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은 날이었지만 벚꽃 축제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축구장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는 13,175명이 찾았다고 집계됐다.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빅 매치를 보러 온 관중들이었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5라운드는 먹을 것 없는 잔치였다. 두 팀은 소극적으로 경기를 시작했고, 뒤로 갈수록 점점 뜨거워졌지만 결국 발화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서로 조심스러운 3-4-3

서울과 제주는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제주는 4라운드 1위에 올라 있던 팀이고, 서울은 제주를 상대로 홈에서 강했던 역사가 있다. 경기 전 조성환 제주 감독은 “징크스는 작년에 깨졌다”고 했지만 실제로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서울은 시즌 초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도입한 3-4-3 포메이션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제주는 정운, 권순형의 부상과 이창민의 경고누적 징계로 미드필드에 구멍이 생겨 평소보다 공격수를 한 명 늘린 포메이션을 써야 했다.

조심스런 자세는 곧 단조로운 경기로 이어졌다. 전반전에 임하는 두 팀의 자세는 여러모로 비슷했다. 3-4-3 혹은 3-4-2-1로 볼 수 있는 포메이션이 같았고, 롱 패스 위주의 공격도 비슷했다. 제주가 장신 공격수 멘디의 머리를 더 적극적으로 노렸지만 두 팀 모두 장거리 공격의 위력이 떨어졌다. 어느 쪽도 윙백이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차근차근 패스로 경기를 풀어간 팀도 없었다. 박주영의 창의성도, 황일수의 스피드도 감독의 기대만큼 위협적이지 못했다.

하프타임이 가까워질수록 서울이 먼저 공격의 리듬을 찾아갔다. 전반전을 통틀어 유일하게 탄성을 자아낸 장면이 41분 만에 나왔다. 데얀이 2대 1 패스로 빠르게 전진하며 제주 수비를 흔든 뒤 침투하는 박주영에게 스루 패스를 보냈다. 재빨리 달려나온 김호준 골키퍼에게 막히긴 했지만 전반전 동안 나온 4차례 슛 중 가장 위협적이었다.

 

막판 득점 기회 잡은 서울,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 들어 양쪽 모두 공수가 벌어지며 더 많은 득점 기회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데얀과 마르셀로의 슛이 번갈아 나왔다. 그러나 아직 공격에 가담하는 숫자도, 공격의 완성도도 부족했다. 경기 전 “세트피스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예고한 조성환 감독의 말과 달리 제주의 코너킥 전술은 완성도가 낮았다.

무승부보다 승리를 원하는 두 감독은 차례로 공격적인 교체를 단행했다. 먼저 제주가 미드필더 문상윤을 빼고 공격수 마그노를 투입했다. 이미 공격적인 선수 구성에서 공격수를 더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수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던 마르셀로가 후방으로 내려가 균형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마그노는 경기 양상을 흔들지 못했고, 오히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마르셀로가 종종 헤매는 모습을 보이며 제주의 경기 장악이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서울도 뒤따라 공격을 보강했다. 윙백 김치우를 빼고 윙어 마우링요를 투입했다. 이에 따라 윙어로 뛰고 있던 윤일록이 김치우의 자리로 내려갔다. 그러나 경기 전 “마우링요가 공격 전술과 아직 엇박자를 낸다”고 말한 황 감독의 말대로였다. 마우링요의 플레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 팀 모두 공격수를 늘렸지만 딱히 공격력이 나아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후반 막판, 마우링요가 서울에 결정적인 기회를 두 개 제공했다. 후반 38분 코너킥을 받은 김동우의 헤딩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빗나갔다. 의자에서 떨어졌던 홈 관중들의 엉덩이가 다시 가라앉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마우링요가 기어코 돌파를 성공시킨 뒤 문전으로 공을 보냈고, 뒤엉킨 양팀 선수들을 지나친 공을 고요한이 노마크 상태에서 마무리하려 했으나 옆 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11일 ACL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제주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명백하게 밀리는 경기를 했다. 제주 특유의 미드필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앞선 경기들에서 가동한 3-5-2 포메이션보다 공격수가 한 명 늘었지만 공격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축구의 공격력이란 단순히 숫자만 늘린다고 향상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제주 특유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가 실종된 건 역시 권순형, 이창민의 공백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르셀로를 미드필더로 내린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한 문상윤을 빼면서 대체 미드필더를 투입해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옵션은 원래 센터백인 알렉스와 공격수 마르셀로였다. 연계 플레이가 좋은 마르셀로를 문상윤 자리로 내리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미드필더가 궁해 어쩔 수 없이 나온 임기응변이었다.

서울은 3-4-3 전술을 기반으로 기용 가능한 모든 공격 자원을 쏟아 부었다. 가장 유능한 골잡이인 데얀과 박주영이 동시에 선발로 뛰었고, 후반에 윙어인 마우링요와 조찬호를 넣은 뒤 막판에는 제공권을 강화하기 위한 심우연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득점이었다. 이번 시즌 서울의 문제인 빈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두 팀 모두 사흘 뒤인 11일에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제주는 홈으로 애들레이드유나이티드를 불러들여 비교적 수월한 일정이다. 문제는 서울이 웨스턴시드니 원정 경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서울은 제주전을 마치고 오후 8시 항공편을 통해 호주로 떠난다.

두 팀의 고민은 ACL에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은 포메이션을 바꾸고도 빈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제주의 권순형은 ACL에도 결장해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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