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초호화 군단의 리그. 가장 화려한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 현대 축구의 발전상을 따라가려면 스페인라리가를 놓쳐선 안 된다. 'Football1st'는 세계 축구의 1번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축구 소식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7/2018시즌 레알마드리드의 순위가 낯설다. 스페인, 유럽, 세계 챔피언을 모두 차지한 레알의 위용은 자취를 감췄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한 득점 루트가 통하지 않으면서 승리 공식이 깨졌다.

레알은 리그 18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32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 덜 치르긴 했지만 3위 발렌시아(승점 40점)와 승점 차가 8점이다. 1위 FC바르셀로나와 격차는 19점으로 벌어졌다. 이번 시즌 무패를 달리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승 경쟁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확보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5위 비야레알(승점 31점)과 6위 세비야(승점 29점)의 추격이 거세다. 3경기째 승리가 없는 레알이 다음 경기에서도 패한다면 상황에 따라 6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 리그 4위를 기록했던 2003/2004시즌 이후 최악의 시즌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레알의 부진은 수비보다 공격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수비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그 18경기에서 17골을 내줘 경기당 실점율은 1골 미만이다.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경기당 실점율도 1.07골이었다.

반면 득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레알은 리그 18경기에서 32골을 넣고 있다. 경기당 1.77골도 준수한 득점력이지만 기대에 못 미치지는 수치다. 레알은 지난 시즌 경기당 2.78골을 넣었다. 최근 8시즌 동안 꾸준히 경기당 2.6골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4골에 그친 호날두의 비효율이 심각하다. 호날두는 원래 슈팅을 많이 때리는 선수다. 지난 시즌에도 라리가에서 리오넬 메시(178개) 다음으로 많은 160개를 시도했다. 올 시즌에는 초반 4경기를 징계로 결장하고도 슈팅 94개를 시도했다. 그중 득점으로 연결된 슈팅은 단 4개 뿐이다. 슈팅을 시도한 지역과 상황에 따라 득점 확률을 산출하는 통계(xG 값)에 따르면, 호날두가 평균적인 결정력만 발휘했어도 11.4골을 넣었어야 한다. 호날두의 결정력은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

호날두를 대체할 만한 득점원도 없다. 카림 벤제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로 구성된 공격진은 한때 가장 위협적인 공격 조합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벤제마의 부진, 베일의 잦은 부상으로 위력을 잃었다. 세 선수가 라리가에서 총 10골에 그쳤다.

경기력이 나쁠 때도 레알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스타 선수들의 '클러치 능력' 덕분이었다. 이번 시즌 레알이 상실한 능력이다. 호날두뿐 아니라, 위기마다 헤딩골을 넣으며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던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도 올 시즌 리그에서는 득점이 없다.

결정력이 떨어지면 비효율적인 경기를 반복하게 된다. 레알은 라리가에서 경기당 슈팅 수가 19.3개로 가장 많은 팀이다. 이중 골대를 향하는 유효 슈팅 수는 6.9개에 불과하다. 14일 비야레알전에서는 슈팅 28개를 시도해 한 골도 기록하지 넣지 못했다.

결정력과 더불어 레알이 직면한 큰 문제는 풀백들의 부진이다. 왼쪽의 마르셀루와 오른쪽의 다니 카르바할은 윙어 못지 않은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시즌 이들이 공격에 가담해 중앙으로 보내는 크로스는 레알의 주 득점 루트 중 하나였다.

올 시즌에는 풀백이 올리는 크로스의 정확도가 예전만 못하다.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이 공을 만지는 횟수는 지난 시즌보다 더 늘어났다. 경기당 크로스 시도 횟수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마르셀루의 어시스트는 지난 시즌 10개에서 이번 시즌 1개로 줄어들었다. 카르바할은 지난 시즌 4어시스트를 올렸으나 이번 시즌에는 하나도 없다. 마르셀루의 경우 비야레얄전에서 크로스 16개를 시도해 13개를 실패했다. 레알 입단 이후 성공률이 가장 낮았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경기력도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전방과 측면에 비해 중앙의 위력은 살아 있는 편이다. 레알의 중앙을 책임지는 이스코와 토니 크로스는 여전히 날카로운 패스를 앞으로 전달한다. 두 선수 모두 경기당 키패스 횟수에서 라리가 5위권에 든다.

레알은 후반기 반전을 위해 공격력을 보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눈에 띌 만한 영입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은 현재 선수단을 믿는다며 보강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전술 변화, 휴식,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 대체 선수 중용 등 팀 내부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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