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폴 포그바는 동료의 골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압도적인 선수다. 이번 시즌 경기를 약 절반만 소화하면서도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다.

맨유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3라운드에서 스토크시티에 3-0 대승을 거뒀다. 선두 맨시티가 23라운드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한 덕분에 승점차는 8점으로 줄어들었다.

스토크 수비가 헐거운 덕분에 나온 대량득점이라는 건 감안해야 한다. 스토크는 이 경기를 통해 시즌 50실점에 도달했다. 현재까지 유럽 5대 리그에서 가장 골을 많이 내준 팀이다. 이번 시즌 3골 이상 실점한 경기가 벌써 7번째다.

맨유는 스토크의 속공 시도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했다. 슛 시도에서 20회 대 11회, 유효 슛 시도에서 9회 대 5회로 앞서긴 했지만 두 팀의 전력차를 감안한다면 차이를 더 벌려야 했던 경기였다. 특히 스토크가 초반 득점 기회를 잘 살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맨유의 전술과 조직력은 대승에도 불구하고 의문부호를 남겼다.

 

포그바의 압도적인 창조성

쉽지 않은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두 골을 이끌어낸 선수가 포그바였다. 포그바는 전반 9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골 직전 패스를 밀어줬다. 전반 38분에는 오른쪽에서 패스워크에 가담했다가, 왼쪽에서 공을 받으러 달려오는 앙토니 마르샬에게 기습적인 패스를 내줘 두 번째 골도 어시스트했다. 특히 두 번째 어시스트 상황을 통해 포그바의 시야가 넓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이날 2도움을 올린 포그바는 도움 순위에서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맨체스터시티의 케빈 더브라위너, 르로이 자네와 함께 1위다. 팀내 비중은 포그바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맨시티 선수들의 어시스트는 패스워크를 통해 공격하는 팀 스타일에서 나온다. 맨시티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통해 득점 5위 안에 2명, 어시스트 5위 안에 3명이나 올렸다. 반면 맨유의 포그바는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도움을 올릴 수 있는 처지다.

출장 시간 대비 효율을 보면 포그바를 더 인정하게 된다. 포그바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9월 중순부터 약 2개월 동안 결장했다. 23라운드까지 총 13경기만 뛰었다. 그러면서도 126분당 도움을 하나씩 올렸다. 자네는 162분, 더브라위너는 219분 당 1도움씩 기록한 것에 비하면 포그바의 도움 간격이 훨씬 짧았다.

포그바는 어시스트만 많은 게 아니었다. 결정적 패스 4회(1위, 이하 이 경기 팀 내 순위), 패스 횟수 77회(2위), 볼 터치 96회(1위), 크로스 성공 1회(1위), 롱 패스 8회(1위), 스루 패스 1회(1위), 드리블 돌파 4회(1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맨유 공격은 골만 빼고 다 포그바에게서 나왔다고 봐도 되는 경기였다.

전술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맨유는 최근 포그바의 전술적 책임을 줄여주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를 늘리는 4-3-3 전형을 시험했으나, 스토크전은 다시 4-2-3-1로 돌아갔다. 포그바는 네마냐 마티치와 함께 수비라인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격 상황에서 창의성까지 담당해야 했다. 비록 수비적인 역할은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공격 상황에서는 기대에 확실히 부응했다.

포그바의 숙제는 강팀 상대로도 같은 활약을 해내는 것이다. 강등권 스토크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포그바가 이번 시즌 기록한 3골 9도움 중 9개가 11위 이하(23라운드 순위 기준) 팀을 상대로 나왔다.

포그바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맨유는 맨체스터시티, 첼시, 리버풀, 토트넘홋스퍼를 모두 만났다. 이 4경기 성적은 1승 1무 2패에 그쳤다. ‘포그바가 돌아온 맨유는 다르다’는 것을 강팀들을 상대로 보여줘야 한다. 맨유는 번리(21일), 여빌타운(27일, FA컵)에 이어 2월 1일 토트넘전을 앞두고 있다.

 

득점력 급상승한 발렌시아, 숨은 공신

포그바와 함께 맨유 승리를 이끈 선수는 발렌시아였다. 발렌시아는 맨유가 딱히 주도권을 잡지 못한 전반 9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 운영을 쉽게 만들었다. 포그바의 깔끔한 패스를 받은 뒤에도 골을 넣기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발렌시아의 개인 능력이 첫 골을 만들어냈다. 발렌시아는 스토크 레프트백 조시 타이먼을 앞에 두고 간단한 방향 전환 드리블을 통해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오른발잡이 발렌시아의 기습적인 왼발 슛은 기대 이상으로 강력하고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향했다.

발렌시아는 33세다. 기량이 다소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맨유의 좌우를 통틀어 가장 믿음직스런 풀백이다. 이번 시즌 맨유 공격이 왼쪽에 편중되면서, 오른쪽 수비수가 맡아야 할 역할이 오히려 늘어났다. 발렌시아는 측면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위치를 잡고 대형을 유지해야 한다.

발렌시아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득점력도 높아졌다. 발렌시아는 이번 시즌 3골을 터뜨렸다. 풀백으로서 반 시즌 3골은 훌륭한 득점력이다. 발렌시아가 지난 4시즌 동안 넣은 골이 총 3골이었다. 미드필더로 뛰던 시절에도 시즌 최다골은 5골이었다.

발렌시아는 날이 갈수록 크로스가 무뎌지며 최근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예 크로스를 올리지 않는 경기가 많다. 대신 짧은 패스를 계속 주고받으며 점유율 유지에 기여한다. 스토크전에서 발렌시아는 마티치, 포그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63회 패스를 돌렸다. 성공률은 93.7%에 달했다. 포그바가 전진했을 때 3선이 빈약해지는 문제를 발렌시아가 어느 정도 보완해주기도 한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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