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아우크스부르크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도입한 새로운 조합은 구자철을 오른쪽 측면에 두는 것이다. 구자철은 시원한 문전 침투에 이은 골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13일(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위치한 WWK 아레나에서 ‘2017/2018 독일분데스리가’ 18라운드 홈 경기를 가진 아우크스부르크는 함부르크를 1-0으로 꺾었다. 전반기 막판 3전 무승으로 부진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기 첫 경기부터 승리하며 순위를 7위로 끌어올렸다. 유럽대항전 진출권이 주어지는 6위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와 승점차가 1점에 불과하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고민한 포지션은 두 자리였다. 4-2-3-1 포메이션을 유지한 가운데 수비진,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윙어 카이우비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인 미하엘 그레고리치까지 그대로였다. 최전방은 전반기 11골로 특급 활약을 한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이탈했다. 어쩔 수 없이 후보 공격수 세르지오 코르도바가 이 자리를 메워야 했다.

오른쪽 윙어는 더 장기적인 고민이 있었고, 그 답이 구자철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기 내내 좌우 측면의 불균형 문제가 고민이었다. 왼쪽 공격은 1골 9도움을 기록한 레프트백 필립 막스의 ‘택배 크로스,’ 4골 2도움을 기록한 왼쪽 윙어 카이우비의 활약으로 문제가 없었다. 오른쪽 윙어는 시즌 내내 문제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마르셀 헬러를 위주로 조나단 슈미트도 종종 기용했으나 두 선수 모두 경기력이 신통치 않았다. 두 선수가 골에 직접 관여한 상황이라고는 헬러의 1도움이 전부였다.

결국 마누엘 바움 감독의 선택은 ‘만능키’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미드필드의 모든 포지션을 맡은 경험이 있다. 포메이션을 가리지 않고 중앙과 측면, 공격형과 수비형을 오가며 성실한 플레이를 했다. 이번 시즌에는 전반기 동안 중앙에서만 뛰었다.

오른쪽 윙어 구자철은 기대 이상의 효과와 효율을 발휘했다. 구자철은 결정적 패스 부문에서 팀 내 공동 2위인 3회를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패스 성공률이 팀 내 최고인 83.3%였다. 공중볼 획득 횟수가 팀내 2위(7회)였다. 태클 2회, 걷어내기를 무려 5회나 기록하며 특유의 성실한 수비 가담 능력도 보여줬다.

단 한 차례 슛으로 골을 뽑아내며 효율의 끝을 보여줬다. 전반 45분 카이우비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구자철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깔끔한 헤딩슛으로 득점했다. 구자철의 시즌 첫 골이다.

이날 역할은 구자철의 최근 바뀐 플레이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주로 왼쪽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다. 오른쪽 윙어가 동등한 팀내 비중을 가지려고 애쓰기보다, 팀 플레이에 충실하다가 문전 침투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팀에 기여할 수 있다. 구자철의 역할은 스스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것보다 왼쪽에서 공격이 풀릴 때 마무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비슷한 역할을 나폴리의 오른쪽 윙어 호세 카예혼이 수행하고 있다.

이날 구자철은 억지로 윙 플레이를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왼쪽으로 갈라주는 롱 패스는 있었지만 크로스는 전혀 올리지 않았다. 측면 공격은 카이우비와 막스 쪽에 맡기고, 구자철은 중원에 힘을 실어주고 상대 측면 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한때 구자철의 장점은 볼 키핑이었지만, 최근에는 발재간에 기복이 생기면서 키핑 능력도 예전 같지 않다. 이날도 공을 흘린 횟수가 4회로 팀 내에서 가장 나빴다. 이 점 역시 구자철이 오래 공을 쥐려고 애쓰기보다 깔끔한 팀 플레이로 간결하게 처리하는 게 낫다는 걸 보여준다.

지금 구자철의 장점은 성실한 팀 플레이와 득점 감각이다. 구자철은 발재간에 기복이 생긴 뒤에도 득점력은 비교적 꾸준하게 유지하는 편이었다. 2015/2016시즌 8골을 터뜨렸다. 2016/2017시즌에는 2골에 그쳤지만, 그 기간조차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는 선수 중 하나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전반기에 막스의 크로스에 힘입어 핀보가손이 11골, 그레고리치가 8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두 선수에게 편중돼 있는 득점 분포가 문제였다. 구자철까지 가세해 막스의 크로스를 더 잘 받아먹는다면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 득점 루트를 다변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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