한 플레이였다. 맨유 센터백은 빅터 린델뢰프와 에릭 바이가 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드레스 페레이라,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로 포그바와 프레드가 배치됐다. 이들의 수비 영역인 맨유 진영 중앙 지역은 축구 전술에서 늘 핵심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맨유 수비진은 전진 수비를 하다가 배후 공간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브라이턴은 머레이를 중심으로 먼 거리 전진 패스를 집요하게 노렸다. 머레이가 두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지만 맨유 포백은 침투하는 선수를 미리 감지하고 공격을 무산시키는 능력이 떨어졌다. 문전으로 공이 투입됐을 때의 수비 집중력도 주제 무리뉴 감독의 팀답지 않았다.

센터백 중 바이는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선수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준수한 수비를 한 것과 달리, 센터백들의 배후 공간을 계속 공략당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초반의 어수산한 분위기를 벗어나도록 동료들을 독려하는 리더가 없었다는 점 역시 맨유 수비의 약점이었다.

미드필더들의 안정감도 부족했다. 공을 잃어버린 횟수 기록에서 포그바가 경기 최다인 5회, 프레드가 2위인 3회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이 경기에서 가장 오래 공을 잡고 있었다는 점(개인 점유율 포그바 8.8%, 프레드 8.9%)을 감안하더라도 안정감이 너무 부족했다. 포그바는 위험 지역에서 쓸데없는 발재간으로 압박에서 빠져나가려다 실패해 위기를 자초했다.

페널티킥 실점 장면을 보면 프레드의 불안한 플레이와 동시에 페레이라의 수비력 부족을 볼 수 있다. 프레드가 골킥을 받아 성급하게 몸을 돌리려다 공을 빼앗겼고, 바로 이어진 브라이튼의 속공에서 페레이라의 위치 선정이 나빴기 때문에 스루 패스를 쉽게 허용했다. 이를 저지하려고 에릭 바이가 위험한 태클을 하다가 페널티킥을 내줬다. 페레이라가 직접 공을 빼앗긴 상황은 없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한 길목 차단 능력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맨유는 2000년대 후반 수비력뿐 아니라 큰 소리로 동료들을 독려하는 리더십을 가진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의 조합에 수비를 보호하는 위치선정이 뛰어난 마이클 캐릭까지 있을 때 전성기를 보냈다. 현재 맨유에는 없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브라이턴은 후반전에 슛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전반전 슈팅 기록은 브라이턴이 6회, 맨유가 4회였다.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실점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집중력 부족을 노출했다는 점에서도 리더의 부재가 아쉬웠다.

맨유의 두 번째 문제는 무기력한 공격이었다. 맨유는 후반전 내내 몰아쳤지만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슛이 겨우 하나 나왔을 정도로 부진이 심각했다. 좌우 윙어 앙토니 마르샬, 후안 마타를 모두 빼고 제시 린가드와 마커스 래시퍼드를 투입해 봤지만 문제는 그대로였다. 그래도 공격진의 문제는 조합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점에서 해결 가능성이 높고, 어쨌거나 이 경기에서도 2골을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다. 맨유가 브라이턴을 상대로 노출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비력이었다. 맨유는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레스터시티와 브라이턴을 만나 두 경기 모두 실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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