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필리페 쿠티뉴의 이적료는 한화 2,0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이다. 자연스레 의문이 든다. 과연 이 정도로 큰 돈을 투자할 만한 선수일까? 바르셀로나가 과소비를 한 건 아닐까? 쿠티뉴가 뛰어난 선수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적 없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가지 포지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인 적도 없다. 그래서 쿠티뉴의 과거, 현재, 미래가 궁금해졌다. 쿠티뉴의 지나온 길을 통해 올여름 월드컵에서 보일 모습까지 전망해 본다.

쿠티뉴는 그토록 바랐던 세계 최고 구단,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이적료를 보아하니 바르셀로나도 쿠티뉴를 간절하게 원한 것 같다. 시작만큼 앞으로도 행복하려면 쿠티뉴가 전술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에게 ‘플랜 A’란 별 의미가 없다. 바르셀로나는 라리가에서 4-4-2 포메이션을 주로 썼지만 멤버 구성과 작동 방식이 매 경기 달라졌다. 전통적인 4-3-3 포메이션도 종종 썼다. 어떤 전술이든 핵심은 리오넬 메시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스타 공격수가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만 남은 상황에서 이들의 경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러나 후반기로 접어들며 바르셀로나는 우스만 뎀벨레의 부상 회복, 쿠티뉴의 합류로 공격진의 양과 질이 대폭 확대됐다. 발베르데 감독은 전반기에 잘 작동한 수비적인 전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바르셀로나 특유의 경기 지배 전략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현재 전술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쿠티뉴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쿠티뉴는 공격수보다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다. 브라질과 리버풀에서 4-3-3의 좌우 윙어뿐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수비 가담과 팀 플레이를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할 줄 안다. 어떤 전술, 어떤 포지션이든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선수다.

전반기 바르셀로나의 ‘플랜 A’였던 4-4-2에서 쿠티뉴는 좌우 측면을 모두 맡을 수 있다. 왼쪽은 주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오른쪽은 이반 라키티치나 파울리뉴가 변칙적으로 맡아 온 역할이다. 이들 모두 윙어보다 중앙 미드필더에 가깝다. 바르셀로나는 수비력과 중원 장악력을 갖춘 미드필더를 좌우 측면까지 우겨넣어 중원을 강화하고, 측면 공격은 풀백과 공격수들이 지원하도록 만드는 조합을 즐겨 썼다.

쿠티뉴는 플레이스타일 측면에서 이니에스타에 가깝다. 윙어 수준의 공격력과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지능을 모두 지녔다는 점부터 닮았다. 오른발 드리블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다가 결정적인 스루 패스를 날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쿠티뉴의 지능과 볼 컨트롤은 이니에스타에 비해 부족하지만, 대신 이니에스타에게 없는 강력한 킥이 있다. 무엇보다 이니에스타는 34세 노장이다. 쿠티뉴는 이니에스타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승계할 수 있다. 쿠티뉴가 오른쪽에서 출장할 경우, 바르셀로나는 좌우에 모두 이니에스타를 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쿠티뉴와 뎀벨레를 모두 살리려면 두 젊은 측면 자원을 좌우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뎀벨레는 부상 전 바르셀로나에서 오른쪽 윙어로 시즌을 시작했다. 기본 선수 배치는 4-3-3에 가까웠다. 명목상 오른쪽 윙어는 뎀벨레, 왼쪽 윙어는 메시였다. 메시는 윙어 자리에 얽매이지 않고 프리롤로 상대 진영 곳곳을 돌아다녔다. 왼쪽 공격은 전담 선수 없이 조르디 알바의 오버래핑, 이니에스타의 지능적인 위치 선정으로 해결해 왔다. 이 전술이 다시 쓰일 경우에도 쿠티뉴는 이니에스타의 자리를 이어받아 왼쪽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다.

다양한 전술을 돌아가면서 쓰는 발베르데 감독의 성향이 후반기에도 유지된다면, 쿠티뉴의 포지션도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4-4-2나 4-3-3뿐 아니라 4-3-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3-5-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것도 가능하다.

외신의 관심은 쿠티뉴가 네이마르의 대체자가 될 것이냐, 아니면 이니에스타의 장기적 대체자가 될 것이냐에 쏠려 있다. 쿠티뉴와 뎀벨레의 합류는 부분적으로 메시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시는 현재까지 스페인라리가에서 18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필드플레이어 중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는 단 8명뿐이다. 발베르데 감독은 메시의 컨디션을 우려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두 경기에서 선발 제외했지만 더 많은 휴식을 줄 필요가 있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긴 시간을 소화한 필드 플레이어는 라키티치였다. 쿠티뉴와 뎀벨레는 다양한 전술 조합을 통해 메시, 라키티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전반기보다 적극적인 체력 안배가 가능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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