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토리노는 순위가 9위에 불과하고 연승 중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아고 팔케를 중심으로 한 최근 최근 경기력은 세리에A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좋다. 엘라스베로나의 어려운 상대다.

2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리는 세리에A 26라운드에서 베로나와 토리노가 만난다. 홈팀 베로나는 19위, 원정팀 토리노는 9위다.

토리노가 순위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최근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까지 애매한 행보를 하던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감독은 지난 1월 4일 코파이탈리아 무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토리노 더비에서 패배한 뒤 팀을 떠났다. 후임으로 온 인물은 삼프도리아, 나폴리, 인테르밀란, 왓퍼드 등에서 잔뼈가 굵은 왈테르 마차리 감독이다. 마차리는 부임 직후 5경기에서 3승 2무를 거두며 빠르게 팀을 정상화시켰다. 가장 최근인 18일 더비전에서 유벤투스에 0-1로 패배했지만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마차리 감독은 분산돼 있던 팀 내 권력을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공격의 중심으로 발탁된 선수가 이아고 팔케다. 팔케는 원래 좋은 활약을 하던 선수지만 마차리 부임 이후 팀내 비중이 더 늘어났다. 미하일로비치 아래서 20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규 74분을 소화하던 팔케는, 마차리 부임 이후 6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평균 출장시간 90분을 기록했다. 20라운드까지 7골 1도움이었던 공격 포인트는 최근 6경기에서 2골 4도움으로 급증했다.

팔케는 유망주가 프로에 안착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선수다. 스페인 비고 출신인 팔케는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을 모두 거쳐 2008년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이후 임대와 완전이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야레알, 토트넘홋스퍼, 사우샘프턴, 알메리아를 떠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2부 리그에서만 통하는 선수로 보였다. 23세가 된 2013/2014시즌 라요바예카노로 임대돼 처음으로 스페인 1부 리그를 제대로 소화했다.

2014년 세리에A로 돌아온 팔케는 어엿한 1군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제노아에서 시즌 13골을 터뜨려 주목을 모으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을 빼더라도 약 7년 동안 8팀을 떠돈 끝에 빅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AS로마로 이적한 뒤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토리노 임대를 통해 12골을 넣었다. 토리노는 재빨리 팔케를 완전영입했고, 이번 시즌 팔케를 공격의 핵심으로 신임하고 있다.

지난 시즌 토리노는 팔케, 아뎀 랴이치, 안드레아 벨로티가 형성한 스리톱으로 좋은 공격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랴이치의 부진과 벨로티의 부상으로 팀 공격이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오래 헤맸다.

마차리 감독은 부임 직후 랴이치를 후보로 전락시킨 뒤 교체투입조차 하지 않았다. 토리노 공격은 철저하게 팔케 중심으로 작동했다. 팔케의 반대쪽 측면 공격은 원래 풀백인 크리스티안 안살디, 중앙 미드필더인 조엘 오비 등 수비적인 선수를 기용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팔케는 경기당 평균 1개나 되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팀 공격이 살아나면서 벨로티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던 벨로티는 지난 11일 우디네세전에서 경기장 절반을 가로지르는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골을 터뜨렸다.

팔케는 174cm에 부과한 키와 왜소한 체격을 기술로 극복하는 윙어다. 짧고 긴 패스, 중거리 슛과 드리블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고 있다. 문전으로 침투했을 때 결정력도 좋다.

베로나는 이미 절정에 올라 있는 팔케와 부활 중인 이탈리아 대표 공격수 벨로티를 상대해야 한다. 지난 20일 라치오 원정에서 심각할 정도로 소극적인 경기 끝에 0-2로 패배한 베로나는 더 자신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파비오 페키아 감독은 라치오 전에 대해 “너무 소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승우는 벤치에 앉을 것이 유력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