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수비적인 전술을 꺼내든 브랜든 로저스 셀틱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오히려 상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며 대패를 허용했다.

셀틱은 23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크레스콥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셀틱은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로저스 감독은 제니트 원정에서 수비적인 전술을 꺼내 들었다. 5-4-1 포메이션을 선택하며 수비 숫자를 대폭 늘렸다. 셀틱은 자국리그에서 3-5-1-1 포메이션을 사용하긴 하지만 좌우 윙백이 수비보다는 공격에 치중한다. 제니트를 상대로는 뒤로 내려서며 수비에 집중했다.

셀틱은 1차전에서 제니트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셀틱이 주도하는 경기 속에서 제니트는 전반 초반 유효 슈팅 2회를 기록한 것을 빼면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홈에서 제니트는 1차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승리를 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제니트는 초반부터 공격에 집중했다.

제니트는 셀틱이 내려선 덕에 높은 위치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는 전반 8분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빠져있다 앞으로 나가며 헤딩 골을 성공시켰다.

단순히 수비진영에 선수를 많이 두는데 그친 셀틱은 효율적으로 수비를 펼치지 못했다. 수비수와 수비수 사이,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은 넓었고 제니트는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슈팅을 때렸다. 전반 27분 달레르 쿠자예프가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할 때에도 수비진영에 9명이 있었지만 슈팅을 방해하는 선수는 없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셀틱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제니트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제니트는 태클 22회와 가로채기 14회를 성공하며 효율적으로 수비에 성공했다. 시세가 오른 제니트는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바노비치의 낮은 크로스를 알렉산드르 코코린이 골로 연결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셀틱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1위를 달리는 팀이다. 1강 체제가 확고하다 보니 셀틱이 수비적인 전술을 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선수들도 수비에 집중하고 역습을 전개하는 경기 방식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유럽대항전에서도 셀틱은 수비적으로 나선 경기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바이에른뮌헨, 파리생제르맹을 상대로 어설프게 수비라인을 내리고 경기를 했다가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로저스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실수를 인정했다. 그는 “수비적인 경기였다. 빠르게 상대 공간으로 올라가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쉽게 골을 허용했다”라고 말했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바노비치를 막지 못한 것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공중 볼 경합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바노비치에게 공간을 내줬다”라며 “더 적극적으로 압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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