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경남FC가 K리그 챌린지 개막 후 연속 무패 기록을 18경기로 경신했다. 경남의 기록 경신을 맞아 지난해 전북현대가 세운 K리그 클래식 무패 기록, 그리고 이 분야의 ‘레전드’인 아스널의 2003/2004시즌까지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럽 최고의 리그에서도 무패 우승의 기록은 흔치 않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1세기 들어 무패 우승의 기록을 처음으로 세운 팀은 바로 아스널이다. 2003/2004 시즌 아스널은 26승 12무의 기록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2시즌에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유벤투스가 무패 우승을 일궜다.

 

잉글랜드에서도 당시 아스널이 세운 기록은 대단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12번째 시즌에서 아스널은 역사를 만들었다. 출범 이전의 기록은 무려 1888/1889 시즌 프레스턴노스엔드의 무패 우승 기록이 유일하다. 당시 프레스턴은 10승 1무의 기록으로 풋볼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의 규모, 리그 주요 팀들의 전력도 편향되었던 시기다.

#기록으로 본 무패행진
1997/1998 시즌 리그와 FA컵에서 우승하며 ‘더블’을 달성한 아스널은 자신감이 대단했다. 1996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지도 하에 똘똘 뭉쳐 있었다. 2001/2002 시즌에도 같은 ‘더블’을 달성한 아스널은 2002/2003 시즌 아쉽게 리그 우승을 놓쳤지만 2003/2004 시즌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무패우승의 기록이다. 대기록은 시즌 종료 후에도 이어졌다. ‘무패행진’의 기록이다. 

아스널이 보유한 49경기 연속 무패 기록은 2002/2003 시즌부터 시작된다. 시즌 막판 두 경기, 사우샘프턴,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각각 6-1과 4-0 대승을 거둔 아스널은 2003/2004 시즌 리그에서 26승 12무를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한 후 이어진 2004/2005 시즌에도 아스널의 행진은 계속됐다. 리그 9라운드까지 에버턴, 미들스브러, 풀럼, 볼턴, 맨체스터시티 등 당시의 강호들을 모두 제압했다. 마지막 상대인 애스턴빌라와의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아스널의 무패 행진은 순도도 높았다. 총 49회의 경기에서 36승 13무를 기록했다. 득점 기록은 112득점 35실점, 승점은 무려 121점에 달한다. 승패와 관계 없이 2003/2004 시즌 아스널의 화력은 대단했다. 38회의 경기에서 아스널이 득점에 실패한 경기는 불과 네 차례에 불과했다. 버밍엄, 뉴캐슬, 풀럼 그리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다. 아스널의 화력은 홈에서 더욱 강했다. 당시 14라운드 풀럼과의 홈 경기 무승부 전까지 아스널은 리그 홈 46경기 연속 득점 기록까지 보유했다. 해당 기록은 2001년 4월, 미들스브러와의 경기에서 시작된 대기록이다.

#무패 행진의 공신 
아스널이 대단한 기록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지도력이다. 부임 후 몇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고의 스쿼드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속적인 세대 교체와 쇄신만이 살 길이었다. 벵거 감독의 혜안과 지도력이 빛났다. 벵거 감독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선수들을 위해 썼다. 2002/2003 시즌 골문을 지킨 데이비드 시먼이 맨시티로 떠나고, 급히 예스 레만을 영입했다. 그리고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판 페르시, 필리페 센데로스 등 수 년간 아스널의 자양분이 될 자원들을 영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2003/2004 시즌 활약은 미미했지만, 스쿼드의 탄탄함을 더하며 팀 내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

가장 빛난 공신은 ‘프렌치 커넥션’이다. 티에리 앙리, 로베르 피레스, 실뱅 윌토르, 제레미 알리아디에르, 가엘 클리시, 파스칼 사강, 파트릭 비에라가 공격, 중원, 수비, 벤치 등 모든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특히 앙리는 49경기 중 48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39득점을 기록했다. 물론 프랑스 출신의 선수들 외에도 솔 캠벨, 콜로 투레의 센터백 조합은 대부분 경기에서 가동되었고, 골키퍼 레만과의 호흡도 합격점이었다. 2003/2004 시즌 아스널의 무실점은 15경기에 불과했지만 멀티골을 허용한 경기 역시 단 3경기에 불과했다. 투레의 패기, 캠벨의 경험이 조화되어 일군 기록이다. 

# 무패 종료 경기
아스널의 무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19살의 소년이었다. 2004/2005시즌 아스널은 맨유와 맞붙었다. 에버턴에서 이적한 ‘10대’ 루니는 거침이 없었다. 당시 루니는 특유의 폭발적인 ‘절구통 드리블’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맨유에는 루니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올레 군나르 솔샤르, 폴 스콜스, 판 니스텔루이 등이 활약했다. 

아스널과 맨유는 전반 0-0 무승부로 팽팽하게 맞섰다. 후바 28분 루니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판 니스텔루이가 선제골로 이었다. 아스널은 만회골을 위해 총력을 다 했다. 하지만 루니는 후반 45분 쐐기골을 기록하며 아스널의 무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경기에서 루니가 얻은 페널티킥이 오심이었다는 사실이다. 

# 그 이후 
아스널은 2004/2005시즌 리그에서 25승 8무 5패의 기록으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우승은 첼시가 차지했다.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후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할 단계였다. 맨유, 에버턴, 리버풀이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시즌 아스널은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을 지켰다.

하지만 아스널은 이후 단 한 차례도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9년이라는 시간 무관의 늪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곧 리그 상위권을 차지했고,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벵거 감독은 신임을 받았다. 2013/2014 시즌 아스널은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의 고리를 끊었다. 2014/2015 시즌에는 커뮤니티실드와 FA컵에서 우승하며 작은 성과를 냈다. 2016/2017 시즌 아스널은 23승 6무 9패로 5위를 차지했다. 벵거 감독이 재임하며 단 한 차례도 리그 4위 밖의 성적을 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가슴 아픈 기록이다. 시즌 중 자칫 유로파리그 진출권 조차 어려운 시기도 있었기에 벵거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 번 신임을 얻었다. 2년 재계약을 통해 2018/2019 시즌까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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