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은 맹렬한 에너지로 맨체스터시티를 습격했다. 맨시티가 제대로 전술을 펴기도 전에 노도처럼 몰려가 무패 행진을 끊어버렸다.

15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3라운드를 치른 리버풀이 맨시티를 4-3으로 꺾었다. 리버풀은 막판에 흔들리며 두 골을 거푸 내줬지만, 후반 33분에 이미 세 골 차를 만들며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은 상태였다.

리버풀은 필리페 큐티뉴가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새로 영입한 피르힐 판다이크는 경미한 부상으로 뛸 수 없는 상태였다. 맨시티 역시 다비드 실바가 벤치에 앉아있긴 했지만 리버풀이 약간 더 전력 공백이 커 보이는 라인업이었다.

리버풀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한 선수는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었다. 체임벌린은 리버풀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윙어를 오가며 뛰었지만 강한 인상은 남기지 못해 왔다. 맨시티를 상대로 체임벌린의 잠재력이 터져 나왔다. 체임벌린은 지구력, 주력, 기술, 투지, 킥 등 다양한 능력을 겸비한 선수다. 이날 리버풀 중원에 배치돼 공수 양면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했다.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 특유의 ‘헤비메탈 축구’로 맞섰다. 이번 시즌 리버풀이 많이 보여주지 못한 스타일이다. 클롭 감독 고유의 축구는 강한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이 골자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공수 간격 유지가 되지 않는 시간이 길었다. 공격진이 충분히 수비에 가담하지 못하고, 수비라인이 충분히 전진하지 못했다. 그 사이를 공략당하며 많은 실점을 내줘 왔다.

리그 최강 맨시티를 만난 리버풀은 모처럼 클롭식의 맹렬한 압박을 보여줬다. 체임벌린뿐 아니라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 수비형 미드필더 엠레 찬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맨시티 선수들에게 달려들어 패스 전개를 방해했다. 전반 초반 맨시티가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는 리버풀 압박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오히려 빈틈을 내주기도 했지만 점차 리버풀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리버풀 압박의 비결은 전력질주였다. 리버풀 선수들은 맨시티 선수에게 달려들 때 전속력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진의 압박이 실패할 듯 보이면 미드필더들이 전속력으로 달려가 2차 패스 경로를 끊었다. 미드필더의 압박조차 뚫릴 것처럼 보이면 센터백인 데얀 로브렌, 조엘 마팁이 과감하게 전진해 선제 수비를 했다.

리버풀 압박의 위력은 첫골부터 나왔다. 전반 9분 체임벌린이 맨시티 골망을 갈랐다. 맨시티는 레프트백 파비안 델프와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 사이에서 공이 자주 머무는 팀이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체임벌린이 그 지점으로 동시에 달려들어 공을 빼앗아냈다. 체임벌린은 지체 없이 드리블로 전진한 다음 강력한 대각선 중거리 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맨시티가 오히려 조직과 전술이 아닌 개인기로 대응했다. 전반 40분 롱패스를 받은 자네가 가슴으로 트래핑하며 조 고메스를 제쳤고, 중앙으로 파고든 뒤 스텝으로 조엘 마팁까지 돌파한 뒤 벼락같은 왼발 슛으로 거의 각도가 보이지 않던 니어포스트를 뚫었다. 고메스가 허겁지겁 달려와 다시 막아보려 했으나 자네의 슛이 더 빨랐다.

후반 초반 맨시티가 빌드업 전략을 수정하며 리버풀 압박에 대응하려 했다. 라이트백 카일 워커가 중앙으로 자주 이동했고,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이 자주 후방으로 내려갔다. 기본적으로 맨 뒤에 선수 숫자를 늘려 리버풀의 압박을 여유 있게 벗어난 뒤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전방압박뿐 아니라 공수 전환이 더 빨랐다. 맨시티 공격이 무산됐을 때가 곧 리버풀의 득점 기회였다. 후반 14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공을 협동 수비로 빼낸 체임벌린이 공을 몰고 올라간 뒤 스루 패스를 했다. 돌아들어간 피르미누가 존 스톤스를 몸싸움으로 이기며 어거지로 패스를 받았고, 막으러 나오는 에데르손을 피해 로빙슛으로 득점했다. 이번에도 체임벌린의 에너지와 다재다능함이 빛났다.

리버풀은 맨시티가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더 맹렬한 전방압박을 가했다. 그 결과는 단 10분 만에 터진 2골이었다. 후반 16분, 이번엔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압박한 모하메드 살라가 인터셉트를 한 뒤 패스를 밀어줬고, 사디오 마네가 왼발 강슛을 골문 구석으로 강하게 때려 넣었다. 후반 23분에는 살라의 스루 패스를 끊으러 나온 에데르손이 전진했는데, 에데르손이 롱킥을 하지 못하고 살라에게 공을 돌려줘버렸다. 살라가 빈 골문을 향해 약 40m 거리에서 장거리 슛을 날려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후반 30분 이 경기의 핵심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다. 리버풀 레프트백인 앤드류 로버트슨이 맨시티의 패스 전개를 따라 압박하다가 어느새 최전방까지 올라갔다. 로버트슨은 센터백 스톤스, 골키퍼 에데르손, 센터백 오타멘디를 차례로 따라가며 거세게 달려들었다. 결국 오타멘디에게 파울을 하며 상황을 종료시키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특이한 장면이자, 리버풀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 에너지로 무장하고 나왔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다만 리버풀의 에너지가 90분 내내 유지되는 건 무리였다. 리버풀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지자 다시 한 번 공수 간격이 벌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거의 무승부를 당할 정도로 쫓겼다. 후반 39분 베르나르두 실바, 후반 추가시간 귄도안이 연속골을 터뜨렸다. 리버풀은 막판에 허둥거리다 겨우 승리를 지켰다.

90분 내내 완벽했던 건 아니지만 리버풀 선수들의 폭발적인 에너지, 동시에 준수한 기술은 맨시티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당황스런 경기를 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만 산다는 듯 덤비는 통에 판단력을 발휘할 틈도 없었다. 다른 모든 팀이 이런 축구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맨시티 파훼법이 한 가지 나왔다는 점에서 남은 시즌 맨시티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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