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구조를 뜯어고치고 홍명보, 박지성 등 스타급 임원을 선임해 인상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새 시스템을 오래 지속시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김호곤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이용수 부회장, 안기헌 전무이사의 사임에 따른 후임 인선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8일 알렸다. 아직 총회 승인은 나지 않았지만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면 젊고 유명한 인물들이 포함됐다. 홍명보 전무이사, 박지성 유스전략본부장이 대표적이다.

조직 체계 측면에서 인상적인 건 축구협회에서 가장 유명한 위원회인 기술위원회가 두 개로 분화됐다는 점이다. 기존 기술위원회는 한국 축구 전반을 다루는 위원회인 동시에 국가대표 감독 선임 및 지원 업무까지 겸했다. 축구협회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국 축구 전반을 다루는 기술발전위원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를 각각 분리했다. 기술발전위원회는 이임생 위원장이 이끈다. 감독선임위원회는 인선이 진행 중이다.

기술위에 대한 오랜 지적에 협회가 답했다. 기존 기술위는 유소년 축구 관계자, 축구 의학 관계자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정하고 대표팀 지원 업무를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력 구성이었다. 대표팀이 실패하면 기술위원장이 함께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도 문제였다. 이번에 기술발전위원회가 대표팀과 거리가 먼 기관으로 신설되면서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게 됐다.

협회 행정 관련 인사는 젊은 피를 적극 등용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안기헌 전 전무이사는 63세, 후임자인 홍명보 전무이사는 48세다. 15세가 젊어졌다. 본격적인 행정 업무가 처음인 홍 전무이사를 보좌하기 위해 사무총장직을 신설하고 전한진 전 국제팀장을 임명했다.

박지성 유스전략본부장은 팬들의 관심을 끄는 인사다. 대회위원장에 조덕제 전 수원FC 감독이 새로 선임됐다.

 

‘쉽게 떠나는 직장’이었던 기술위, 이젠 달라질까

축구협회는 젊은 인재를 대거 등용한 이유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역량있는 축구계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려는 협회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다. 또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와 함께 정몽규 회장의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혁의 지속성이다. 현역 감독으로 한창 활동할 나이와 경력을 가진 인물은 축구협회에서 오래 일하기 쉽지 않다. 기존 기술위의 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기술위를 강화하기 위해 이용수 위원장 아래 부위원장직을 신설했으나 김학범, 장외룡, 강철 부위원장이 평균 8개월 임기로 모두 그만뒀다. 국내외 프로팀에서 제안이 오자 기술위를 떠나는 쪽을 택했다.

한국 축구계에서는 감독직을 떠나 행정, 기술위 등에서 일하다가도 지도자 제안을 받으면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현장에서 오는 제안을 여러 차례 물리치다보면 제안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축구인들은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계약직 노동자에 가깝기 때문에 추후 취직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 축구인은 “축구협회 일을 맡을 땐 고민하게 된다. 프로팀에 갈 타이밍을 놓치면 나중엔 영영 갈 수 없게 된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은 오래 재직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감독으로서 한창때 나이다. 최근까지 중국 톈진테다에서 2군 감독과 1군 감독을 역임했다. 홍명보 전무이사 역시 올해 전반기까지 중국 항저우그린타운 감독직을 맡으며 프로 경력을 막 시작한 차였다. 원래부터 감독보다 행정가에 꿈이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경력이 있어 여전히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축구협회는 요직에 새로 앉힌 인재들이 젊고 유명한 만큼, 프로팀 등 다른 직장에서 이직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프로팀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 정도로 축구협회가 매력적인 직장이어야 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