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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1st] 수치로 보는 스털링 급성장의 실체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1.12 15:53

[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맨체스터시티의 역사적인 경기력을 골로 만들어내는 선수는 라힘 스털링이다. 스털링은 14골로 팀 내 득점 1위다. 세르히오 아구에로(13골), 가브리엘 제주스(8골), 케빈 더브라위너(6골)도 스털링의 득점력을 따르지 못한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 천재로 기대를 모은 지 오래됐지만, 스털링은 앞서 6시즌 중 한 번도 리그 10골을 넘긴 적이 없다. 이번 시즌은 24골이 기대되는 득점력을 발휘 중이다. 스털링의 결정력이 급성장한 이유를 영국 방송사 ‘스카이스포츠’가 축구 통계 업체 ‘OPTA’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스털링의 득점은 EPL 3위다. 그중 페널티킥은 단 1골이었다. 22경기 중 선발 출장은 16회였으며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약 108분당 1골(1511분 출장)을 기록한 셈이다.

많은 골을 넣은 첫 번째 비결은 맨시티의 압도적인 공격력이다. 맨시티는 22경기 64골로 경기당 3골에 육박하는 득점력을 가진 팀이다. 평균 점유율이 72%다. 경기당 볼 터치 횟수에서 2위팀과 2,000회 넘는 차이를 벌리며 매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스털링의 많은 골도 팀 공격력의 수혜를 입었다고 봐야 한다.

스털링이 마냥 동료들의 덕을 본 건 아니다. 스털링의 경기력이 좋기에 맨시티 공격도 살아난다는 근거가 여러 수치에서 발견된다. 스털링은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볼 터치 159회를 기록했다. 전체 1위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리차를리손(미들즈브러), 해리 케인(토트넘홋스퍼)보다 많다.

맨시티의 빠른 속공은 스털링의 발을 거쳐 전개된다. 스털링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가담하는 빈도가 상위 5%다. 맨시티에서 보낸 지난 두 시즌보다 확연히 향상된 수치들도 눈에 띈다. 상대 진영(경기장을 세 부분으로 나눴을 때 상대방 골대가 포함된 구역)에서 공을 잡은 횟수(90분 환산)는 지난 두 시즌 동안 40회 미만이었다가 이번 시즌 43.7회로 올랐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잡은 비율은 지난 두 시즌 동안 56~58% 사이였다가 이번 시즌 62.7%로 올랐다.

스털링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상대 진영에 더 오래 머물렀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맨시티의 완성도 높은 전술 속에서 동료들이 후방 수비와 빌드업을 도맡기 때문에 스털링은 후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상대 진영에 머무를 자유를 얻은 스털링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를 교란할 수 있는 좋은 위치선정을 했기 때문에 윙어로 뛰면서도 팀내 최다골을 득점했다.

팀 플레이가 향상됐다는 것은 2차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OPTA가 어시스트와 별도로 집계한 ‘의도적인 어시스트’에 따르면 스털링의 슛 중 43%가 의도적인 어시스트를 통해 나왔다. 지난 시즌은 33%, 2015/2016시즌은 29%에 불과했다. 맨시티가 철저하게 만들어가는 공격을 자주 슛까지 연결시킨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반면 스털링이 전술의 공백을 메워주는 부분도 존재한다. 어시스트성 패스를 받지 않은 슛, 즉 직접 만든 슈팅 기회 기록이다. 스털링은 이 부문에서 32%를 기록했다. 앞선 시즌들에 비해 급성장한 비율이다. 스스로 공을 줍거나, 실수를 스스로 만회하고 슛까지 가져간 경우가 여기 해당된다. 이 수치는 스털링의 공격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팀플레이가 실패했을 때도 상대에게 속공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수비 기여도까지 보여준다.

스털링의 결정력 역시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윙어로서 득점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스털링과 살라를 비교해보면 스털링의 효율이 훨씬 높다. 명백한 득점 기회에서 넣은 골이 스털링과 살라 모두 10개씩이다. 살라는 기회를 15회 무산시켰고, 스털링은 5회 놓쳤다. 결정력은 스털링이 더 뛰어났다.

xG 값을 보면 스털링의 결정력이 잘 드러난다. xG 값은 각 슈팅 상황의 득점 확률을 계산한 OPTA의 2차 수치다. 골문과의 거리, 공격 상황 등을 고루 고려한다. xG 값이 0.1인 슈팅 상황은 성공 확률이 10%라는 뜻이다. 스털링은 지난 두 시즌 동안 xG 값에 딱 맞는 보통 결정력을 발휘했다. 2015/2016시즌 스털링은 슛을 52회 날렸고, 평균 xG 값은 0.13이었다. 두 수치를 곱한 기대 득점은 6.5였다. 스털링은 딱 6골을 터뜨렸다. 2016/2017시즌도 기대 득점 7.5(슈팅 64회, xG 값 0.12) 그대로 7골을 넣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xG 값을 통해 나온 기대 득점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번 시즌 스털링은 슛을 53회 날렸다. xG 값은 0.17이었다. 두 수치를 곱하면 9.1이 나온다. 평범한 결정력의 소유자라면 9골을 넣었을 상황이다. 스털링의 실제 득점인 14골은 기대 득점의 약 1.54배나 된다.

xG 값에 비해 많은 골을 넣었다는 건 후반기 득점력이 떨어질 위험성을 의미한다. 전반기에 갑자기 높아진 득점력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xG 값의 전반기 추이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스털링의 남은 시즌 기대 득점은 6.54골이다.

스카이스포츠의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 최근 차비 에르난데스에게서 나왔다. 차비는 '엘 파이스'와 가진 인터뷰 중 맨시티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차비는 '360도 어느 방향에서든 공을 받을 수 있고, 어느 쪽으로든 몸을 돌릴 수 있고, 경기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선수가 주젭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더브라위너를 칭찬하다가 나온 이야기였다.

차비는 이야기 말미에 "르로이 자네는 이런 작은 터치를 하지 못한다. 스털링은 시키면 할 수는 있다"고 두 윙어의 차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자네는 측면에서 폭발적인 선수인 반면 문전으로 진입했을 때 할 수 있는 플레이의 종류가 한정돼 있다. 반면 스털링은 좁은 공간에서도 섬세한 볼 터치와 좌우 어느 쪽이든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공격 상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수다. 중앙으로 침투했을 때 스털링이 더 위력적인 이유로 볼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자네와 스털링이 함께 득점 행진을 이어갔지만, 지금 자네의 득점은 6골에 멈춰 있다.

스털링은 늘 득점에 목마른 선수였다. 최근 인터뷰에서 “언제나 가장 큰 목표는 득점이었다. 내가 해내지 못하는 것도 득점이었다. 매년 머릿속에 목표 득점을 정하는데 대부분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엔 처음으로 목표 득점을 초과 달성할 것이 유력하다. 진보적인 팀 전술, 스털링의 결정력이 조합된 결과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인터넷판 캡쳐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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