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대구] 김정용 기자= 월드컵은 축구 팬들에게 ‘덕질’의 성수기다. 국내에서 열리는 남자 축구대표팀의 두 차례 평가전, 그 사이에 마련된 두 차례 오픈 트레이닝, 그 전에 열린 각종 브랜드 행사까지 선수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넘쳐난다. 운이 좋다면 손흥민, 이승우, 기성용의 사인을 한 자리에서 받을 수 있다.

29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 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파워에이드 오픈 트레이닝 데이가 진행됐다. 부상을 당한 김진수와 이청용은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청용은 앞선 28일 온두라스를 2-0으로 꺾을 때 엉덩이에 멍이 드는 가벼운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청용을 제외한 온두라스전 선발 멤버들은 회복 훈련을 가졌다. 컨디션 난조에서 회복한 장현수, 기성용, 이재성과 온두라스전에서 일찍 교체 투입됐던 김민우, 문선민은 훈련 강도를 조절했다.

처음부터 가장 열심히 팬들과 소통한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본격적인 회복훈련에 앞서 운동장 가장자리를 뛸 때 공을 공중으로 띄운 뒤 떨어트리지 않고 팬들 앞을 지나가는 묘기를 선보였다. 팬들이 이름을 부르면 다른 선수들도 손을 흔들어줬다. 대구 특유의 뙤약볕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앞자리를 차지한 팬들은 명당을 지키기 위해 버텨야 했다.

비교적 가벼운 훈련만 소화한 ‘회복조’는 휴식 대신 더 긴 팬서비스에 나섰다. 행사를 찾은 팬 700여 명 중 대다수가 광고판 위로 몸을 내밀고 선수들과의 더 가까운 만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손흥민은 사인을 해 주다가 갑자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스킨십 시간이 끝났다는 듯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팬들이 “안 돼요 제발”이라고 소리치자 손흥민은 씩 웃으며 다시 팬들 앞으로 돌아왔고, 팬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예능 담당이었다. 잠시 후 손흥민은 “밀지 마세요. 자꾸 밀면 사인 못 해드려요”라며 진행 담당까지 자처했다.

전날 골을 넣은 손흥민과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승우는 가장 바빴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몰려드는 팬들을 향해 “밀지 마세요”라고 외치며 행사 진행을 겸했다. 선수들의 실력에 취한 팬들은 “잘 생겼어요”, “진짜 잘 생겼어요”, “사랑스러워요”라고 소리치며 사인을 받고 ‘셀카’를 청했다. 손흥민의 팔에 ‘조공’으로 받은 선물 쇼핑백들이 걸려 있었다. 편지를 써 온 다른 팬들은 쇼핑백 안으로 편지를 하나씩 찔러 넣었다.

이승우 옆에서 사인과 사진촬영의 속도를 재 봤다. 1분 동안 사인 4회, 사진 4회를 달성했다. 사인에 약 11초, 사진에 약 4초가 걸렸다.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포즈를 취하고 단 한 번 촬영 버튼을 누른 뒤 팬에게 돌려주는 동작에는 일체 군더더기가 없었다. 이승우는 셀카왕이었다.

유일한 대구FC 소속 조현우는 자기 '구역'에서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대구 시민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수원삼성, FC서울, 제주유나이티드, 대전시티즌 등 온갖 K리그 구단의 유니폼은 곧 그 지역에서 온 축구팬을 의미했다. 김민우가 인터뷰를 위해 가장 먼저 훈련장으로 들어서자 수원 팬들은 “김민우 언제나 우린 너와 함께 해”라는 그들의 응원구호로 환영해줬다.

전북현대에서도 팬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이재성은 자기 유니폼을 입고 온 어린이를 받아 안았다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능숙하게 달랜 뒤 어머니에게 돌려보냈다. 바쁘게 사인을 하던 기성용은 체력이 모두 소진된 뒤 잔디 위에 주저앉아 힘겹게 마지막 사인을 했다. 팬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기성용 앞으로 유니폼을 던졌고, 기성용은 하나씩 사인해 돌려줬다. 기성용은 그래도 사인 해주는 것보다 훈련이 힘들다는 말을 하려다 "훈련이…"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선수와 팬이 만나는 시간은 약 4시 30분부터 5시 20분까지 50분 가까이 이어졌다.

춘천에서 온 축구팬 박가윤, 이나리 씨는 “5월에 손흥민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나서 세 번째 행사에 참여한다”며 지금이 축구팬들에게 ‘대목’이라는 걸 가르쳐줬다. 이들은 경기를 보고 오픈 트레이닝까지 참석하는 알찬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에 왔다. 행사가 끝나면 공항으로 이동할 거라고 했다.

대표팀은 훈련 후 저녁식사를 하고 버스를 통해 전주로 이동했다. 30일에는 전주에서 오픈 트레이닝 행사가 예정돼 있다. 대표팀은 30일 훈련 초반을 팬들에게 공개한 뒤 후반부에는 비공개 전술 훈련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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