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재성(홀스타인킬)이 K리그에서 뛴 4년 반 중 리그를 압도한 기간은 짧았다. 이재성은 늘 가장 뛰어난 선수였지만,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동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고 음지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성을 화려한 스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런 플레이스타일은 이재성이 기량에 비해 대외적인 평가가 높지 않았고, 유럽진출이 늦어진 부분적인 이유였다. 특히 프로 선수로 데뷔한 2014년부터 2017년 전반기까지 이재성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평범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성의 능력은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때 더 잘 알아챌 수 있다. 결국 이재성은 독일 2부에서도 소규모 구단에 속하는 홀스타인킬로 떠나며 명성에 비해 소박한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이재성, 도움왕은 아니지만 꾸준하고 강력한 어시스트 달인

크게 티 나지 않지만, 이재성은 K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어시스트 능력의 소유자였다. 이재성은 데뷔 첫 해인 2014년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2015년 7골 5도움으로 기록을 늘렸다. 2016년 3골 11도움, 2017년 8골 10도움으로 2년 연속 열 개 이상의 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는 17경기 동안 4골 3도움을 기록한 뒤 K리그를 떠났다. 통산 기록은 137경기 26골 32도움이다.

K리그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역대 4명뿐이다. 그중 이재성이 있다. 이재성은 2017년 10월 22일 강원FC를 상대로 전북이 4-0 대승을 거둘 때 로페즈, 이승기, 에두에게 각각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k리그 역사에서 두 자릿수 도움 시즌을 2회 이상 보낸 선수는 총 6명뿐이다. 그중 한 명이 이재성이다. 특히 2년 연속이라는 점, 2016년 도움 능력이 물오른 뒤 전 시즌 기록했다는 점은 눈에 띈다. 계속 K리그에 머물렀다면 매 시즌 10개 이상의 도움을 기록했을 수도 있는 선수다. 다만 2016년은 염기훈에게 밀려 도움 2위, 2017년은 도움 4위에 그치며 도움왕 타이틀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적 주목도가 낮았을 뿐이다.

이재성은 K리그 최단시간 도움 기록도 갖고 있다. 2017년 7월 16일 상주상무를 상대로 킥오프 18초 만에 나온 골 장면이다. 이재성이 내준 패스를 로페즈가 골문 구석으로 감아 찼다.

이재성은 32도움으로 K리그 통산 도움 48위다. 경기당 0.23도움을 기록했다. 통산 도움 50위 이내 선수 중 이재성보다 도움 추이가 빨랐던 선수는 5명뿐이다. 경기당 도움 능력에서도 이재성은 K리그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재성은 개인 수상으로도 K리그에 한 획을 그었다. 2015년 영플레이어상과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문을 모두 수상하며 개인상 수집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매 시즌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다. 전북 우승을 이끈 지난해는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K리그에서 영플레이어상(구 신인상)과 최우수선수상을 모두 받은 선수는 이재성이 9번째다.

다만 K리그 전 시즌 베스트일레븐 수상은 아깝게 놓쳤다. 이재성은 데뷔 첫 해인 2014년 임상협, 고명진, 이승기, 한교원에게 밀려 베스트일레븐에 들지 못했다. 이후 3년 연속으로 K리그1 베스트일레븐에 들었다.

이재성이 최근 5년간 K리그 판도에 미친 영향은?

이재성은 전북의 2010년대 전성기를 완성시킨 선수라는 점에서 이재성은 K리그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전북은 2009년, 2011년 우승을 통해 단숨에 K리그 최강팀 반열로 올라섰지만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는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12, 2013년 연속으로 우승을 놓쳤을 뿐 아니라 팀 전력도 약해진 상태였다.

2014년에도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선수단이었지만 전북은 우승을 차지했고, 그 중심에 신인 이재성이 있었다. 이재성은 최 감독이 다양한 선수 조합과 전술을 시험해보는 동안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감독의 요구에 따라 뛰었다. 특히 전북이 공수 균형과 중원 장악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시기에는 이재성이 있어야 전술이 완성되는 수준이었다.

전북은 2015년까지도 화려한 선수단에 비해 중원이 헐겁고 공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받는 팀이었다. 이 점 역시 이재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극복하고 매 경기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중앙에서 공격적인 역할과 수비적인 역할을 모두 맡았고, 최 감독이 4-4-2 포메이션을 고집할 때는 측면에 배치돼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며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급했다.

전북은 이재성이 뛴 네 시즌 동안 K리그 우승 3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1회를 차지하며 완전한 국내 최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그 동안 여러 미드필더가 수급되며 이제는 이재성이 없어도 다른 팀의 중원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재성의 파트너였던 김보경(2016~2017)이 잠시 머물렀다 떠나갔지만 신형민, 이승기, 손준호, 임선영, 장윤호 등 뛰어난 미드필더가 즐비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들 중 이승기를 제외하면 모두 이재성보다 늦게 전북에 합류한 선수들이다. 이승기 역시 2015, 2016년을 주로 상주상무에서 보냈기 때문에 전북이 최강팀으로 완성된 뒤 동참한 것에 가까웠다.

 

최고 능력 가졌지만 기꺼이 조연이 됐던 선수

그럼에도 이재성은 한교원, 이승기, 에닝요, 로페즈, 레오나르도, 김보경 등 다른 선수들의 조연 역할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6년은 김보경이 이재성의 전술적 지원을 받아 마음껏 활개친 시즌이었다.

이재성은 돋보이지 않는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점차 주인공이 되어갔다. 특히 지난해 김보경이 전북을 떠나면서 이재성의 역할이 확대됐다. 이재성이 주인공으로서 전북의 ‘1옵션’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후반기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재성은 짧은 과도기 이후 더 돋보이는 역할에 적응했다. 이재성은 지난해 전반기 김보경과 함께 뛰는 동안 부상까지 겹치며 1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김보경이 떠난 뒤 팀 내 비중이 더 높아지자 7골 9도움을 추가하며 K리그 MVP가 됐다.

이재성은 프로 데뷔 이전부터 갖고 있던 특별한 전술 지능에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 직접 공격력까지 더했다. 최 감독은 이재성에 대해 “그렇게 예측력이 좋은 선수는 처음 봤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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